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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한중 수교 30년, 새 전략이 필요하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2022년 02월호


올해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필자는 1992년 수교 당시 베이징에서 일했다. 외교부와 경제부처 등 정부 관계자들이 ‘대한무역진흥공사 베이징사무소’라는 간판을 달고 준비 작업을 했는데, 수교 후 정식 대사관으로 바뀌었다.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 규모는 64억 달러에서 3,015억 달러로 확대됐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 됐고,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본과 1, 2위를 다툴 정도가 됐다. 

한중 경제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우호적인 국제 환경, 한중 보완적 경제구조가 작용했다. 1992년 덩샤오핑 지도자는 남순강화(南巡講話)로 개방을 통한 발전을 강조했고 외국은 대중국 투자로 화답했다. 중국은 그 후 WTO에 가입해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초기에는 섬유 봉제 등의 무역 투자로, 그 이후는 중간재 부품 등을 수출함으로써 중국과 거래했다. 중국 공장에서의 조립·가공을 축으로 한 한국-중국-미국의 삼각 무역체제도 형성됐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국제정치 지형이 바뀜에 따라 한중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중국이 ‘우뚝 섬’을 뜻하는 굴기()를 선언하고 시장 원리보다 국가 통제를 우선하는 정책을 취하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했다. 국제적인 생산 네트워크에서 중국을 떼어내고자 하며, 한국에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한중 산업구조도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로 변해 세계시장에서 부딪치는 품목이 많이 늘고,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는 품목도 반도체, 의료기기, 정밀과학기기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수교 30년이 되는 올해, 중국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올 가을 시진핑 주석이 연임할 예정이며, 중국과 미국의 패권 및 체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의식해 중국 체제나 제도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는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위치에 걸맞게 할 말은 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와 배치된 중국 국영기업 보조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일은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대중국 무역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출 물량 증가가 거의 한계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첨단 고가 기술제품 수출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산업 기술 향상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산업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유럽 회사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에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도 있다.

서비스 교역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주춤해졌지만, 세계 서비스 교역은 상품 교역보다 빨리 성장했고, 중국도 같은 추세다. 특히 IT, 금융, 교육, 문화예술, 지식재산권 등 잠재력이 큰 서비스산업의 교역을 늘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9차까지 협상을 진행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해 양국 간 서비스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중국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사드(THAAD)를 핑계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등이 원인이지만, 그 나라 국민을 같이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 올바른 관계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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