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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변화의 현장을 가다
농업의 변신: 금산 깻잎 농장이 AI기술을 만나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2022년 01월호
 
  

태곳적부터 인류와 함께한 농업은 가장 근원적인 생산 방식을 유지해 왔다. 땅과 인간 노동력이 주된 생산요소로 첨단기술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런 농업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에도 등장한 것이다.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나 덴마크는 스마트팜 농업에 집중해 오면서, 심지어 공장 형태로 농산물이 생산돼 농업이 주력 국가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스마트농업은 아직 초보 단계다. 시설 규모나 재배 농법에서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몇몇 지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며, 늦었지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 시설투자 방식이 아닌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도 가능한 모델 구현을 위한 현장 실험이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깻잎 농장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깻잎 생산지 금산, 수경재배와 AI로 변화 꾀해
인구 5만 명의 금산에는 6,300여 농가가 있다. 그만큼 농업이 주를 이루고, 전국 잎들깨(깻잎) 생산의  42%를 담당하고 있다. 금산군의 인구는 1970년대 초반 13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도시에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지방소멸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산군에 변화가 찾아왔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혁신센터가 금산군 등과 손잡고 금산 깻잎 농가를 대상으로 디지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측은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ICT 인프라 지원 대상을 물색했고, 농업에 ICT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디지로그㈜의 대표인 서현권 동아대 교수가 스마트팜을 제안하면서 급진전됐다. 여기에 금산군에서 영세 고령농가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의견이 모아졌다.
김현술 금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그동안 해온 스마트팜은 AI 기술이 없는 자동화 시스템 정도였다고 지적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기서 더 나아간, AI가 접목된 스마트팜이다. 센서나 카메라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계까지 기대하고 있다. 딸기나 토마토, 파프리카는 어느 정도 데이터가 구축된 반면, 깻잎은 데이터가 전무한 상태이고 금산의 시도가 최초다.
농촌진흥청과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은 금산 선도 농가를 대상으로 깻잎 수경재배를 지원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선정돼 시설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수경재배를 시작한 조은농장의 박상영 대표는 휴대폰 앱을 통해 언제든지 하우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팜과 수경재배를 하면서 수확량이 40% 늘었다고 한다. 수확 주기가 빨라졌고 상품성도 좋아 수확량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시간과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다. 토양재배는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해야 하지만 수경재배는 베드가 무릎 높이에 위치해 서서 수확할 수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박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계속 찾아내 시도하고 있다. 이런 박 대표의 모습이 흡사 연구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농가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팜의 본격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 것도 같았다. 
 
결국은 사람이다…
농업 분야 AI 전문가 육성 급선무

네덜란드는 2018년부터 농업AI 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2019~2020년 열린 2회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디지로그팀이 최종 3위를 차지했다. 디지로그팀은 서현권 동아대 교수가 팀장이 돼 꾸린 프로젝트팀으로, 방울토마토를 유리온실에서 6개월간 원격으로 재배했다. 
서현권 교수는 농업 분야 AI 전문가다. 농업과 AI를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이제는 대학에서 직접 인력을 육성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1월부터는 ‘애그테크 농식품 인공지능 아카데미’를 통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운영팀과 함께 농업 분야 AI 인재를 키우는 애그테크(AgTech) 아카데미를 시작한다.
오늘 금산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얻었다. 협력이 그 첫 번째다. 필요를 느끼는 사람,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 그들을 돕는 사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거다. 이들을 연결하는 만인산농협 이야기도 그 속에 있다. 
하나 더 있다. 조은농장 박상영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과거에는 작물을 주인 발자국 소리가 키웠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키운다고 한다. 데이터가 말해 줄 것이다. 지금은 수확을 할 때라고, 지금은 수분이 더 필요한 때라고. 작지만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금산 깻잎 농가를 통해 우리 경제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봤다. 


인터뷰 1: 김현술  금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금산에서 스마트팜이 어떻게 시작됐나.
스마트팜은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커 생산성이 담보된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세 가지에 집중됐다. 금산의 핵심 작목인 인삼은 노지작물이어서 스마트팜을 적용하기 어렵고, 두 번째 핵심 작목인 깻잎은 시설작물이나 소규모로는 수취가격이 낮아 스마트팜 도입이 늦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민승규 박사가 금산군과 인연이 있어서 세계 농업AI 경진대회에서 인정받은 자신의 기술을 금산 깻잎재배에 접목해 보자 했다. 

