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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몇 가지 숙제
박필호 전 유네스코 중앙아시아학술국제연구소장 2021년 12월호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하 4IR) 시대의 입구에 서 있다. 1차, 2차 산업혁명과 달리 3차 산업혁명을 발판 삼아 시작된 4IR은 그 끝을 가늠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파급효과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투명하고 저렴하지만 더욱 질 높은 재화와 서비스를 요구할 것이며, 기업·정부 등 공급자들은 끊임없는 혁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인간사회가 지금껏 갖고 있던 각종 개념이 무한하게 확장·변형될 조짐이 있다. 이런 끝 모를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가장 시급한 일은 인문학(Humanities)과 예술(Arts) 그리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아우르는 융합형(HASTEM)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설계에도 철학적·심리학적 고려가 필요하고 외장도 예술적이고 생활 친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윤리적으로도 건전해야 한다. 아바타의 범죄가 현실세계로 연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인류학적 고찰 아래 어떤 특정한 사회의 특유한 문화를 폄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초중고 교육에서 독서와 창작학습이 선행되는 가운데 ‘문제제기-해결’식의 교수법이 전 과목에 걸쳐 적용돼야 한다. 융합에 관한 적절한 교육콘텐츠가 준비될 때까지는 우선 대학에서 인문·예술과 과학·공학 간 복수전공제와 부전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KAIST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를 교수로 초빙해 강의를 맡기기로 한 것은 크게 박수 받을 일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적 통합(social cohesion)’이다. 지난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인간 소외’는 사회적 통합의 큰 장애물이었다. 4IR 시대에도 자본, 지식,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 세대 간의 갈등, 이해집단 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향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신기술 및 신제품, 플랫폼, 네트워크, 가상세계 등이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빈곤 등의 이유로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이 고립되는 ‘인간 단절’의 시대가 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공공 교육과 사회적 교육을 확대하고 공평한 정보 접근 및 활용 기회를 보장해 사회적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정부 모두 각자 4IR 시대에 걸맞은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춰야 한다. 특히 정부조직과 일제강점기 유산인 관료제를 효율성 높게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을 통합해 실무부처들과 밀접한 소통체계를 형성하고 부처 중심 행정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관료들의 전문성 빈약, 경직된 채용 및 승진 제도, 행정행위의 불공정과 불투명성, 낮은 청렴도, 일상화된 톱다운식 업무처리,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현재 18부, 4처 등의 정부조직을 재조정하고 특히 과학기술정책과 경제정책은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권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팀장급 담당관들에게 집행 전결권을 대거 이양하고 실국과장들에게도 실무업무를 부여해야 하며, 한 부처의 의사결정에도 관련된 모든 부처가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수평적 기능형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IR 환경을 뒤쫓기도 벅찰 것이다.
앞으로는 가상정당들과 가상국회가 정치를 주도해 현실영역과 충돌을 일으키고 가상세계 대통령이 현실 대통령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다. 현실의 공소 및 재판 제도도 가상세계의 사법영역으로부터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가상의 여러 전문직이 현실세계의 해당 직역을 압도해 존립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준비하고 맞이하는 세계와 뒷북치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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