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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경제, 변화의 현장을 가다대구, 로봇에서 길을 찾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2021년 10월호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을 가진 기계. 로봇의 사전적 정의다. 스스로 작업할 수 있도록 외부 제어 장치에 의해 조종되거나 제어 장치가 내장돼 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제작한 아틀라스 로봇처럼 인간의 모습을 갖기도 하지만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단조롭게 반복되거나 불쾌감을 주는 작업은 로봇이 대신하기에 적합하다. 인간에겐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고 극한 상황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1960년대 초 로봇이 발명되고 다양한 생산 분야에 적용되면서 사람들은 전 생산 라인을 로봇화한 ‘무인공장’을 꿈꾸기도 했었다. 그러나 인간이 갖고 있는 유연성이 생산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로봇 분야에서의 관심은 ‘협동 로봇’에 쏠려 있다.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협동 로봇은 사람과 접촉하며 바로 옆에서 도울 수 있으니, SF 영화 속 특수효과가 필요 없어질 날이 꽤 가까이 와 있다.

전통 산업 전환 과업에 범IT 기술이 접목돼 탄생
‘메이드 인 코리아’ 로봇이 만들어지는 곳이 대구다. 대구는 한때 섬유산업으로 유명했다. 섬유산업의 소멸 후엔 정밀성은 남았다. 이 정밀함이 내연차 부품 제조로 옮겨갔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산업도 5년 이내 50%가 소멸할 전망이다. 대구는 전기차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새로운 출구도 필요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에 축적된 기술은 범IT 기술로 적용할 수 있고 로봇 기술에도 접목이 가능함을 알게 됐다. 대구는 최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 연구개발(R&D)에서부터 실증·규제개선, 테스트베드, 사업화 지원 등 로봇 기업 지원체계의 전 주기가 완성되는 등 명실공히 로봇산업 선도도시가 되는 것이다.
대구의 로봇산업 도시로의 변화는 불과 10여 년의 일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로봇이 이젠 자동차에 버금가는 대구의 대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융합연구원의 강태훈 본부장은 DGIST 출범 때만 해도 대구에서 미래 산업이 나올까 했다. 섬유가 사양길을 걷고, 내연기관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지역경제가 유지돼 왔는데 전기차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섬유에서 자동차부품 기업으로의 산업 구조 전환은 어느 정도 할 만했다. 그런데 전기차로의 전환은 얘기가 다르다. 가장 필요한 것이 범IT 기술이다. 이러한 전환은 기업 스스로 만들어내기 힘들다. 강태훈 본부장은 최근 대구의 앵커기업 이사진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산업 전환에 대한 훈련이 안 되고 있고 그럴 여력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DGIST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비R&D와 R&D 두 축에서 돕고 있다.
대구는 전환의 과제와 신기술 개발이라는 절실함을 로봇산업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에는 로봇 기업 수가 두 자릿수도 안 됐다. 지금은 대구에 200개가 넘는 로봇 기업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구는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2020년 기준 19개 국가 클러스터와 연결돼 있고, 3천여 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대구에서 만든 로봇 부품이나 범IT 결과물들은 국내시장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대구시는 GRC를 통해 해외 기업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바이어를 적극 발굴해 지역 부품 기업들에 연결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다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로봇 기업은 부품 제조 기업이라는 게 아쉽다. 자동차로 따지면 완성차 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을 로봇 쪽에서는 ‘로봇 SI기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 로봇 SI기업은 몇 개 없다. 그러나 대구는 자체적으로 육성을 시작했다. 지역 속성이나 산업의 근간을 고려할 때 SI기업으로 등 떠밀 수는 없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적 산학연관 협력 모델, 아진엑스텍 
GRC를 대구시와 함께 만든 장본인이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를 창립 초기부터 이끌고 있는 아진엑스텍의 김창호 대표다. 김창호 대표는 지금 대구의 변화 조건으로 ‘전환에 대한 절박함과 기술기반’을 꼽았다. 아진엑스텍은 로봇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션제어 기술 제1호 기업이지만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업에서 먼저 니즈를 학교에 제공하고 학교가 이에 응하거나, 학교가 핵심 기술을 개발하면 상용화하는 일은 기업이 맡는 경우다. 부품·소재 원천 기술 개발 국책과제의 경우 국가표준계약서가 있어서 기술에 대한 소유권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
국책과제에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창호 대표는 아진엑스텍 입장에서 국책과제는 마중물 같은 것이라 했다. 아진엑스텍은 첫 국책개발과제로 공업기반기술개발과제를 수행함으로써 그동안 일본 수입에 의존해 온 모션 제어 칩을 국산화할 수 있었다.
당시 구미의 한 반도체 장비 회사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 과제’를 수행했으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이유를 제어기에서 찾았다. 여기서 아진엑스텍이 맡은 임무가 CPU를 인텔에서 모토로라로, 어셈블리어를 C언어로 바꾸는 것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산대 등에서 R&D 장비나 개발 툴을 쓸 수 있게 해준 것도 주효했다. 개발 후엔 팔기 위해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했고,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면서 칩을 또 만들었고,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했다.
아진엑스텍은 DGIST로부터의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해 디지털헬스 로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로봇이 출시되면 개인의 건강상태나 컨디션에 맞춰 그날그날 운동의 양과 강도를 조절해 주기 때문에 훨씬 더 스마트한 운동이 가능해진다.
대구가 로봇산업의 도시가 된 데에는 현대로보틱스가 대구에 자리 잡은 것도 한몫 했다.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해 지역의 기관이나 기업들과 협업을 이끌어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대구시의 의지도 있었다. 진정한 로봇산업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제조형 로봇만 만들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 현대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 개발을 마무리했다. 대구가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유치하는 데도 현대로보틱스의 투자의향서와 확약서가 힘을 발휘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봇 규제가 해소된 곳이 대구다. 현대로보틱스가 로봇 팔을 이동 로봇에 붙여서 서비스 로봇을 만들려는 데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현재 법규상 로봇 팔이 작동하면서 동시에 이동할 순 없다. 대구시와 DGIST 그리고 현대로보틱스와 부품 기업들의 컨소시엄 등이 협력해 세계 최초로 ‘이동식 협동 로봇’의 규제를 해소했다.