현장에서 스마트팜을 쉽게 받아들였나?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상승으로 기존 재배면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하우스를 늘려왔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못 들어오니 재배면적을 감당하기 어려워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비를 안 맞는 하우스에서 화학비료를 계속 사용하며 3년 이상 재배하면 염류 집적이라고 해서 생리적으로 장애를 받는다. 땅에서 하니 병충해도 많아지고 관리상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양액이라는 새로운 재배법을 도입하니 관리가 됐다. 양액 비율을 조정할 수 있고, 센서로 온·습도를 체크하며 병해충을 저감해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까지 10농가에 25동 정도를 시범 조성해 양액재배를 보급했는데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아마존의 기술로 데이터가 축적된다는데.
서현권 교수 팀이 아마존과 협력해 AI기술을 도입하고 여기에 각종 센서나 카메라 등이 활용된다. 농가에서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해 주고 있고 귀농귀촌한 사람 중 전자·통신 분야에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구축되면 2022년부터는 AI기술을 가미해 수확시기, 품질, 양액비율 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깻잎에서 성과가 나오면 다른 작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농업에 AI기술이 많이 쓰이면 청년 농업인 유입이 확실해질 것이다. 금산군에서도 스마트팜 온실을 지어 금산으로 들어오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3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깻잎의 시장가격이 높지 않은데, 이것으로 금산을 먹여살릴 수 있나?
깻잎 한 장 가격은 10~20원 정도다. 그런데 깻잎은 연중 출하가 되는 작물이다. 깻잎을 600평 이상 재배하는 농가는 소득이 꽤 되는 편이다. 금산의 6천여 농가 중 주업 농가는 4천여 가구 정도. 그중 2,184호가 참여한다는 것은 농가 수취가격이 좋다는 이야기다. 특히 농업에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 해 제값을 못 받고 폐기 처분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금산 깻잎만큼은 생산자가 간이출하장에 내놓으면 농협이 수거해 유통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다. 그래도 우리 농업이 안정되려면 수출이 기반이 돼야 한다. 양액재배 스마트팜이 확대되면 검역에 유리해 깻잎 수출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깻잎의 고유한 향은 음식에 향을 많이 쓰는 동남아에서 선호한다. K드라마의 영향으로 우리 깻잎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져 수출도 늘고 있는데, 최근 중동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의 유통시스템이 인상적이다.
금산 만인산농협에서 유통사업 단위 조직이 구성돼 유통을 책임진다. 지역 농협 중 유통을 가장 잘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텃밭에서 깻잎을 재배해도 농협에 유통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초기 투입자본이 적고 연중 여러 번 파종할 수 있는 깻잎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여기에 유통시스템까지 받쳐주니 귀농귀촌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농업 신기술을 전파하고, 젊은 후계농을 육성한다. 농업대학 형태로 5개 과정 1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농기계 임대사업이나 토양 검사 등 농가 지원도 한다. 또한 귀농교육센터를 열어 귀농가구가 최대 2년까지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농업 현장 애로기술을 외부와 협력해 해결하는 일도 한다. 스마트팜에 AI를 접목하는 데 어떻게 데이터를 통합시킬 것인지 농촌진흥청 연구부서 및 충남농업기술원과 함께 협력한다.

정부에 바라는 사항은? 
스마트팜 초기 자본을 정부에서 100% 지원해 줄 수는 없으니 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팜 온실 구축에 2% 저금리 상품만 활용할 수 있어도 스마트팜이 빨리 확산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스마트팜이 확산되면 ‘식물공장’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 유리온실까지만 농업시설로 본다. 스마트팜은 조금 다른 개념의 시설이나 행위 과정은 농사짓는 것과 같다. 농업진흥구역에 박스형 식물공장도 허용해야 한다.


