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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공급부터 난민 문제까지 현안 산적한 중남미
김선태 KOTRA 파라과이 아순시온무역관장 2021년 11월호


지난 9월 18일 제6차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담이 멕시코에서 개최됐다. 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CELAC 회의에는 32개국이 참여(대통령은 18명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 및 정치·경제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CELAC은 2010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한 좌파성향의 대통령들이 미국 주도의 미주기구(OAS)를 대체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회의체다. 이번 CELAC 회의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대변하는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대통령이 반미 정책을 펴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대통령과 공개적인 설전을 벌여 중남미 통합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글에서는 파라과이 대통령이 제기한 의제를 중심으로 파라과이와 중남미 국가들의 현안을 정리했다. 

대통령 2명인 베네수엘라 혼란 지속···
파라과이 백신수급엔 미중 이해관계 얽혀

첫째, 베네수엘라 대통령 문제다. 이번 회의에서 마리오 압도 파라과이 대통령(우파)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좌파)과 격돌했다. 압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상회담에 내가 참석한 것을 마두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 공식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라과이는 (2명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 미국이 인정하는) 후안 과이도 대통령만을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두로 대통령 면전에서 공표한 것이다. 이에 기분이 상했을 마두로 대통령은 압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날짜·장소·시간을 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마두로 대통령의 돌발 지시를 받은 베네수엘라 재무장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파라과이 정부에 “대베네수엘라 채무를 즉시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파라과이는 2011년 베네수엘라로부터 2억7천만 달러 상당의 석유를 15년 상환조건으로 구매한 바 있다. 하지만 파라과이가 OAS에서 반마두로 대열에 합류하자 베네수엘라는 원금 조기상환을 요구하며 2016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신청했다. 그런데 ICC가 과이도 대통령만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2019년부터 중재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우파)은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의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하면서 쿠바 대통령과 상호 비난전을 펼쳤다. 참고로 브라질(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CELAC을 지난해 1월 전격 탈퇴했다. 탈퇴 사유는 CELAC이 좌파 정부들이 주도하는 회의체라는 것이었다. 중남미가 얼마나 이념으로 분열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코로나19 백신공급 불균형 문제다. 이날 파라과이 대통령은 백신수급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보건기구(WHO)의 코백스(COVAX)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라과이는 지난해    8월 430만 회 접종분을 코백스와 계약했으나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파라과이에 인도된 백신은 약 30만 회 접종분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후 파라과이는 백신 제조업체들과의 선제 협상 능력이 부족해 WHO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코백스의 백신 공급 지연에 더해 인도와 러시아에 발주한 백신마저 적절한 시기에 공급이 안 돼 대통령이 탄핵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압도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한편 파라과이가 코로나19 백신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중국이 파라과이에 대만과의 단교를 조건으로 백신공급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바 있다. 다행히도 지난 7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0만 회 접종분을 기증하면서 파라과이의 백신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파라과이는 중국 시노팜과의 직접 계약이 불가능해, 시노팜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합작 생산 중인 UAE 국영기업 G42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G42는 지난 5월 시노팜 백신 25만 회 접종분을 1차 인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백신기증 후인 지난 8월 G42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남은 계약분 공급을 일방 취소했다. 이에 파라과이 정부는 “중국 정부의 (대만과 관련된) 지정학적 결정”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선진국 재정지원 있어야 기후 문제 해결”
셋째, 기후 문제 공동대응 이슈다. 파라과이는 중남미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남미에서는 가뭄이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일례로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3개국을 관통하는 약 4,880km의 파라나 강(R.o Paran.)의 경우 강 수위가 계속 낮아지면서 수력발전량 감소, 강 운송 마비, 식수 부족, 생업(어업) 중지, 목축지 자연 발화, 곡물 생산량 감소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가뭄으로 전력요금, 물류비, 수입물가, 국제 곡물가 연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CELAC이 채택한 공동선언문은 중남미가 겪고 있는 기후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선진국이 재정지원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참고로 파라과이가 정한 2030년 탄소 20% 감축 목표 중 절반은   선진국 재정지원 조건부 감축이다.
넷째, 조직범죄에 대한 공동대응 문제다. 파라과이는 이번 CELAC 회의에서 무기밀매, 자금세탁, 테러자금 지원 등 조직범죄와 마약거래, 납치 및 납치 피해자 갈취에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했다. 1994년 아르헨티나 유대인 회관 폭발 사건과 2001년 미국 9·11 테러에 대한 조사를 통해, 파라과이 국경도시인 시우다드델에스테 지역에서 활동 중인 시아파 레바논계 집단이 테러 활동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시우다드델에스테는 내전(1975~1990년)을 피해 이주해 온 레바논인들이 주로 정착한 국경 무역도시다. 밀수, 마약거래, 무기거래 자금이 돈세탁을 거쳐서 레바논 헤즈볼라(시아파)에 여전히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연결되며, 이란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부와 물물교환 방식의 교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미주 경제공동체 창설, 베네수엘라 및 아이티 난민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CELAC 정상회담에서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까지 포함하는 미주 경제공동체’ 창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CELAC은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분류하는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포함돼 있는 반면 경제 대국 브라질은 불참하고 있어 멕시코의 제안을 미국에서 적극 검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막혀 있던 국경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와 아이티의 난민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마두로 집권 이후 탈출한 베네수엘라인들이 남미 전역으로 이동했는데 특히 접경 국가인 콜롬비아에 120만 명, 브라질에는 40만 명 정도가 집중적으로 입국했다. 아이티 난민들은 2010년 대지진 이후 남미국가에 불법 입국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남미에서 외국인 혐오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경제 난민들이 그동안의 정착지를 떠나 미국으로 무작정 향하고 있다.  
미국이라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국에 귀국할 수 있는 여건 조성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 시점이 제일 중요해 보인다. 지난 8월부터    2명의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티는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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