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국토의 약 65%로, 산림의 구성은 인공림이 약 30%, 자연림이 70%다. 우리가 눈을 돌리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수목들과 가로수들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노력의 산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산림수탈과 6.25 전쟁까지 겪으며 우리의 숲은 완전히 파괴돼 1950년대엔 민둥산이 58%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산림녹화 사업을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다. 1951년 「산림보호임시조치법」 공포와 함께 6.25 전쟁으로 중단됐던 산림정책 사업이 재개됐다. 또한 광복 이후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날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운동과 함께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나무 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90년 동안 지켜온 ‘나무’가 지역에 먹거리 돼
산림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곳이 있다. 2005년에 전국 최초로 묘목산업특구로 지정된 충북 옥천군이다. 옥천은 시인 정지용이 태어난 곳으로, 그의 발자취는 정지용문학관과 생가로 잘 보존돼 있다. 한겨울 꽁꽁 얼었던 대지에 따뜻한 봄이 찾아든 3월, 옥천을 찾았다. 갑자기 찾아든 봄기운 때문이었는지 정지용의 <향수> 시구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나무 마을’ 충북 옥천군은 묘목 주산단지다. 그중에서도 이원면은 묘목업 역사가 90년에 달한다. 전국 묘목 생산량·유통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묘목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묘목축제도 개최해 오고 있다.
이원면은 질 좋은 묘목 생산을 위해 포트묘목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무균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등 묘목 육성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 위상을 확립하고자 2008년부터 10년간 185억 원을 투입해 묘목을 테마로 한 옥천묘목공원도 조성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이 있다. 70여 개 묘목농원으로 구성된 영농조합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식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광일농원 대표는 옥천 이원면에 자리한 묘목산업특구의 규모를 대형백화점 4~5개가 모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취급하고 있는 품종도 많고, 그만큼 고객층도 다양하다. 워낙 단지가 크고 농원들이 모여 있어 쇼핑을 하기도 좋고, 구경할 거리도 많아 힐링 장소로도 제격이다. 묘목축제가 열리면 거의 8만 명 가까이 방문하는데, 면 단위 축제에 이만큼의 방문객이 모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원면의 묘목 매출이 웬만한 농공단지 몇 개의 매출을 다 합친 규모라 한다. 크고 작은 규모의 농원 70여 개가 작은 면 단위에 한데 모여 있으니 여기서 나오는 한 해 수익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김영식 대표는 앞으로도 국내 묘목 부문을 이원면이 선도할 거라고 자신한다. 옥천에 사람들이 지속해서 모인다는 사실은 그의 자부심을 방증한다. 그는 또한 10년 후 묘목단지의 모습을 지역을 벗어난 글로벌시장으로 그렸다. 수출입이 활발하고 엑스포가 열리고 경매장이 운영되는 모습이다.
아쉬운 것은 화훼류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아직 높다는 것이다.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 등이 라이선스를 일찍이 확보해 국내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만큼 올해 개원한 충북 산림바이오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단계적으로 기술력을 키워 생산부터 유통, 수입까지 연계한다면 세계적인 묘목유통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으로 재개되는 옥천 묘목축제에 관심 가져주길
기후변화 등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날로 중요해지면서 산림자원을 활용한 천연물질 개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국내 임가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물질을 공급해 의약품, 기능성 식품 등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산림바이오 혁신성장 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옥천군이 지난 2019년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산림바이오센터가 조성됐다.
산림바이오센터를 통해 바이오산업과 연계된다면 옥천의 부가가치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품질 우량묘목 같은 우리만의 특화된 기술로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묘목을 키워낼 날도 그려 본다. 더 나아가 옥천이 네덜란드 화훼유통단지처럼 전 세계를 상대하는 시장으로 커가며 다양한 실험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부모로부터 전수받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자녀 세대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특구에 최근 젊은 층이 유입되고 있어 지역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이후 인기가 드높아진 여자배구 팬들이 대규모 산불 피해를 입은 터키에 묘목 기부를 한다는 소식에 조합도 동참했던 것이 좋은 사례다.
올해 묘목축제도 온라인으로 진행돼 아쉽지만, 구매 인증 샷을 올리면 경품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식목일에는 작든 크든 ‘1인 1나무 심기’를 실천해 볼 계기가 이 지면을 통해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인터뷰: 김영식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 대표(광일농원 대표)
올해 업황은 어떤가?