현대로보틱스, 지역 브랜드화에 역할 톡톡
혁신을 주도하는 산업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사업 초기에 수요기반을 조성해 줄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핵심 R&D에는 대학과 연구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상용화와 사업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로보틱스 대구 공장을 총괄하는 서범석 상무는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업의 국산화를 위한 수요기반 조성을 정부에 요구한다. 아울러 현대로보틱스에서 모듈로 조립하는 산업용 로봇에 필요한 소재·반도체 수급의 어려움도 기업 스스로 헤쳐가기 버겁다고 말한다. 요컨대 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유기적으로 이루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대구의 10여 년의 변화 과정에서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DGIST의 기여, 기업과 기업인들의 노고가 컸다. 기업 유치 등 대구시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정밀함을 무기 삼아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꾸려오던 지역경제에 범IT 기술인 로봇 기술이 입혀지면서 대구는 비로소 로봇 도시로 재탄생할 기회를 맞이했다. 대구에서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서비스 로봇도 다양하게 개발돼 가사도 로봇과 분담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나 환경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대구의 로봇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가정에서도, 산업현장에서도,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로봇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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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 강태훈 DGIST 융합연구원 본부장

로봇 기술과 자동차부품 기술과의 갭을 어떻게 메꿀 수 있나.
자동차 브레이크가 전기차 브레이크로 바뀌면 그 안의 전장이나 이것을 제어하기 위한 구조가 달라진다. 이 부분은 간단하게 소프트웨어로 도울 수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노하우와 기술을 다른 사업으로 전환시키고, 전기차의 범주를 달리해 보면 ‘배송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배송 로봇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요구하는 부품의 사양과 안전조건이 필요치 않아 스펙 자체를 낮추기만 하면 된다.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물류 회사들은 물건을 날라주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라는 로봇을 사용한다. 자동차부품을 다운그레이드하면 AGV는 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 센서나 제어 기술 측면에서는, 전기차를 작고 힘이 약하게 만들면 배송 로봇이나 AGV 같은 것이 된다. 자율주행 알고리즘만 심으면 된다. 내연차에서는 인증받은 소프트웨어만 쓸 수 있는데 로봇 분야는 그렇지 않아 로봇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다.

