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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 그리고 미래는
공원녹지 불평등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21년 10월호


10년 전 중국 상하이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피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런데 상하이의 미세먼지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평야지대에 위치한 상하이는 바람도 불어오지 않아 온 도시가 하루 종일 미세먼지 속에 파묻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승강기 안에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상가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폭죽을 터트려 연기 또한 자욱했다. 상하이 시민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잘 지냈지만 나는 폐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질식감을 느꼈다.
상하이 주변은 모두 평원이지만 북서쪽으로 약 200여km를 가면 흥화라고 하는 도시 외곽에 작은 산이 있다. 평야만 보다가 나지막한 산을 보면 미세먼지가 아직 가시지 않았더라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때 산과 숲의 소중함을 알았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느 곳에 가도 산을 볼 수 있다. 평야지대에서 느끼는 미세먼지와 산이 보이는 곳에서 느끼는 미세먼지는 농도는 같아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직접 가지 않더라도 산이나 녹지가 보이는 경우와 보이지 않는 경우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주변의 녹지가 시민들에게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활동과 여가활동이 위축됐지만 녹지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녹지가 충분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수시로 녹지를 찾을 수 있지만 산책할 녹지가 집 주변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세권에 빗대 ‘숲세권’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인구가 많은 지역, 학교 주변은 보행자 수가 크게 감소했지만 공원 주변은 보행자 수가 작은 폭으로 감소하거나 오히려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평소 잘 모르고 지내던 공원녹지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공원녹지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 저소득층, 노인층, 장애인층은 이용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려야 하는 녹지도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 불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거주지에서 250m 이내의 거리에 공원을 만들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신도시처럼 계획적으로 만든 도시에서는 이 기준이 잘 지켜지지만, 오래된 도시나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은 주로 이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토지 가격이나 지역 여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거지 주변에는 작은 녹지를 조성하고, 큰 공원녹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나이, 성별, 인종, 소득,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언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도시계획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공원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충분한 공원녹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경우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학교 운동장을 숲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각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등 보행약자들도 편안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공원녹지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임에도 공원녹지는 사회경제적으로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공원녹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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