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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기술로 스포츠 문화를 바꾸는 것이 플코의 미션”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1년 10월호

 

프로 축구선수 출신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다. QMIT 이상기 대표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수원삼성블루윙즈 등에서 프로선수로도 8년간 활동했다.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를 수도 없이 만나왔지만 프로 운동선수 출신은 지금까지 만나본 일도 없고 해외에서도 들어본 일이 없다. 프로 운동선수가 어떻게 스타트업 창업을 하게 됐는지, 그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이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소개한다.
스포츠선수가 창업한 회사답게 QMIT는 스포츠팀을 위한 솔루션을 내놨다. QMIT의 ‘플코’는 ‘당신의 플레이 코치’의 약자다. 스포츠팀을 위한 맞춤형 성장관리서비스다. 플코를 이용하는 선수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플코 앱에 자신의 컨디션과 부상 정도를 입력한다. “얼마나 피로한가요?”, “근육 상태는 어떤가요?”, “얼마나 잘 잤나요?” 등의 질문에 응답하고, 통증이 있으면 그 부위를 입력한다. 훈련을 마친 이후에도 “훈련 강도는 어땠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수시로 자신의 컨디션을 입력하도록 했다.
요즘엔 첨단 웨어러블 기기를 신체에 부착하고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첨단서비스도 많아 이에 비하면 플코는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왜 이것이 필요할까.

신체데이터 관리 앱 ‘플코’ 통해 선수와 코치진 간 소통 도와
“예전에는 강압적인 훈련이 많았고, 위계질서가 강한 팀에서는 자신의 몸 상태를 코칭스태프에게 솔직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무리한 훈련을 하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저는 선수생활 동안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단순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플코는 이런 이 대표의 경험과 고민에서 나온 솔루션이다. 이 대표는 플코를 이용해 선수들이 본인의 컨디션과 부상 정도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한다면 팀 운영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플코를 통해 팀의 코치진은 수십 명씩 되는 모든 선수의 컨디션, 운동부하, 부상 및 통증 등 스포츠과학 수식으로 계산된 데이터를 한 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미처 몰랐던 선수 상태를 파악해 선수 컨디션에 맞춘 훈련을 할 수 있게 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된다.
“매일 자신의 컨디션을 보고하는 것이 쉽지 않죠. 선수와 코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MZ세대 선수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 컨디션을 입력하고 제출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또 평균 나이 40대로 예전보다 젊어진 프로축구팀 감독들은 강압적 카리스마보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팀을 운영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140여 개팀 3천여 명 이용 중…롯데벤처스, 네이버 등에서 투자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합숙훈련 문화 등이 바뀌면서 플코 같은 서비스의 도입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FC서울, 서울삼성썬더스 등 프로스포츠팀과 매탄고, 오산고, 광양제철고 등 유소년팀을 포함해 140여 개팀 3천여 명이 플코를 이용 중이다. 특히 플코를 이용해 팀을 운영해 온 광양제철고는 지난 5월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부상 선수 한 명 없이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플코의 사업모델은 구단이나 팀에서 월별 또는 연간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요즘 많은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이다. 현재는 부분적으로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체 유료화할 예정이다.
전직 K리그 골키퍼가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내게 됐을까.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선수로 뛴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축구 외에도 여러 생각이 많았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보니 주도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축구만 하지 말고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균관대에서 선수생활과 함께 스포츠과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2009년 성남일화에 입단하면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삼성블루윙즈, 상주상무, 수원FC, 서울이랜드FC 등을 거치면서 골키퍼로 활약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출전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창업의 계기는 한 외국인 코치를 만나면서 생겼다. 2015년 서울이랜드FC에 온 댄 해리스 코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유명한 스포츠 사이언티스트가 한국에 왔다는 겁니다. 호기심이 발동했죠.” 이랜드FC 선수들에게 전화해 봤다. “훈련이 쉽고 재미있다”는 대답이 왔다. 직접 달려가서 어떻게 하는지 봤다.
“외국인 코치가 선수들의 사진을 찍고, 측정하고, ‘잘 잤어? 아픈 데 어디야?’라고 물어보며 종이에 계속 뭘 적는 겁니다.” 병원 직원도 아닌데 코치가 왜 그런 것을 물어보나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동계훈련 동안 선수들이 부상 없이 수월하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해리스 코치는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엑셀표를 만들었습니다. 각 선수들의 몸 상태를 빨간색, 노란색, 녹색 그래프로 관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무리 없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훈련을 받도록 한 것이죠.”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이 대표는 스포츠과학을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본격적으로 플코 솔루션 구상에 나섰다.
이렇게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론을 이용해 주위에 상담을 해주고 연구결과를 스포츠 심리학회에서 발표도 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도 밟기 시작했다. 이 내용으로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심지어 웹툰까지 만들었다. 현직 프로선수가 이런 콘텐츠를 만드니 주위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미친 사람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웃음) 어쨌든 이것을 앱으로 만들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프로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죠.”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외주 업체를 통해 ‘팀 매니저’라는 이름의 앱을 만들었다. 그리고 감독들을 찾아다니며 앱을 설명했다. “우리를 감시받게 하려고 이런 것을 만든 것 아니냐”며 처음에는 혼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했다.
친척의 도움으로 초기 사업을 꾸려가다가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마트벤처캠퍼스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첫 심사 당시 관중이 가득 차 있는 스타디움에 자신이 서 있는 것을 상상하며 큰 목소리로 발표해 합격했다. 스타트업 경영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하며 한발 한발 전진 중이다. 덕분에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롯데벤처스, 네이버 등의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기술로 우리 스포츠 문화를 바꾸는 것이 플코의 미션”이라는 이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들으며 요즘 한국에서는 참 다양한 현장에서 자신이 느낀 문제를 푸는 창업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스포츠 현장의 문제는 사실 만국 공통이다. QMIT가 전 세계 모든 종목 스포츠팀의 문제를 기술로 푸는 대표적인 스포츠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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