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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경제, 변화의 현장을 가다우주로 첫 발을 떼다: 항공우주산업의 전초기지 경남 사천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2022년 02월호

 

2021년 10월 21일, 우리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했다. 누리호에는 12년에 걸친 투자와 노력이 농축돼 있다. 총 2조 원의 사업비에 3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참여했다. 비록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척이나 크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서구를 중심으로 한 규범이 국제질서가 됐듯, 이젠 우주를 먼저 개척하고 활용한 나라가 무한한 우주산업의 과실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길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메카 사천

기록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이 1592년 거북선을 최초로 띄운 곳이 사천만이다. 이로부터 429년이 지난 2021년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우수발사체 누리호가 사천에서 태어났다. 인구 11만 여 명에 면적 약 399㎢로 전국 63개 시 중 58번째 규모인 경남 사천시는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다. 1956년에 사천군에서 삼천포시가 분리됐다가 39년 만인 1995년 통합 사천시로 출범했다.

항공우주 도시로서의 출발은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기 ‘부활호’에서 기원한다. 최초의 항공기 부활호가 1953년 사천비행장에서 만들어졌다. 국내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액의 80%, 종사자 수 70%, 사업체 수 67%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을 중심으로 한 사천에 기반한다. 항공산업 특화단지, 종포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2017년 4월 정부가 최종 지정한 경남 항공 국가산업단지와 용당일반산업단지까지 생산과 연구개발(R&D) 시설, 항공정비 시설 등 관련 산업이 모두 집적화돼 명실상부한 항공우주산업의 중심도시가 됐다. 

사천의 대표 기업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종합업체로,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이 만든 부품 조립을 총괄했다. 발사체의 기본이면서 가장 어려운 1단 추진체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비록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이만한 성과도 대단하다는 평이다. 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장은 발사체의 성공적 발사도 중요하지만 우주발사체사업의 상업적 성공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인류의 활동 공간을 우주로 확장시키는 도구로서 우주발사체를 봐야 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존 대기업 항공 부문들을 통합해 1999년 새로 출범한 KAI는 군용 완제기부터 항공정비, 민수 기체구조물 제작까지 국내 항공 수출을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이 주관하는 차세대 중형위성, 국방위성 개발사업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형 발사체 총조립까지 우주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KAI는 조종사들에게 체계적 교육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훈련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훈련센터로 활용되는 시뮬레이터실에는 흡사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는, 여러 개의 대형 시뮬레이터 시설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도심항공교통(UAM), 메타버스 시뮬레이터 개발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 항공우주 신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누리호 속 수백, 수천 개 전선과 커넥터를 잇는 와이어 하네스 기업 카프마이크로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된 전자부품만 37만 개에 달한다. 발사체의 발사와 자세 유지, 안전, 조정 등에 각종 컴퓨터 장비가 들어간다. 이들을 모두 연결해 신호와 전원을 전달하는 것은 전선과 커넥터를 모아 만든 전선 다발인 와이어 하네스다. 카프마이크로는 누리호 속 모든 커넥터와 전선을 각 단에 들어갈 와이어 하네스로 만들어 납품했다. 항공우주 부품 기업 카프마이크로 이인권 대표는 항공 분야 산업의 정체로 어려움을 겪던 때에 누리호 사업 참여가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한다. 

사천에는 일찍이 조선과 항공 두 가지 산업이 자리 잡았다. 조선이 40%, 항공이 60%쯤 됐다. 조선산업의 불황으로 사천의 STX조선해양 등이 2014년부터 쓰러졌다. 2016년부터 KAI도 T50 고등훈련기 수출이 더뎠고, 코로나19 상황으로 항공산업도 흔들흔들했다. 내수시장이 타깃이 아닌 사천의 산업구조로는 국내외 경기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민항기 항공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권 카프마이크로 대표는 그에 발맞춰 사천 경기도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사천 기업 대부분이 민항기 날개나 동체 부품을 만드는 업체로 KAI에 납품하기도 하지만, 독자적 영업도 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 새롭게 등장한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우리의 의식과 태도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로 우리나라 항공우주기술의 저력이 전 세계에 입증됐다. 누리호 발사가 우리의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젠가는 전 지구적 문제의 대응책을 우주 영역에서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인터뷰 1: 한창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사업부문장

