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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SG의 모든 것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김재필 KT 수석연구원, 『ESG 혁명이 온다 2-미래 전략과 7가지 트렌드』 저자 2022년 04월호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RE100, 택소노미 등의 용어가 등장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올해 2월 초 기준으로 구글, 애플, 이케아 등 세계 유수의 349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 14개 기업이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이들 기업은 가입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로 올려야 자격이 유지된다.

택소노미(Taxonomy)는 그리스어로 ‘분류하다’라는 ‘tassein’과 ‘법, 과학’이라는 ‘nomos’의 합성어로, 학문의 목적에 맞게 구성된 분류체계를 뜻한다. 모든 게임에는 룰이 있듯 ESG 사업에 제대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무늬만 ESG인 사업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이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택소노미이며, EU가 녹색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만든 분류체계가 ‘EU 택소노미’다. 택소노미를 통해 친환경 활동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목표 설정과 성과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EU 택소노미는 올해부터 적용돼 EU 내 기업과 금융기관에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함에 따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용어의 내용이 아니라 용어가 내포한 의미와 이에 대한 실행이다. RE100과 택소노미가 무엇인지 잘 아는 것과 ESG의 실행은 별개다. 국내 기업의 경우, RE100 참여 선언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인프라와 유인책 부족 등으로 실제 가입까지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국내 산업구조 및 에너지시장 등이 RE100 가입을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에너지원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6.7%에 불과하다. 미국은 태양광, 중국은 수력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땅이 비좁고 환경이 열악한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정유·철강·반도체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주력인 구조도 RE100 가입 속도를 더디게 한다. 국내총생산 중 제조업 비중은 약 28% 수준으로 미국의 2~3배에 달하는데, RE100 가입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게 되면 결국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ESG 기업 중 하나인 파타고니아는 RE100 가입에 관심이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업체로부터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거나 재생에너지 업체에 투자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파타고니아는 ‘비콥(B corp) 인증’에 더 주력했다. 비콥 인증은 2006년 스탠퍼드대 출신 창업자 3명이 설립한 비영리기업 비랩(B-Lab)에서 만든 것으로, 비콥의 ‘B’는 benefit(혜택)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얻는 이윤(profit)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환경 등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더바디샵, 다논, 유니레버 등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은 모두 비콥 인증을 받았다. ESG 스타트업들도 비콥 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해 화제가 된 미국의 친환경 신발 업체 올버즈,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 안경 업체 와비파커 등이 비콥 인증을 받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들이다.

ESG를 연구하다 보면 의미조차 파악하기 힘든 수많은 용어가 등장한다. 그때마다 ESG가 어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용어를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며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진정성을 갖고 사업을 하겠다’는 ESG의 의미를 잘 알고 실천하는 것이 RE100, 택소노미 같은 용어를 암기하는 것보다 수백, 수천 배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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