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됨에 따라 주요국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가속화된 것이다. EU(2019년 12월)에 이어 중국(2020년 9월), 일본(2020년 10월)이 탄소중립 선언에 나섰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우리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게 된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에 더해 EU와 미국의 탄소국경세(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수입할 때 규제차액만큼의 세금 부과)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 등 민간부문에서도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 참여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돼 이제 탄소중립으로의 이행은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구체화하기 위해 2021년 10월 중간단계로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정점) 대비 당초 26.3%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탄소중립, 우리의 높은 무역의존도와
제조업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엔 도전적 과제
그러나 탄소중립은 우리에게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우리 경제구조가 무역의존도가 높은 구조일 뿐 아니라 산업구조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중심(2019년 기준 제조업 비중: 한국 28.4%, EU 16.4%, 미국 11%)으로 구성돼 있고, 특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2019년 기준 비중: 한국 8.4%, EU 5%, 미국 3.7%)이 주력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고탄소에서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그 과정에서 산업계의 부담이 증가하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목표는 우리 산업을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대전환해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를 달성하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가 탄소중립 시행 원년이라는 각오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탄소가격의 시그널을 강화할 것이다. 탄소가격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국가배출권 총량의 70%에 적용)를 중심으로 탄소가격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상향된 NDC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배출권 할당계획(2021~2025년)의 변경을 검토하는 한편, 배출권 가격의 급등락을 완화하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 확대, 파생상품 도입 등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둘째,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탄소중립 및 NDC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2021년 7조3천억 원에서 2022년에는 11조4천억 원(경제구조 저탄소화 7조9천억 원, 저탄소 생태계 8천억 원, 공정한 전환 5천억 원, 제도적 기반 2조2천억 원)으로 확대했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에 중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2조5천억 원)을 신설했고, 올해부터 탄소감축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탄소배출 감축 유인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매각수입을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기후대응기금 신설, 금융·세제·기술 지원 등으로
탄소감축 기업의 부담 최소화
특히 정부 지원이 확실하게 탄소감축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실적과 정부 지원을 연계할 방침이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한 기업을 다음해 지원 대상자 선정 시 우대하는 등 성과연동 재정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올해 예산에 신규로 포함된 중소기업 탄소중립 전환 지원사업(55억 원)은 이러한 실적 기반으로 집행될 것이며, 향후 적용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체계적으로 탄소감축 실적에 근거한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예산·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운용에 반영)를 도입해, 올해에는 시범운영하고 2023년부터는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셋째,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정책금융기관의 녹색 분야 자금지원 비중을 2021년 6.5%에서 2030년에는 그 두 배인 13%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금융회사, 기업, 투자자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녹색금융 여부를 쉽게 판단해 대출, 투자할 수 있도록 녹색 분류체계(taxonomy)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에 감축설비 및 공정개선 자금을 대출할 때 탄소저감 효과를 근거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되 감축실적 미흡 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금융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넷째,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을 신성장·원천 기술에 추가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다섯째, 탄소감축 기술에 대한 정부 R&D를 확대할 방침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수소·연료 전지,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혁신기술에 대한 R&D 예산을 2021년 1조3천억 원에서 2022년에는 1조8천억 원으로 40% 확대했고, 탄소감축 기여도가 높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중립 혁신기술개발사업(1조8천억 원), 산업통상자원부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6조7천억 원) 등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데 신속히 완료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탄소가격체계 강화와 재정, 세제, 금융, R&D 등 다양한 지원정책이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 달성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