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을 경험했다. 2020년의 출생아 수는 27만2,377명이고, 사망자 수는 30만4,948명으로 인구정점을 지나 인구의 자연감소 추세에 접어든 것이다.
국가 총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인구의 절반 이상인 50.2%가 모여 살고 있고, 지방의 청년층은 교육, 일자리 등의 목적으로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유출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인구활력 제고 사업 발굴,
행안부는 빅데이터 분석 지원하고 전문가 컨설팅 제공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가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20」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46%인 10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는 일본의 ‘소멸가능성 도시’ 지표를 차용해, 고령인구와 젊은 여성인구의 상대비를 따져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으로 구분한 것인데, 소멸위험군에 속하는 지자체는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보다 일찍이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지방의 과소지역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이를 ‘지방소멸 현상’이라 칭하고 지역활력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시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도권 인구집중과 지방의 청년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해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를 대상으로 출생률, 65세 이상 고령인구,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최초로 지정했다. 정부는 지역의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주도-중앙지원’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책을 통해 소멸 위기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인구감소 대응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방식이 아닌 지역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지역이 가진 인문·자연, 사회적·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장점을 살리고 지역의 인구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업을 발굴해 인구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행안부는 지역이 체계적이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인구활력 계획을 수립하도록 공공 빅데이터와 민간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고, 분야별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해 이를 뒷받침한다.
재정적으로는 올해부터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에 집중 지원해 지역에서 수립한 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한다. 연 1조 원의 한정된 재원인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지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지자체가 수립한 투자계획을 평가해 우수한 지역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지자체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중물로 활용해 국비, 지방비, 민간자본 등과 연계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어 여러 부서가 협력하는 것은 물론 관내 공공기관·주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이끄는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의 주거, 의료·보육, 문화·교육 등에
행정적·재정적 특례 제공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지역의 인구감소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주민들은 교육·의료·복지·문화·일자리 등 다양한 이유로 지역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 대응과 관련된 부처별 국고보조사업 등을 발굴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우대를 지원하고 있다. 행안부를 포함한 중앙부처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2조6천억 원 규모 52개 국고보조사업 등의 추진 시 가점을 부여하고, 공모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우대를 제공한다. 지역에서는 이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사업과 연계해 투자 효과를 높여야 한다. 연계 사업 범위는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이 지역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시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세제·규제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주거, 의료·보육, 문화·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제공해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견고히 할 계획이다.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인구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구’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지역과 주기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이른바 ‘생활인구’ 또는 ‘관계인구’를 활성화할 시점이다. 지자체에서는 그 지역에 계속 거주하지 않더라도 지역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으며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시책을 추진해 지역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지역 인구감소의 주요 요인이 청년층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인 만큼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지방 이주의 수요가 있는 중년층과 노년층 등 다양한 주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시책 발굴 또한 필요하다. 외부에서 이주한 주민이 기존 주민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갈등관리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
지자체는 책임감을 갖고 지역 인구활력을 증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관 주도가 아닌 지역 내 민간단체·중간지원조직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해 지원시책이 무사히 추진되고 정착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역 인구감소 대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한 부처, 한 지역의 노력보다는 부처 간,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어 여러 기관이 협력하고 민간의 영역까지 포괄해야만 비로소 성공의 해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