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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씨앗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2021년 11월호


마스크를 홈쇼핑 광고에서 볼 줄은 몰랐다. 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중 하나일 거다. 사람하고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구면이라는데, 얼굴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눈만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니 당연하다. 누구는 그래도 다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사람 눈 다 거기서 거기다. 마스크를 쓰니 타인의 얼굴을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서로의 얼굴을 즉각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사라졌다는 장점도 있다. 경직된 사회의 기준에 지금껏 개인들이 지나치게 예민했도다.
하지만 쇼(핑)호스트는 눈을 도드라지게 하는 마스크라는 기괴한 말을 한다. 눈썹 화장품을 소개하는 이는, 지금은 눈썹이 정말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분석을 하기 바쁘다. 여전히 첫인상 찬양론자들은 아무 말 대잔치를 즐긴다. 화장을 (즉시!) 하고 몸 관리를 (당장!) 하라는 무례한 지시는, 덕담으로 해석되기에 누구도 말하면서 꺼리지 않고 누구도 들으면서 불편한 표정을 노출하지 않는다.
첫인상 3초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말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부유하는 세상의 모습은 기괴하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머리카락은 빠져선 안 된다. 탈모관리를 안 했다고 ‘매력 없다’는 소리를,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듣는다. 발버둥을 치는 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처음엔 탈모 샴푸, 다음은 모발 영양제, 그리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아도 빠질 머리는 빠진다. 돈 쓰고 시간 쓰고도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게 서러우니 스스로를 비하한다.
첫인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꽤 있다. 실험적으론 맞는 말이다. 심리학과 뇌 과학 분야에서 이러쿵저러쿵 연구를 해보니 큰 눈, 얼굴의 좌우 대칭 등 일반적으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접한 이들에게서 객관적인 심리 변화가 관찰되고 뇌의 특정 지점이 활성화됨이 확인된다. 케네디와 닉슨의 대통령 후보 TV토론은(1960년 9월 26일) ‘비춰지는 이미지’가 왜 중요한지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젊고 키 크고 게다가 잘생긴 케네디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닉슨을 상대하는 모습은 ‘보이는 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야말로 사회적 결과물 아닌가. 100년 전 사람 붙들어 놓고 양념치킨 사진 보여준들 입에 군침이 돌겠는가. 하지만 현대인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 광고를 보다가 야식을 주문한다. 그 본능 같은 식욕, 과연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것일까? 아닐 거다. 마찬가지로 3초 만에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다는 착각은, 그래도 되는 문화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촉일 거다. 외모조차 경쟁력이 된 세상이 사실이라면 그걸 안타깝게 여기는 게 상식이고 머리라도 긁적거리면서 도리 없다고 하는 게 최소한의 시민 정신인데, 현실이 그렇다고 ‘얼굴이 바코드다’와 같은 말들을 서슴없이 뱉어도 되는 건 아닐 거다.
현실은 어떠한가. 대기업의 면접장에 안경 쓰고 나타나는 여성은 잘 없다. 캠퍼스에는 라식·라섹 수술을 할인해 준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초등학생이 읽는 교육 잡지에도 ‘여름방학 때 몸짱 되는 법’이 소개되는데, 줄넘기 열심히 하자는 수준이 아니다. 치과에서는 ‘외모 때문에 놀림 받는다’면서 교정을 권하고 피부과에서는 ‘인상이 나빠 보이는 결정적인 흉터’라면서 제거 시술을 재촉한다. 의학적 방법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이유가 너무 사회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싫어해야 할 유일한 첫인상이 하나 있다. 덥수룩한 머리, 깔끔하지 않은 수염,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 정교하지 못한 말투 이런 게 아니라 그걸로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있다는 확신에 찬 태도 말이다. 나는 그런 첫인상을 풍기는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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