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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잠깐 다녀오겠습니다겨울이어서 더 좋다 온 가족이 모여 떠나는 체험여행
임운석 여행작가 2022년 02월호

 

설날이 있는 2월은 그리운 가족들이 만나는 달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정담을 나누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기회다. 
즐거운 체험이 있는 곳,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 옛 탄광이 문화로 새롭게 태어난 곳을 찾아 가족여행을 떠난다.

평창 양떼목장, 자연과 동물과 교감을 나누다

예전에는 명절만 되면 공항이 인산인해였다. 연휴를 맞아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서였다. 요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혔다.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우리나라 명소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평창에 있는 대관령양떼목장은 스위스의 알프스 겨울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대관령 아래 넓게 펼쳐진 능선은 하절기에는 푸른 초지로 덮여 있다가 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면 눈부신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어디선가 목동이 어린 양 떼를 몰고 나타날 것처럼 동화 속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다. 아쉽게도 11월 중순에서 다음 해 봄까지 양 떼를 방목하지 않는다. 양들의 먹이가 되는 초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건초 먹이를 줄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 그것으로 순수한 눈빛을 반짝이는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곱슬곱슬한 머리를 들이밀며 맛있게 사료를 받아먹는 모습이 귀엽다. 게다가 양들은 계절 번식 동물로서 겨울철에 출산한다. 기회가 된다면 흰 솜뭉치처럼 귀여운 아기 양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양 떼 먹이 주기 체험 말고도 대관령양떼목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목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눈이 내린 날은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려온다.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설경을 담기 위해서다. 매표소와 자작나무 쉼터를 지나 왼쪽 언덕을 향해 올라가면 대표적인 포토존인 움막이 나온다. 무심한 듯 언덕 위에 서 있지만, 인생 사진을 찍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황량한 능선 위에 홀로 서 있는 움막은 목가적인 감수성을 자극한다. 움막을 지나 해발 920m의 목장 정상에 서면 저 멀리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로나 블루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 여행 팁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인근의 대관령 눈꽃마을 눈썰매장을 찾자. 국내 유일의 봅슬레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시골집의 추억 소환하는 아산 외암민속마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고향’이란 말의 정서가 어떨까. 예전만큼 향수가 짙지는 않을 듯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시골 외갓집을 드나들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흙냄새, 풀냄새, 아궁이 불 냄새, 논밭의 거름냄새…. 시간이 지나도 후각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산 외암민속마을은 기성세대에는 고향의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외갓집의 추억을 절묘하게 소환한다. 혹시나 그런 추억이 전혀 없을지라도 이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고향의 모습 그대로다.

외암민속마을은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됐다. 약 500년 전부터 예안 이 씨 일가가 모여 살고 있다. 전국의 전통 마을 가운데도 손꼽히는 곳으로, 박제된 것처럼 한옥을 전시하는 마을이 아니다. 수백 년 전부터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삶의 터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돌담길이다. 고불고불한 미로처럼 이어진 돌담길이 무려 5km에 달한다. 담장은 어른 가슴팍 높이로 안팎의 사람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만큼 정겹다. 돌담길을 따라 과거로 시간여행하듯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500년 전에는 양반과 평민이 구분돼 살았겠지만, 지금은 10여 채의 반가와 초가가 잘 어우러져 그림처럼 조화롭다. 기와집은 참판댁, 종손댁, 송화댁, 참봉댁, 교수댁, 건재고택 등 100~200년 정도 된 집들이다. 택호는 주로 관직에서 따온 것이 많다. 송화 군수를 지냈다고 해 송화댁, 참봉이나 벼슬을 했다고 해 참봉댁, 주인이 성균관 교수를 지냈다 해 교수댁이라 부른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마을 초입에 있는 신창댁에서 차려내는 시골 밥상을 꼭 먹어보자. 지글지글한 온돌방에 앉아 밥을 먹으면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기분이 난다.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와 김치, 청국장 등 반찬은 소박하지만 입맛을 돋운다. 

▷ 여행 팁  외암민속마을을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한옥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한옥의 특성상 외풍은 조금 있지만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있어 춥지 않다. 

정선 삼탄아트마인, 멈춰선 폐광이 예술로 피어나다

아리랑의 고장 정선은 한때 탄광 도시로 유명했다. 1970~1980년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수많은 가장이 석탄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피땀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귀한 밑거름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광부들은 떠나고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와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가 있다. 한국인이 가봐야 할 여행지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삼탄아트마인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삼탄’과 예술을 뜻하는 ‘아트’,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의 합성어다.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하다가 2001년 폐광한 옛 삼척탄좌 정암 광업소를 새롭게 단장해서 2013년에 문화예술단지로 문을 열었다. 옛 폐광에 남겨진 흔적들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아트로 재창조됐다. 

광원들의 손때 묻은 장비와 빛바랜 서류뭉치들은 무심한 듯 놓여 있으나 설치예술 작품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종합운전실의 낡은 기계와 채광 이후 더러워진 옷을 빨았던 세탁기는 멈춰 섰지만 한때 긴박하게 오갔을 치열한 탄광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300여 명의 광부가 동시에 이용하던 거대한 샤워장도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세월의 더께가 남아 있는 낡고 누추한 목욕탕도 예술의 옷을 입으니 예전의 온기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본관 1층과 연결된 다리를 지나 레일바이 뮤지엄으로 들어가면 삼탄아트마인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 광부들을 갱으로 이동시키고 채굴한 모든 석탄을 집합시키던 시설로, 직경 6m, 깊이 600m의 원통형 수직갱도에 설치된 거대한 산업용 엘리베이터다. 매일 이곳을 드나들던 광부들은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분이었을 게다. 갱도 밖으로 나오면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보인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았던 광부의 삶이 숭고하게 다가온다. 

▷ 여행 팁  겨울철 눈꽃여행을 즐기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중무장을 한 채 높은 산으로 반나절 이상 트레킹을 하며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하지만 정선 만항재는 그런 과정 없이도 환상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가는 고개이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와도 제설작업이 빨라 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차를 몰아 해발 1,330m의 만항재에 내리면 눈꽃으로 피어난 천상의 화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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