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ESG는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CEO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선포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온 ESG 활동을 보면 크게 위원회 설립, 채권 발행, 환경 캠페인에의 동참 등으로 요약된다. 2021년 상반기 동안 60여 개 기업이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단순 계산하면 평균 2~3일에 1개씩 만들어진 것이다. ESG 활동에 쓰이는 것을 목적으로 발행된 ESG 채권은 2021년 1분기 발행 규모만 16조7,576억 원, 이 중 국내 민간 기업들의 발행 규모는 7조1,7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배나 급증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나 RE100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일회용컵 안 쓰기, 쓰레기 줄이기, 전력 아끼기 등 친환경 행사나 광고, 이벤트 역시 연일 이어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대중에 생소하기만 했던 ESG가 언론과 기업들의 홍보 등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친숙한 용어가 됐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1월 28일까지 ‘ESG’ 키워드로 언급된 기사 수는 3만5,061건이었다. 하루에 100여 건의 기사가 쉬지 않고 나온 셈이다. ESG 금융 상품도 속속 만들어지면서 많은 투자금액이 ESG로 몰려들었다.
ESG, 즉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는 기업의 3대 비재무 지표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이윤 창출만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아니라 시장 우선주의가 초래한 각종 환경·사회 문제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기존의 사회공헌활동(CSR)이 사회적 명성과 기업 이미지를 위해 해온 활동이었다면, ESG는 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생존의 이슈가 된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부터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최고경영자가 처벌을 받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유럽에서는 2023년부터 탄소에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 도입된다.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나 줄여야 하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등 팬데믹의 위기는 여전하다.
기업을 둘러싼 ESG 환경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ESG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에서도 ESG를 단순한 명분 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면서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1년이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ESG에 대응하는 데 주력한 한 해였다면, 2022년은 차별화된 경영전략으로 ESG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하는 해가 돼야 한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다. 기호지세(騎虎之勢)란 고사성어가 있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로 한번 시작했으면 목적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말라는 뜻이다. ESG도 이제는 멈출 수 없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ESG 경영을 선언한 기업들은 중도에 그만두기보다 목표한 바를 이룰 때까지 ESG 경영을 추진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ESG 경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거대 시장에서 막대한 부와 가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