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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가을을 노래하는 목소리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1년 10월호
 


가을이다. 음악 듣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가을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우리는 여럿 알고 있다. 스팅(Sting)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팬이 있는가 하면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흥얼거리는 팬도 있을 것이다. 그중 이 이름이 빠질 수 없다. “바람이 분다”라고 노래하는 그 목소리, 바로 ‘이소라’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 ‘바람이 분다’ 중.
그것이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매혹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긍정보다는 부정의 정서다. 예를 들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큰 호소력으로 우리를 잡아당긴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바람이 분다’의 정서가 꼭 그렇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라고 노래할 때 이소라가 노래하는 이별은 하나의 예술이 된다.
이 곡이 수록된 음반 <눈썹달>(2004)의 첫 곡 ‘Tears’ 역시 마찬가지다. 이별을 견뎌내고 있는 화자가 “동굴 같은 방, 먼지 같은 나”라고 자학적으로 자신을 호명할 때 듣는 이들은 과연 심쿵할 수밖에 없다. 이 두 곡만 놓고 봐도 이소라는 윤종신과 함께 1990년대가 배출한 최고의 작사가로 꼽힐 만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소라의 명곡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우선, 1995년에 공개된 역사적인 데뷔작을 빼놓을 수 없다. 돌이켜보건대 1990년대는 대체로 요란한 시대였다. 모두가 힙합과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이에 맞춰 음악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쉼표라고는 없는 것처럼 들렸던 ‘잘못된 만남’으로 김건모는 2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 외에 수많은 댄스의 별이 군웅할거하면서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 와중에 타고난 결 자체가 다른 뮤지션이 드문 있었다. 윤종신이 있었고, 토이라는 명패로 활약했던 유희열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소라가 있었다. 직관적으로 비교해 1990년대의 댄스가 텔레비전을 지향했다면 이들의 음악은 라디오에서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세 명 모두 라디오 DJ로도 큰 인기를 모았다는 게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이소라의 음악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6집에 실렸던 ‘바람이 분다’와 1집의 ‘난 행복해’ 외에도 거론해야 할 곡이 너무 많아서 고민일 정도다. 2집에서는 ‘기억해줘’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격정적인 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낸 3집에서는 ‘믿음’과 ‘금지된’이 명곡으로 거론된다. 아직 안 끝났다. 수많은 가수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자진해서 다시 부르게 한 4집의 ‘제발’, 이소라 특유의 이별 뒤의 풍경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등도 빼먹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아, 하나 더 있다. BTS 슈가와 함께 발표한 ‘신청곡’이다. 속된 말로 차트를 씹어 먹었던 이 곡을 통해 우리는 이소라의 라디오 친화적인 측면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영상 하나 소개하려 한다. 유튜브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이소라 정승환’이라고 치면 맨 위에 나오는 영상이다. 버스킹 프로그램에서 이소라와 정승환이 이 곡을 듀엣으로 한 것인데 출발은 정승환이 먼저 끊는다. 다들 알다시피 정승환은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가수다. 저 나이에 저 정도 깊이의 감성을 표현할 줄 알다니 역시 노래 잘하는구나 싶을 것이다.
한데 이소라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속된 말로 게임 끝난다. 순간 멍해지면서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싶어진다. 영상 밑의 댓글도 쭉 한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거의 대부분이 나와 같은 의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가을이다. 그저 “잘한다”라는 말 정도로는 도저히 표현 불가능한 목소리, 기술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 목소리, 이소라의 음악 듣기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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