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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의 영화상담실
샐리의 법칙으로 살아가기
김창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1년 11월호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청춘이라면 한번은 꼭 봐야 할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 가족은 뉴욕의 가을 풍경에 대해, 남녀가 정말 친구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에 대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다. 
시카고에서 대학을 졸업한 샐리는 뉴욕으로 가야 한다. 마침 뉴욕으로 가는 단짝 친구의 남자친구인 해리가 돈을 아낄 겸 같이 가자고 해서 둘은 18시간 동안 한 차 안에 함께 있게 된다. 해리는 샐리가 마음에 들어 유혹을 하는데 샐리는 단짝 친구의 애인이 그러는 것이 싫다. 둘은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싫어해서 친구도 애인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헤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둘은 우연히 자꾸 다시 만나게 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를 잘 이해하게 돼 친구가 된다. 특히 실연을 당할 때마다 만나 위로해 주다 보니 결국 어느 밤 같이 자게 된다. 그 다음은?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자.
이 영화는 ‘샐리의 법칙’이라는, 우연하게도 나에게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샐리의 삶처럼 복잡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근이 늦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오고, 직장에 지각했는데 마침 상사가 자리에 없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이다. ‘머피의 법칙’과 정반대 개념이다. 
머피의 법칙은 그냥 재수 없는 현상이 아니다. 사실 통계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많다. 머피의 법칙이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불안하고 서두를 때 실수가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일이 잘못될 확률이 높아진다. 긴급한 문자를 보내려 할 때 실수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든지, 중요한 회의 중 넘어진다든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적 기억’이다.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를 더 잘 기억해서 모든 일이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는 그냥 잘 지나갔기에 기억에 남지 않고, 급할 때 빨간불에 걸리면 초조하게 초록불을 기다렸기에 빨간불이 더 많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왜 급할 때는 항상 빨간불이지?’라고 머피의 법칙을 소환한다.
세 번째는 확률에 대한 착각이다.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50%가 아니고 30% 정도인데, 흑백이나 홀짝처럼 일어날 확률이 50 대 50이라고 오판하는 것이다. 높이 75cm의 식탁에서 빵이 떨어질 때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닿을 확률이 원래 훨씬 높은데도 자신이 빵을 떨어뜨리면 늘 잼을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한다고 불평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 법칙인데도 이를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머피의 법칙인 것이다.
머피의 법칙에서 탈피하려면 이러한 이유들을 잘 조절해야 한다. 먼저 긴급하고 중요한 일일수록 미리 준비해 둬야 하고, 삶의 경험들을 잘 정리해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기억을 해야 하며, 이루려는 목표의 정확한 성공 확률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것을 기억하려면 긍정적인 가능성과 결과에 감사하고 함께 기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누군가와 경험을 나눠야 객관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좋은 것들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관계를 잘 유지해야 샐리의 법칙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노래 ‘It Had To Be You’도 그런 결론을 암시해 주는 것 같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긍정적인 가을을 함께 보내자.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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