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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협의의 필요성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장 2021년 11월호


저출산·고령화, 디지털화의 진전,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사회 흐름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교육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교육에 대한 변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정책의 일관성, 안정성, 장기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개혁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에 따른 잦은 정책 변화로 방향감을 잃어버리곤 했다. 안정적인 교육개혁을 위해 정권이나 이념을 넘어 장기적 안목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이 확보돼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2000년대 초부터 학계와 정치권에서 초정권적 기구를 구상했다. 이러한 취지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6월 말 법률 통과로 내년 7월 발족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만으로 개혁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개혁이 일관성과 안정성을 기하기 어려웠던 것은 교육제도를 둘러싼 이념이나 이해관계 갈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조정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핵심 사무 중 중장기 교육개혁안을 마련하는 일은 이념과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다. 
예상할 수 있듯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산업화 시기 학교교육체제는 선발 기제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선발 기능보다 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해 모든 학습자가 충실히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있었으나 변화는 쉽지 않았다. 변화를 꾀하면 현 체제를 둘러싸고 안정화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집단 간 갈등이 빚어졌다. 더구나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이나 지역 격차가 심해지면서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료와 전문가 중심의 하향적 방식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도 증가했다. 시민들의 참여 요구도 컸고 관료나 전문가들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성을 지향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과정과 절차를 갖춰야 할 것이다. 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과 이념 갈등이 예상되는 의제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해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편돼야 할 의제로 거론되는 유아교육, 고교체제, 교육과정, 교원양성, 대학교육체제, 학제, 돌봄 등은 어느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념과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되는 난제들이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대입제도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 및 숙의를 통해 가닥을 잡은 바 있으며,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각계의 대표들로 숙의단을 구성해 개편 방향을 토론하고 교원양성체제의 방향에 대한 합의사항 중심의 협의문을 도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례들이 모두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제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며 숙의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과 기간을 확보하고 토론을 통해 집단 지성을 모아내는 과정은 이해관계의 갈등을 극복하며 더 나은 합의를 이루는 것이므로 인기에 영합하는 대중주의나, 전문가 혹은 관료 중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회적 협의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더 적합한 절차를 구안할 수 있으며, 정책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 의식도 커질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이후 미래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의제에 대한 참여형 숙의를 통해 시민들이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공유하며 정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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