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 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여러분은 누구를 응원했는가? 그렇다면 작물 재배에서 베테랑 농민과 인공지능(AI)이 대결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 것 같은가?
2018년부터 네덜란드의 바흐닝언대는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와 함께 ‘세계인공지능농업대회(Autonomous Greenhouse international Challenge)’를 개최해 미래 농업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1회 대회에서 본선에 오른 5개의 AI팀과 20년 경력의 베테랑 농업인의 오이 재배 대결에서 우승은 놀랍게도 AI에 돌아갔다. 완전한 자율온실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AI만으로 작물을 재배해도 사람보다 뛰어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2019년에 열린 제2회 대회에서는 한국의 디지로그팀이 참여해 예선 2위, 본선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재 진행 중인 제3회 대회는 한국팀이 예선에서 2위와 4위,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휩쓸고 본선에 진출해 실력을 겨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는 한국의 농업 스타트업 엔씽이 컨테이너에 조성한 스마트 농장으로 2020년 ‘최고혁신상’에 이어 2022년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이 디지털 농업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발전하는 세계 농업기술에 비해 한국의 농업기술은 아직도 선진국 대비 75%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AI의 수준도 미국의 80% 정도에 그친다는 연구도 있다.
농업의 디지털화라는 세계 농업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에 ICT를 접목할 수 있는 융복합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농업 경쟁력이 시설과 장비, 기술에 달려 있었다면, 앞으로는 AI와 재배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도 알고 AI에도 능한 ‘농업 AI 전문가’를 중심으로 농업 분야의 연구개발(R&D)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일부에서 다양한 시도는 하고 있지만, 농업 AI 전문인력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여기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민간 주체들의 참여도 활발해져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소니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듯이, 이제 AI에 적응하지 못하는 농업은 설 자리를 잃고 국가는 순식간에 농업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농업은 근대에 두 번의 혁명적 사건을 거쳤는데, 바로 영국의 ‘윤작법(돌려짓기)’과 미국의 ‘녹색혁명’이다. 영국은 18세기 중반 한 경작지에 여러 가지 농산물을 교대로 재배해 지력을 증진시키는 윤작법을 통해 농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1950년대 미국은 생산력의 증대를 가져오는 다수확 품종의 개발로 현재까지 세계 농업의 중심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세계 농업의 흐름을 보면 새로운 농업혁명의 기운이 감돌며 그 주도권을 두고 쟁탈전이 치열하다. 농산물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어느 나라가 농업혁명의 주인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한국 농업은 기존의 파수꾼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쟁력을 찾는 개척자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소규모 농가가 중심인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작지만 강한 ‘디지털 강소농(强小農)’ 모델을 개발하는 것, 이것이 지금 바로 우리 농업에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