대구에 로봇 클러스터가 형성된 과정은.
대구 지역산업을 떠받쳐 왔던 것은 자동차부품산업이다. 전기차로 전환하려면 IT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기술로 로봇 기술이 추가돼야 한다. IT 리소스를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로봇에 대한 관심 자체가 대구에 거의 없었다. 그때부터 DGIST가 클러스터 사업, 국책·예타 사업 등을 끌어들여 의지를 표명하고 확답을 받은 것이 로봇 도시로의 성장을 가져왔다. 지역산업의 성패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 비수도권에서 ‘기계지수’가 가장 높은 데가 대구다. 지금까지 자동차부품산업만 받쳐줬던 지역경제에 로봇 기술이 들어가면서 범IT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DGIST의 역할이 지역 기업들과 밀착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5개 과기특성화대학 중 기술이전 지표가 가장 높다.

DGIST 학사부에서 배출된 인력이 지역에 활용되고 있는가?
인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느냐는 수요 문제다. 지역에서 일할 기업이 많지 않다. 그나마 대구는 범IT 쪽의 산업 발굴 내지는 인프라 구축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DGIST 학생들이 졸업했을 때 갈 곳이 생겼다. 또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출연연구소가 바로 옆에 있다. DGIST는 독특하게 교육을 담당하는 전공(학과)과 출연연구소 기능을 담당하는 연구부로 구성돼 있다. DGIST 로봇 전공이 있으면, 융합연구원 연구부 쪽에는 로봇 부서가 있다. 이것은 전공에서 연구한 것을 응용 단계까지 연장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거기다 5만 평의 부지에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테크노폴리스로 진입하는 도로가 뚫리고 환경도 좋아졌다. 그 도로는 일반 도로가 아니고, 무인 자동차와 로봇이 다닐 수 있도록 허가받은 도로다.

기업 기술이전 등 협업 사례가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기업이 찾아와 ‘이것 좀 도와주세요’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DGIST 연구자가 이 기업은 이런 장점이 있으니 내 기술을 합치면 뭔가 되겠다 하는 것이다. 아진엑스텍은 컨트롤러 칩을 만드는 기업이고, 인텔 등 소수 기업에만 있는 기술도 갖고 있다. 특히 모터 제어 부분에 강하다. 우리는 로봇 기술에 강점이 있다. 나는 스마트헬스 쪽이 새로운 시장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쪽에는 IT 기술이 안 들어갔다 판단했고, 여기에 무게 추를 없애고 모터를 제어하는 기술을 포함시켰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운동 경향을 학습시킬 수 있다. 그 기술을 제안했고 아진엑스텍에서 받아들여 기술이전을 했다. 기업에 도면을 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 연구원이 직접 로봇을 사용하게 하면서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했다. 또 아진엑스텍이 1차 벤더에서 요구하는 사양의 CPU로 제어기를 만들어 오면 그 안의 프로그램을 함께 짰다. 그 시간이 3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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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 김창호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장, ㈜아진엑스텍 대표

외부에서 보면 대구에 로봇 기반이 불쑥 나타난 것 같다.
10년 전에 협회를 만들었을 땐 제대로 된 로봇 기업이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북대가 IT 특성화 학교여서 전자공학 쪽이나 센서·소프트웨어에 강했다. 또 과거 구미에 있던 삼성전자와 LG가 파주로 떠난 후 IT 인력이 많이 남았다. 대구엔 이렇게 로봇의 3요소 기술인 IT, 소프트웨어, 센서가 있다. 2010년쯤 경남과 물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서 대구에 공장을 못 짓게 하는 여론전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찾게 됐고, 그것이 로봇이었다. 시장도 기술도 기반도 있었다. 대구시가 부품 경쟁력 강화 및 밸류체인 사업 등을 펼치면서 현대로보틱스도 들어왔다. 한국에서 만들어내는 로봇은 대구에서 다 만든다. 지역 대학에서는 휴스타(HuStar) 사업을 통해 시와 경북의 지원을 받아 대구가 중점 추진할 핵심 사업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한다. 대구 로봇 커뮤니티는 산학연관의 소통이 잘되고 있다.

어떻게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하도록 지원하는데, 지인이 나더러 사업 한번 해보라고 했다. 30대 중반에 창업했다. 문과 출신이라 이쪽 분야 지식이 없었다. 아는 것이 많았다면 오히려 못 했을지 모른다. 회사가 제대로 모습을 갖춘 것은 상장하고 20년쯤 됐을 때다. 코스닥에 2014년에 상장했다. 모션 제어 기업 중에는 아진엑스텍이 1호 상장이다. 2013년에 코넥스가 출범했을 때도 아진엑스텍이 코넥스에 1호 기업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심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교치가 있어야 하니 레퍼런스를 가져오라고 하더라. 또 모션 제어 분야는 부품·소재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좋아도 매출액이 적다. 그때까지만 해도 매출이 얼마냐, 직원이 몇 명이냐를 따졌다. 