KAI의 최근 경기는 어떤가.
코로나19로 민수시장이 축소돼 KAI의 매출 상황은 좋지 않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출 구조가 방산 40%, 민수 60%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항공기 업황이 나빠져 민수 부문의 기체 물량이 급감하다 보니 수출과 민수가 40%, 방산이 60%가 됐다. 방산은 수익률이 그리 높진 않다. 우리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1차 협력업체다. 운항 경기가 살아나면 운항사에서 비행기 발주를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민항기 시장이 살아나 항공기 부품을 발주하면 우리 회사 경기도 좋아질 것이다. 

사천에서 어떻게 항공우주산업이 시작됐나. 
사천은 온화하고 바람이 적고 청명한 날이 많아 비행하기 굉장히 좋은 지역이다. 사천공항이 일찍이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이유다. 또 어느 나라건 중요한 시설은 적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프랑스 같은 경우도 항공산업의 중심지 툴루즈가 과거 적대국들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다. 이처럼 항공우주산업이 시작되기 좋은 여건인 사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인력 확보다. 지방에서 우수 소프트웨어 인력 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KAI는 단순 R&D를 하는 것이 아니고 도면을 만들어 직접 현장에서 구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공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힘들다. 그래서 우수인력 확보 방안을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

KAI와 부품 기업들 간에는 어떤 생태계가 작동하나.
기체 부품들은 크고 무겁고, 단위가격이 싸기 때문에 기체 부품 기업들이 우리 회사 인근에 있다. 전장품이나 기능품은 상대적으로 작고 고가여서 공급하는 회사가 대전, 창원, 서울에 있는 경우도 있다. KAI는 공기업적인 성격도 있어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를 갖고 있다. 그래서 국내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원천 기술부터 확보한 부품 업체와 상생 관계가 맺어지면 가격 경쟁력도 생긴다. 한편으로 군용기는 국가 간 거래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기관과 함께 ‘팀코리아’를 만들어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방산 제품은 수출이 잘 돼 시장이 넓어지면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우리 군도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발사된 누리호는 12년의 성과라던데, KAI의 역할은?
어느 나라나 발사체는 전략 물자로 분류되고 기술 이전이 금지돼 있어 외국 부품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부품을 자체 제작하고 검증해야 했다. 발사체의 경쟁력은 엔진에 있는데, 누리호의 경우는 1단이 엔진 4개, 2단이 1개, 3단이 1개로 돼 있다. 실제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로는 누리호가 국내에서 처음이고, 우리가 설계까지 해서 제작한 발사체는 더더욱 처음이다. 지난 10월 발사에서 발견된 문제는 3단에서 연소 시간이 짧았다는 거다. 주 엔진에서 문제없이 모든 출력을 소화했기 때문에 이 부분만 보완하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더 중요한 건 누리호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거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선 어떤 산업이든 성공했다고 얘기하려면 수출이 돼야 한다. 누리호도 발사 성공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상업 발사를 하되 우리나라 위성이 아닌 다른 나라 위성을 실어 발사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벌어올 때 누리호가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는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인공위성이 운영되는 곳까지 위성을 올려주는 것이다. 궤도가 500km 고도라는 것은 위성을 500km까지 갖다 준다는 것인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궤도를 유지하려면 원심력을 갖도록 초기 속도가 확보돼야 한다. 위성에 요구되는 고도와 속도로 발사체가 올려 주면 그 다음에 위성이 스스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 전기를 얻고 그 전기로 작동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항공우주산업 기술들이 민간용으로 활용되기도 하나? 
항공기술은 우주기술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다. 우주환경이 대기환경보다 가혹하기 때문에 더 고품질의 부품을 쓰고 더 극한의 환경에서 시험을 한다. 그 기술들이 항공기에 적용돼 왔고 항공기에 적용된 기술들이 민간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항공기술이 우주기술에 비해 앞서 있다. 그래서 항공기 제작이나 설계에 쓰이는 기술을 우주기술에 접목시키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기술은 활용성을 고려할 때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게 필수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통로로 서울대·카이스트와 산학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 2: 이인권 ㈜카프마이크로 대표

