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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는 이렇게 쓴다자랑하라, 밉지 않게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2년 04월호


‘잘나가는 직원’을 뜻하는 ‘골든 임플로이(golden employee)’라는 단어가 있다. 나는 이 단어를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골든 워커(worker)’라 부른다. 골든 워커는 스스로를 포장하고 의미 있게 노출하는 데도 유능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어필할 줄 안다. 골든 워커는 자기 자랑의 달인이다. 

이제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SNS에 자기소개 글을 쓴다. 언제든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다. 

SNS에 올린 자기소개 글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중에는 회사 인사직무 담당자도 있을 수 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내내 잘나가려면 자기소개 글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SNS에서는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할 수 있지만, 골든 워커로 지목받으려면 ‘자랑하되 밉지 않게!’ 글을 써야 한다. 자랑하되 설득력 있게, 상대에게 호감을 줘야 한다. 

요즘 인공지능(AI)은 채용 심사관으로 맹활약한다. 편견 없이 이력서를 골라내고, 회사에서 원하는 자기소개서를 알아보는 능력이 출중해서다. 미국 500대 기업 중 98%가 AI가 주도하는 지원자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다. 기업에서도 이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아닌 것’을 걸러내는 데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아내는 데는 이 시스템만 한 게 없다고 여긴다. 요컨대 AI 채용 심사관이 좋아하는 자기소개 글을 쓸 수 있다면, 당신은 유능한 인재로 인식될 것이고 회사 밖에서도 당신을 탐낼 것이다. 

AI 채용 심사관이 좋아하는 자기소개 글을 쓰려면 핵심을 빠르게 전해야 한다. 핵심은 없고 설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즉시 킬(kill)된다. 읽어보면 정작 건질 것은 별로 없는 글은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고 글쓴이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사람이든 AI든 채점관이 싫어하는 자기소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떤 학교를 얼마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으며, 무슨 무슨 자격증을 따고, 이런 코스도 수료했다.” 

자랑 일색이다. 밉상이다. 독자는 자랑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대가 알고자 하는 내용은 이것이다. “어떤 핵심역량을 가졌는가, 그것을 어떻게 개발했는가, 그 역량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채용 전문가와 AI 채용 심사관은 자기소개 글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 기획력, 표현력, 설득력 같은 것을 한꺼번에 점검하고 평가한다. 자주 쓰는 단어와 글쓰기 습관, 맞춤법으로 글쓴이의 성향, 기질까지 알아낸다. AI가 자기소개서 하나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 그러나 ‘No’를 받는 글은 0.3초 만에도 결정난다. 

인사직무 담당자든 AI든 다 좋아하는 자기소개 글쓰기, 단 하나의 조건이라면 ‘빠르게 식별하도록’ 쓰라는 것. 문장이 간단하고 명료해야 식별이 빠르다. 주어, 술어, 목적어를 갖춘 완성형으로 써야 하고 문장은 짧게 쓴다. 오타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은 ‘불량한 것’으로 간주해 걸러낸다.

입시 컨설턴트로 유명한 토머스 리처드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쓰기를 가르친 경험으로 이렇게 말한다. 

“업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언어 실력이 출중하다. 그래서 회사는 지원자의 언어 실력을 최대한 명확하게 측정한다.” 언어 실력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오디션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AI조차 탐내는 자기소개 글은 내 미래를 내 손으로 직접 쓰는 작업이다. 그러니 자랑하라, 밉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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