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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혼자서 공부하는 이들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저자, 에세이스트 2022년 02월호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많이 공부하면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1월 칼럼을 읽은 독자들 중 나의 새해계획도 똑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면 좋을지를 물어보는 분이 꽤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관심 분야의 책을 일단 다섯 권 정도 읽는다” 말고는 내게 마땅한 답이 없다는 것을. 그 질문들은 내가 평소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돌아보게 만들었고, 나아가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그래서 공부와 관련한 책 몇 권을 찾아 읽었고, 그중에서도 공부의 본질이나 기쁨,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힘 등을 깊이 있게 고찰하는 책보다는(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팁들이 담긴 책을 한 권 뽑아봤다.

아마 야마구치 슈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분도 제법 있을 것이다. 일본의 최고 전략 컨설턴트로서 독립 컨설팅 회사 라이프니츠의 대표이자, 대중강연자, 작가로 유명한 그가 2019년에 출간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그해의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무척 실망스러웠다. 철학이라는 넓고 깊고 다층다면적인 세계에서 당장 현실적으로 쓸모 있고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팁만 쏙쏙 빼고 나머지는 버려버리니, 그런 식으로 깎여나간 철학의 귀한 정수들이 책 밖으로 수북하게 쓰레기더미처럼 쌓인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류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실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가히 독보적이었기에(아마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겠지), 그가 아예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워 쓴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오히려 전작보다 훨씬 좋았다. 

작가는 “‘앎’이라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며, ‘공부’ 하면 흔히 떠올리는 ‘많은 양의 지식을 두뇌에 축적하고 기억하는 것’은 잡학적인 지식을 늘릴 뿐, 이 책이 모토로 내세우는 ‘꿋꿋하게 살아남기 위한 지적 전투력 강화’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즘 같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는 ‘많은 공부’를 추구하는 것보다 ‘무엇을 배우지 않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공부할 때 ‘철학을 공부하겠다’처럼 학문의 ‘장르’를 정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악의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같은 ‘테마’를 정하고 이 테마와 관련해서 책부터 영화까지 다양한 자료를 접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는 독학의 시스템으로 ‘전략→인풋→추상화 및 구조화→축적’이라는 네 가지 모듈을 제시하고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작업을 이뤄나가야 하는지를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하는데 특히 ‘추상화 및 구조화’ 부분은 꼭 참고할 만하다.

추상화가 중요한 이유는 개별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추상화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적용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르네상스 시절에 관찰된 사실은 16세기의 피렌체라는 고유한 시대와 장소를 전제로 한 지식이다. 그 당시, 그 장소에서는 그랬다는 것이다. 이것을 추상화하는 것은 어느 장소, 어느 시대에도 성립되는 명제, 즉 수학에서 말하는 ‘공리’로 바꾸는 작업이다. -p.126

물론 읽다 보면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나에게는 5장이 그랬다), 그럴 경우 필요한 부분들만 선별해서 취하면 된다. 무엇보다 읽다 보면 당장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데, 그것만으로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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