카프마이크로는 사천이 고향인가?
카프마이크로는 2010년에 대전에서 창립했다가 KAI와의 사업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사천으로 이전했다. F16 전투기 시뮬레이터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전투기 내부에 들어가는 전선을 KAI로부터 수주했는데 그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2013년에 사천으로 아예 이전한 것이다. 수리온으로 불리는 KUH 헬기와 T50 항공기의 와이어 하네스도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생산했다. 현재 KAI가 주고객이고, 2016년쯤에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면서 대전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KARI)도 고객이 됐다. C130 수송기 시뮬레이터도 만들었다. 수송기 원천 제작사가 미국 록히드마틴인데, 자기들한테 팔라고 해서 두 대 정도 수출했다. 

누리호에도 와이어 하네스를 납품했다던데. 
전투기나 발사체 안에는 수많은 장비가 있다. 그 장비들을 연결해 주는 것이 와이어 하네스다. 기체에 맞춰 설계한 후에 도면대로 만들면 KAI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 본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건 품질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자동차는 기껏해야 영하 10도, 영상 40도 이내에서 커버된다. 그런데 항공기는 고온에서도 피복이 녹지 않아야 하고, 추운 지방에서도 피복이 얼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 와이어가 1m에 200원이면 항공기는 2만 원 가까이 한다. 기존 방식의 와이어 하네스는 누리호로 사업을 끝내고 항공기 쪽으로는 광케이블 커넥터 개발로 사업방향을 바꾸려고 한다. 조선도 와이어 케이블이 많이 들어가는데, 거제에 있는 조선에 적용해 보려 한다. 

기업 입장에서 누리호 사업 참여가 갖는 의미는?
사실 영업이익 측면에서 보면 방산 분야는 수익률이 매우 낮다. 누리호는 민수 사업이다. 민수 쪽은 최소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구조라서 일정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발사체 사업을 하면서 직원들도 많이 고취됐다. 지난 10월 누리호 발사 때 직원들과 함께 고흥 현장에서 발사대와 가장 가까운 펜션을 잡아서 지켜봤다. 1호기가 지난 10월에 발사한 것이고, 2호기를 올해 5월, 3호기를 10월에 발사하기로 예정돼 있다. 4호기, 5호기, 6호기로 이어질 텐데 우리가 계속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술협력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광주에 있는 한국광기술원과 광전변환커넥터를 개발했다. 항공기는 경량화가 중요하다. 항공기의 손목만 한 전기와이어 뭉치를 광케이블로 대체하면 손가락 정도로 무게가 줄어든다. 대부분의 장비는 입출력 모두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방식인데, 광케이블은 유리섬유로 돼 있어 빛으로 전송한다. 그래서 전기적 출력 신호를 커넥터를 통해 광으로 바꿔 광케이블로 지나가게 한 후 다시 전기로 바꿔넣는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그런데 2018년 말에 글랜에어라는 글로벌 제작사가 먼저 출시를 해버려 상업화가 중단됐다. 광기술원과는 허드(HUD)라는 시뮬레이터 개발도 한다. 전방상향시험기라고 하는 장치인데, 차량 앞 유리에 여러 정보가 뜨게 하는 것이다. 차량 유리에 보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저 멀리 일정 거리에서 보인다. 전투기에는 1970년대부터 적용된 기술이다. 

사천에서 기업하는 데 애로가 있다면? 
대전에서 창업을 했고 그다음에 사천으로 내려왔는데, 여타 이유로 따라 내려오지 못하는 직원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대전에 연구소를 만들어놓고 이전했다. 대전에 연구소를 그대로 둔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 인력 측면이다. 사천에서는 인력 확보가 쉽지 않더라. 한편 우리가 입주한 이곳은 외국인 투자단지다. 입주자격이 외국인투자 기업이어야 하고, 입주 후 5년 내에 약 30억 원(250만 달러)의 외국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 항공 경기가 안 좋아지고 2020년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 외국인투자 유치가 감소하거나 중단됐다. 여기에 입주할 때 투자를 약속했던 외국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없어, 우리가 고가의 토지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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