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세상을 뜬 미국 항공우주국(NASA) 2대 국장 제임스 웹은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킨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0년대 인간을 달로 보내는 아폴로 계획을 진두지휘했다. 뜻밖에 그는 과학자가 아닌 행정가다. 사정을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폴로 계획에는 그때 돈으로 총 240억 달러가 들어갔다.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천억 달러, 한화로 약 120조 원이다. 웹은 바로 이런 아폴로 계획에 돈이 끊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의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웹의 이름이 21세기 들어서 다시 화제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치고 나서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2021년 12월 25일)에 그의 이름을 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지구를 떠났다. 1990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린 ‘허블 우주 망원경’을 잇는 이 망원경은 1996년부터 계획을 시작해 26년 만에 세상에 등장했다.
그렇다면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 웹 망원경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허블 망원경은 주로 인간의 눈이 포착하는 가시광선 영역(예를 들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을 관측한다. 비유하자면 인간이 직접 우주 공간으로 나가서 해상도 좋은 망원경을 눈에 대고 구름이나 먼지 같은 대기권의 방해 없이 우주를 관측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가시광선 영역만 포착하는 허블 망원경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주에도 가시광선 형태의 빛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우주 먼지 같은 장애물이 있다. 즉, 이 망원경으로는 우주 먼 곳에서 오는 빛을 포착할 수가 없다. 먼 곳까지 나아가는 빛은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이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사는 제임스 웹 망원경을 빛의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관측용으로 설계했다. 이론대로라면 이 적외선 망원경은 우주 먼 곳에서 날아온 빛까지 포착할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망원경의 핵심 임무가 등장한다. 바로 초기 우주, 즉 약 138억 년 전 우주 탄생 직후의 모습을 관측하는 일이다.
이 망원경이 지구에서 아주 먼 136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적외선을 관측할 수 있다면, 사실 그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136억 년 전에 우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주가 탄생한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2억 년 정도 지난 초기 우주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셈이다. 과학계가 이 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1996년부터 시작한 제임스 웹 망원경 계획이 현실이 되기까지 26년이나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돈으로 약 13조 원(약 110억 달러)이나 되는 비용 문제였다. 우주의 먼 곳에서 오는 희미한 빛(적외선)을 포착하는 일이 당장 먹고사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정치인, 행정가의 부정적인 반응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망원경은 제임스 웹 같은 능력 있는 수호자를 갖지 못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지구로 보내올 수많은 관측 결과가 우리의 지식, 나아가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현재로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망원경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 곳곳의 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기초과학 연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쓸모를 자신할 수 없는 이런 시도를 우리는 왜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물질을 구성하는 미지의 입자를 찾으려는 가속기 프로젝트 예산을 따려고 동분서주하던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윌슨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1969년 가속기의 쓸모를 놓고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가속기’를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바꿔서 읽어보자.
“가속기(제임스 웹 망원경)는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화가인가, 좋은 조각가인가, 훌륭한 시인인가와 같은 것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진정 존중하고 명예롭게 여기는 것, 그것을 위해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새로운 지식은 전적으로 국가의 명예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킬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