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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의 ‘새로운 자본주의’, 과녁 꿰뚫는 한 발의 화살 될까?
안재현 KOTRA 일본 오사카무역관 과장 2022년 01월호


일본은 1년간의 짧았던 스가 내각이 막을 내리고 지난 10월 4일 임시국회를 통해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일본 사회는 새 내각이 코로나19로 무너져가는 일본경제를 되살리고 미래 사회의 과제들을 해결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및 임금 상승 통한 경기부양 목표 달성하지 못한 아베
길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임 기간, 그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3개의 화살’이 과연 과녁을 명중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 개의 화살은 각각 비전통적 금융완화 정책, 적극적인 재정정책,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전략을 의미한다. 시장에는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며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증진, 해외투자 증가 및 관광산업 확대 등의 다양한 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일본경제가 새로운 황금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많았다.
실제로 그의 재임 기간 일본의 실질 GDP가 5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일본경제가 외형적인 성장을 보였다. 또한 실업률은 재임 초기인 2012년 4.3%에서 2019년 2.2%로, 청년 실업률은 7.2%에서 3.8%로 절반가량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당시의 기업 경기 및 소비자 인식 조사들을 찾아보면 아베노믹스로 기업 수주가 늘었다는 응답이 많았고 분위기도 더욱 활기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후반기 그리고 그의 퇴임기 및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취임기의 일본경제 상황을 보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특히 당초 세 개의 화살의 최우선 과제였던 ‘만성적 디플레이션 극복’은 달성되지 못했고 경제체제의 체질 개선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해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극복하고자 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0.27%에서 2019년 0.48%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한 실질 임금은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12년 104.5에서 2019년 99.8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플레이션 및 임금 상승으로 인한 경기부양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GDP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명목 및 실질 GDP 성장률은 점점 둔화하고 있어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아베노믹스의 대담한 재정정책으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건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의 GDP 대비 총국가부채 비율은 2012년 229%에서 2019년 238%로 확대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GDP 대비 기초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2012년 2.7%에서 2019년 12.8%로 10.1%p 악화됐다는 점이다. 기초재정수지는 금융비용을 제외하고 계산한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의 차액으로 기초재정수지가 높을수록 초과 수익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채에 대한 향후 대비가 가능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부채 규모 자체의 증가도 문제지만 기초재정수지의 악화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스가 총리는 새로운 기대주로 등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본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스가 총리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짧은 임기를 마치고 일본을 부흥시켜야 하는 사명을 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넘기고 떠나게 됐다. 기시다 총리가 변함없는 일본의 고질병과 함께 새롭게 드러난 디지털화, 공급망 안정화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아베노믹스의 과녁은 무엇을 꿰뚫으려 했는가’다.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는 결국 일본경제 구조의 개혁이다. 경제성장률 저하라는 표면적 현상만을 살펴보기보다는 왜 해당 현상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데, 생산성 저하를 그 원인으로 꼽는 의견이 많다. 특히 노동생산성이 낮아지고 있음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본 생산성본부 발표에 따르면 OECD 통계 기준 2019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7.9달러로 OECD 회원국 37개국 중 21위였고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8만1,183달러로 26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더욱 부각된 구조적 문제,
기시다식 성장 모델로 해소될 수 있을까?

노동생산성 감소는 일본이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아날로그적 업무수행 방식과 경직적인 조직체계, 늦은 디지털화 등으로 구체화돼 표면에 드러났다. 초창기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각 기관의 단절적 업무 수행은 일본의 행정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였다.
일본의 생산성 저하 원인을 파악함에 있어, 일본이 디지털 기술 개발 자체에서 늦은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저항이 컸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늦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고도화되는 클라우드 기술과 컴퓨팅 기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은 업무수행 및 의사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중국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빠르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 및 업무 체계로 전환하며 생산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일본은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을 유지한 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정체된 일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당선 후 첫 기조연설에서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루는 순환형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즉 중산층 확대를 위한 대기업 이익의 분배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소비를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성장을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을 표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현실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지난 12월 6일 임시국회 연설에서는 디지털화와 탈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정책과 함께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점진적으로 정책 공약을 실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정책이 진정한 과녁을 꿰뚫기 위해서는 해당 정책이 일본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만성적 질병을 앓고 있는 일본경제에는 경제학 원론에서 말하는 긍정적인 외생적 공급 충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기술의 발전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일본의 의사결정 과정 및 경직적 사회구조의 혁신이야말로 예상치 못한 변화로 일본을 크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한 발의 화살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시다 총리가 과녁을 꿰뚫음으로써 일본이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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