인터뷰 2: 서현권 동아대 교수, 디지로그㈜ 대표

왜 금산의 깻잎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국내 깻잎의 절반을 생산하는 금산에 귀농인들이 모여드는데, 아쉽게도 깻잎재배 매뉴얼이 없었다. 매뉴얼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 깻잎 성장과 관련된 객관적인 수치 자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농장에 카메라를 달았다. 아마존(AWS) 프로젝트는 AWS 클라우드 혁신센터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열정 덕분에 쉽게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마존에 던진 메시지는 농업 분야에 AI나 클라우드 기술이 사용되면 AWS를 사용할 환경이 만들어지니 일단 해보자는 거였다. 아마존이 디지털 격차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의 도농 간 디지털 격차를 강조했다. 현재 농업 부분에서 AI나 기술 개발은 대규모 농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도 안 하려는 게 무엇인가 찾다 깻잎을 만났다. 

10농가, 25동으로 데이터가 충분히 구축될 수 있나? 
아마존과 시작할 때 본 프로젝트의 목표를사용자들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최소한의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으로 설정했다. 농민들은 연령대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편차가 크다. 그래서 얼리어답터를 모집해 달라고 금산군에 요청했다. 우리가 정의한 얼리어답터는 ‘지금 나의 농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농민’이다. 스케일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더 많은 농가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더 진행되면 데이터 수집에서의 표준화 이슈도 짚어봐야 한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농업환경은 우리와 많이 다른데.
한국은 소규모 비닐하우스 온실이 대부분인데 네덜란드는 99%가 유리온실이다. 재배면적도 네덜란드는 평균 7ha인데 우리는 1ha도 안 된다. 우리 같은 농가에 AI서비스를 해보자는 것이 AWS 클라우드 혁신센터 스마트팜 챌린지다. AWS가 인프라를 제공하고 디지로그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첫 번째 기능은 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농가에 ‘창문을 30%로 닫아주세요’ 같은 의사결정을 제안한다. 두 번째는 카메라를 설계해 사람 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했다. 카메라 시스템은 온실 천정의 레일을 따라다니며 자동으로 작물을 관찰하고 생육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올해 중반 이후에는 질병도 탐지할 것이다. 24시간 작동하며 이상 상황이나 발육 상태를 실시간에 가깝게 탐지하고, 출하량도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영상이나 데이터가 모여 올해 초 초기 형태의 AI 모델이 개발되면 서비스를 시작해 농가 피드백을 받아가며 2~3년 정도 진행할 것이다. 금산의 사례는 아마존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금산 외에 소개할 만한 스마트팜 사례는? 
S기업에서 수소연료전지와 연계된 스마트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열을 스마트팜 온실에 공급해 식물들이 광합성하는 데 쓰게 하는 것이다. 폐열은 작물 재배에 사용하고. 추후 탄소국경세 등이 본격화되면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얼마나 바뀌는지에 대한 부분이 경제적인 이윤으로 환산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한다. 발전소가 운영되는 지역은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어서 최대한 원격으로 AI를 활용한 방법을 찾다가 나와 연결됐다.

우리나라 스마트팜, 어디까지 왔나?
첨단기술들이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테믹 팜이 스마트팜이다. 일부 학자들은 생산, 가공, 유통 등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전 과정을 ‘스마트 파밍’의 밸류체인으로 본다. 농업에 적용되는 모든 기술이 다른 산업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반 기술이 탄탄한 우리나라는 이를 잘 융합하면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다. 스마트팜 기술이 거의 시설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지금까지는 하드웨어를 잘하는 회사가 지배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하드웨어를 갖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진다. 분석이나 추천 서비스, 그다음에 AI를 활용한 예측 등에 시장이 더 열리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우리 농업의 전망은 밝은지? 
농업과 IT 프로그래밍, 이 두 가지를 잘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려고 한다. 최근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졸업 프로젝트로 스마트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이들이 아마존 금산군 깻잎 프로젝트에서 일부를 개발하고 있다. 농업을 잘 아는 사람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본다. 지금은 밸런스가 안 맞는 경향이 있어서 농업에서 AI나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인력을 키우자는 것이 학교의 방향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농업에서 스타트업이 나올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다. 엔씽이나 그린랩스, 아이오크롭스 같은 회사들이 수십억 원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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