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미국의 유명한 생태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그 과정에서 인류와 함께 살아온 수많은 생명을 사라지게 했고, 이는 결국 인류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윌슨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전자의 다양성, 종의 다양성, 서식처의 다양성, 즉 생물다양성을 지킬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서 2016년 발표한 「지구생명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2년 사이 육상생물은 38%, 담수생물은 81%, 해양생물은 36% 줄어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58% 감소했다. 생물 소멸의 원인은 무분별한 남획 (37%), 서식지 악화와 변화(31.4%), 서식지 감소(13.4%)로 대부분의 원인이 인간에 의한 남획과 개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수생물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된 것도 전 세계적으로 개발 과정에서 담수자원이 오염되고 소실됐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로 구성돼 있어 소수의 종이 사라질 때는 그 피해가 미미하다. 쌀이 없으면 옥수수나 밀을 먹으면 되는 것과 같이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가 아닌 다수의 종이 사라지게 되면 지구의 생명들은 급격하게 감소한다. 쌀과 옥수수와 밀이 동시에 사라진다면 인류는 심각한 기아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실제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과 40년 사이에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58% 감소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구상에서 생물이 감소하는 것은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인구보다 실제 인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국제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F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지구의 수는 이미 1.7개에 달한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토지 면적이 필요하다. 에너지, 주거, 음식 등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면적이다. 그런데 이 면적이 현재 지구 면적의 1.7배 규모인 것이다. 이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 국토 면적의 약 8.4배에 달하는 토지를 필요로 한다. 결국 우리 국민은 우리 국토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제공하는 에너지와 식량자원 등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생태발자국 크기는 더 증가해 외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생태발자국 크기의 증가는 결국 해당 국가의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속하지만 생태발자국 크기나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하위에 속한다. 생물다양성 보전 없는 경제성장은 결정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와 음식 소비량 등을 줄이며 생태발자국 크기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너무 둔감하다. 그래서 우리는 윌슨의 이야기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호랑이가 사라졌고, 늑대와 곰이, 여우와 토끼가 사라졌다. 그리고 개구리와 뱀이 사라지고 있다. 그다음 사라지는 존재는 바로 우리일 수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