2020년 겨울 추위로 생산량이 급감한 감나무와 최근 수요가 많아진 사과나무·배나무 등 유실수 묘목 값이 평년보다 10~20%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이곳 묘목산업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지역 경기도 좋은 편이다. 옥천이 묘목으로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묘목이 잘 자라날 수 있는 기후 및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토질이 마사토여서 나무에 잔뿌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나무 종류가 종합적이어서 수요자도 다양하다. 개인 소비자도 있고 도매업자도 있다. 산림조합이나 정부에서도 많이 구입해 간다. 한 소비자가 묘목으로만 묶음으로 몇천만 원어치씩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가업을 3대째 잇고 있다 들었다.
집안에서 묘목으로 가업을 시작한 건 1930년도쯤이다. 9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복숭아 묘목부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접목 작업하시는 걸 보고 자랐다. 당시에는 비닐 같은 것도 없어 볏짚으로 접목해 접을 붙이면 성공률이 채 10%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임업을 공부했다. 졸업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단지화가 돼 있진 않았다. 주문받아 조금씩 납품하는 식으로 하다 보니 젊은 나이에 크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며 10년 넘게 이곳을 떠나 있기도 했다.
이 지역이 묘목단지로 조성된 계기는?
해마다 해온 묘목축제가 계기가 됐는데,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1999년 제1회 묘목축제를 시작할 때는 한 7~8개 업체가 참가할 정도로 소박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점차 커져 20~30개, 나중에는 50~70개까지 확장되면서 이곳이 묘목의 고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축제 장소도 면사무소에서 초등학교로 옮겨갔고, 충북 산림바이오센터가 자리한 묘목로 광장에서 7~8년 정도 진행되다가 최근 3~4년간은 옥천군에서 조성한 묘목공원에서 개최됐다. 그러니까 우리 영농인들 위주로 진행하던 소규모 지역행사에 충북도가 참여하고, 옥천군도 참여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영농조합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묘목농사를 짓던 7~8명으로 시작됐는데 현재는 73개 업체가 참여한다. 또 이들 농원에 나무를 납품하는 개별 농가가 150개 정도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유통되는 묘목이 종류로는 200여 가지가 넘어 출하량이 한 해 총 1,500만 그루가 넘는다. 현재는 외부에서 들어와 농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꽤 있다. 다른 지역은 인구유출로 걱정이라지만 여기는 인구가 오히려 늘고 있다. 단지가 확대되면서 시설도 확충되고 산림바이오센터도 들어왔다. 군에서 계획하는 사업도 많다.
자체 생산하는 품종은 몇 종류나 되나?
광일농원에서 자체 생산하는 품종은 유실수 30~40개종, 조경수까지 합치면 40~50가지다.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기술을 습득하며 키워온 품종들이다. 지역 전체 비중으로 보면 유실수의 90% 이상은 자체 생산이다. 그런데 새로운 묘목 수요가 생기면 주로 수입해 온다. 수출국(업자)에 라이선스가 있어 새로운 품종을 들여와 여기서 판매할 순 없다. 라이선스가 없는 나무는 들여와 접목해서 팔기도 한다. 정원용으로 인기 있는 에메랄드그린이나 블루엔젤 등이 그런 종류로, 국내 생산도 많이 되고 있다. 복숭아 등 일부 유실수는 이 지역에서만 특허출원한 품종이 몇십 개가 된다. 이 분야도 결국은 지식재산권 싸움이다.
묘목은 주로 어디에서 들여오는가.
종류로는 네덜란드가 많고 물량으로는 중국이 많다. 네덜란드 화훼시장은 규모가 크면서도 완전히 분업화돼 있다. 작은 묘목만 키우는 생산자가 있고, 밭으로 옮기기 전 덩치를 더 키우는 농원이 있고, 성목을 키우는 농원도 따로 있다. 분업화가 안 된 우리나라로선 일부는 수입해서 쓰는 게 더 경제적이다. 중국산은 묘목 가격에서 우위에 있어 통관 등 물류비까지 다 합쳐도 단가를 맞출 수 있다. 단, 중국 등에서 온 건 품질 검증이 안 된 부분이 많다. 하이난 지역 묘목은 여기 기후조건과 맞지 않아 추위로 죽는 경우도 빈번하다.
묘목특구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옥천 묘목은 농민들이 일궈낸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연구도 많이 하고 외국에 나가 배워오기도 했다. 대부분이 2~3대째 가업을 이어서 하고 있는데,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인력양성도 중요하다. 조합에서 옥천군의 재정지원을 받아 접목교육을 하는데 퇴직자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분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편 묘목 수입은 대개 개인 몫이다. 수입 품종을 들여오다 검역에 걸려 폐기하는 사례도 있는데, 그런 위험부담도 스스로 진다. 네덜란드 화훼경매장처럼 공동구매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사과나무나 배나무에서는 국립종자원 등과 함께 무병화묘를 개발해 대부분 생산이력제로 관리하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기술지원이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