아진엑스텍의 핵심 기술을 쉽게 설명해 달라.
모션 제어다. 모션 제어를 검색하면 연관어에 로봇, AI, 빅데이터 등이 나온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할 경우 메카닉스(mechanics)와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합쳐져 메카트로닉스가 된다. 메카트로닉스에서 발전된 것이 로보틱스다. 메카트로닉스와 로보틱스는 딱 세 가지에서 차이가 있다. 기계가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사물을 보고 외부적인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식을 했을 때 판단을 해줘야 한다. ‘뜨거우니 접근하지 말아라’ 같은. 그 판단을 하는 것이 모션 제어다. 판단을 거쳐 ‘움직여라’, ‘피해 가라’ 같이 지령을 내렸을 때 실행하는 것이 판단 인식 동작인데 이것은 모터가 한다. 우리 회사 기술은 인식 자료를 연산해서 판단하고 지령을 한다. 모션 제어 기술에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기계 역학적, 수학적으로 최적의 알고리즘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칩을 보드에 넣으면 컴퓨터가 된다. 그러니까 알고리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삼박자가 갖춰져야만 모션 제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국내시장이 타깃인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국내에서 성공하면 해외에도 통한다. 특히 IT 쪽은 삼성, LG, 하이닉스에 들어가면 전 세계에도 다 들어간다. 국내가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우리 회사는 모션 제어에서 로봇 제어로 갔다. 그런데 판단 인식 동작은 하는데, 자율적인 판단이 안 되는 게 한계였다. 그때 AI 기술이 나왔다. 필드 로봇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그 데이터를 스마트팩토리나 로봇에 적합한 엔진이 해석한다. 아울러 에지 디바이스를 로봇 끝단에 붙여 로봇 온도 변화, 전류량의 변화, 진동을 감지한 후 데이터를 수집해 AI 엔진이 해석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도 준비하고 있다. 고장 발생 시 우리 로봇이 납품된 현장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협회 차원에서는 자금이 부족한 영세 회원사들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스케일업 협약을 맺었다. 협회 추천으로 제대로 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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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 서범석 현대로보틱스 상무

대구시가 유치 노력을 많이 했는데, 대구 일자리에도 도움이 됐나?
한동안 KTX 타고 내려오다 대구 근처쯤 오면 현대로보틱스 유치 소식이 광고에 많이 나왔다. 시장님 관심이 컸다. 국회의원 한 분이 대구시 경제국장일 때 기업 간담회도 자주 열어 소통했다. 현대로보틱스 생산 부문이 대구에 집적돼 있고, 기획과 R&D 쪽은 경기도에 있다. 대구시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들어와 지역 사람들을 채용하면 좋은 것이다. 울산에서 대구로 이전할 때 직원이 170~180명 정도였는데, 대구로 와서 늘었다. 현재 200명 정도 근무한다.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이 많고 대부분 이 지역 출신이다. 

현대로보틱스 로봇 부문은 산업용 로봇이 주력인가.
산업용 로봇은 20~30년 전 자동차산업에서 시작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무엇을 들어 옮기고 용접하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로봇이다. 이런 로봇이 공장에서 작업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 그래서 그룹 내에 로봇 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중공업 내 로봇개발팀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조금씩 커서 회사가 되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전통적 산업용 로봇 외에도 솔루션 부문이 있다.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패키징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배터리 셀을 12장 정도 적층해 전기차 바닥에 쭉 까는 것이다. 2008년부터는 LCD 패널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로봇을 개발해 LG디스플레이와 중국에 납품해오다 2019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대량의 로봇을 납품했다.

생산 공정 자동화 로봇 이외의 분야는?
최근 하고 있는 것은 협동 로봇이다. 일반 로봇은 안전 펜스가 다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법적인 제약이 돼 있다. 협동 로봇은 사람 바로 옆에 있다. 펜스가 없기 때문에 로봇이 아무래도 저속으로 움직이고 사람과 충격하면 멈추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에 투입되는 것이다. 요즘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닭 튀기는 로봇도 있다. 호텔 어메니티 배달용 혹은 러기지 운송용 로봇, 음식 서빙하는 로봇 등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필요해졌는데 방역 목적으로도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통신사 등과 협력해서 서비스 로봇 개발을 완료했고 보완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