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시평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한 인구정책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22년 01월호


우리나라의 인구현상은 그저 인구 특성이 바뀌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로까지 인식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그동안 인구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초저출산 현상과 급속한 인구고령화였다. 그런데 최근 문제로서의 인구현상에 대한 사회적 혹은 정책적 관심이 비단 초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다른 방향으로 파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학가의 위기가 현실화됐다. 곧 징집할 수 있는 병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모병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농촌은 물론이고 거점도시, 심지어는 광역시에서 청년들이 대규모로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지역소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는 89개 기초지자체를 소멸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올해부터 연간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수면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제도의 붕괴 위험 역시 인구문제 중 하나다. 이처럼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를 넘어 수많은 사회 제도와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이 이렇게 복잡다단한 인구문제들을 모두 담고 있는지 한번 따져봐야 한다. 현재 정부의 인구정책 기본 틀은 2005년에 만들어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다. 당시는 1.5~1.6명 수준을 유지하던 합계출산율이 갑자기 1.1명대로 떨어졌고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서 소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을 때다. 그래서인지 인구정책은 그 타이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듯 저출산과 고령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에 따라 기본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타이틀에 있기보다 기본법의 내용에 있었다. 제8조 자녀의 출산과 보육, 제9조 모자보건의 증진 등 저출산과 관련된 조항들은 인구정책을 출산과 보육 그리고 모자보건 분야로 한정해 버렸다. 사실 출산·보육과 관련해서는 「영유아보육법」이, 모자보건 증진과 관련해서는 「모자보건법」이 이미 있었음에도 인구정책을 이들과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고령사회정책 쪽도 다르지 않았다. 조항의 제목들만 봐도 이 법이 인구정책을 위한 법인지 노인복지를 위한 법인지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이와 같이 지난 15년 동안 인구정책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매몰돼 왔고, 그것도 모자보건, 영유아 보육, 노인복지 분야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 이유가 바로 인구정책의 기본 틀인 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법이 이러니 각 부처에서는 인구 때문에 앞으로 부처에서 관리하는 분야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 짐작을 하더라도, 스스로 앞장서서 그 변화에 대응하려고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작업을 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인구현상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정책의 기본 틀인 관련 법도 그것에 맞춰 새롭게 마련돼야 옳다. 
지금부터라도 인구를 저출산·고령화처럼 사업들의 종속 변수로만 보지 말고, 수많은 분야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결정 요인으로 여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새로운 법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인구정책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하는 도구다. 이렇게 미래가 밝아지면 출산율은 따라서 오르게 돼 있다.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인구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