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무르익는다. 나른한 봄기운이 사방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연분홍색 옷으로 갈아입은 벚꽃 가로수가 제철을 만났다. 꽃 폭죽인가, 꽃 팝콘인가. 굵은 등걸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이 상춘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꽃비 맞으러 지금 떠난다.
대한민국 벚꽃길의 대명사, 하동 십리벚꽃길
하동 십리벚꽃길은 벚꽃길의 명불허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이곳의 명성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은 이곳에 오면 빈말이 된다. 우선 이곳에 심긴 벚나무의 수령부터가 남다르다. 이 벚꽃길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신작로가 놓이면서 주민들이 직접 벚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지역의 유지들이 자금을 각출해 홍도화(복숭아) 200그루, 벚나무 1,200그루를 심어 지금의 벚꽃길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통 굵은 나무들은 수령이 90살에 가깝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4km) 정도 되는 이 도로(지방도 1023번 도로)가 해마다 봄이 오면 야단법석이다. 벚꽃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니 사람도 차량도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다. 이 길에 들어서면 차량은 거북이걸음이 된다. 상춘객들이 몰려들어서 그렇겠지만 사방으로 흩날리는 꽃비를 감상하느라 최대한 천천히 지나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몽환적인 꽃비가 차창에 떨어진다. 창문을 열고 손으로 꽃비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동 십리벚꽃길의 다른 이름은 ‘혼례길’이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날, 남녀가 꽃비를 맞으며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만큼이나 이 꽃길은 낭만적이고 인상적이다. 그래서일까. 한 번이라도 이 꽃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잊지 않고 또 찾게 되니 말이다.
십리벚꽃길에는 다양한 색이 조화를 이룬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검은빛을 띠는 나무 기둥과 연분홍빛이 살짝 비치는 벚꽃 송이다. 여기에 배꽃의 청아한 흰색과 싱그러운 개나리의 노란색, 사철 푸른 대나무와 녹차밭의 초록색이 곱디곱다. 꽃길을 따라 만물이 소생하듯 봄을 노래하는 것 같다. 십리벚꽃길에서 백미를 꼽으라면 화개삼거리 기점 1.3km부터 시작하는 일방통행길이다. 쌍계사 방향으로는 화개중, 화개장터 방향으로는 화개초 부근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복층으로 만들어진 일방통행로와 그 길을 인도하는 벚꽃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풍경 ‘맛집’이 가득한 곳, 제천 청풍호 벚꽃길
벚꽃 시즌이 되면 항상 듣는 노래가 있다. “봄바람 휘날리며 /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둘이 걸어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다. 전 국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벚꽃놀이 가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벚꽃 드라이브를 하고 싶은 길이 제천에 있다. 제천 청풍호 벚꽃길이 그곳인데, 청풍호반과 어울려 굽이굽이 벚꽃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면 금성면에서 청풍랜드로 이어지는 82번 국도 구간에 벚꽃 터널이 등장한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벚꽃 드라이브는 무려 13km에 달한다. 가도 가도 벚꽃길이 이어지는 셈이다.
본격적인 벚꽃길 드라이브에 앞서 금월봉휴게소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독특한 암석들이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이곳은 금강산을 미니어처로 축소해 놓은 듯 신비롭다. 금월봉(226m)은 1993년 시멘트 공장에서 점토 채취를 하던 중 발견됐다고 한다.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은 꽈배기처럼 구불구불하다. 천천히 달리며 벚꽃의 향연에 흠뻑 빠지기 좋다. 벚꽃과 함께 핀 노란 개나리가 자기도 예쁘다며 봐달라는 듯 색감을 더한다. 벚꽃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청풍랜드다. 이곳에서는 벚꽃과 청풍대교, 망월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번지점프, 짚라인, 빅스윙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이어지는 풍경 ‘맛집’은 청풍문화재단지다. 청풍은 남한강 상류에 자리한다. 예부터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삼국시대에는 화려한 중원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물길을 이용해 상업이 크게 발달했고 문물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 1978년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의 61개 마을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청풍문화재단지를 조성했다. 청풍호반을 끼고 비봉산 자락에 있어 사계절 색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청풍호 벚꽃길에서는 해가 진 후에도 가로등을 밝혀 화사하게 빛나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조명을 받은 환한 벚꽃길이 호수를 빙빙 돌며 긴 띠를 이뤄 장관이다. 어둠이 내리면 벚꽃향도 더 진해지는 듯하다. 낮에 꽃의 화사함에 가려져 있던 후각이 깨어나는 탓일 거다. 그 덕에 야간에 즐기는 벚꽃놀이는 낮과는 또 다른 낭만과 운치가 있다.

바쁜 도시인을 위한
수도권 벚꽃 드라이브 핫플레이스
전국에 내로라하는 벚꽃 명소가 많지만 오가는 길이 힘들다면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방콕만 하기엔 너무 아쉬운 요즘, 수도권에서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을 모아봤다.
먼저 가평 삼회리 벚꽃길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있는 가평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신청평대교에서 양평군 서종면으로 이어지는 강변대로가 유명하다. 특히 가평 에덴벚꽃길은 실제 도로명이 벚꽃길일 만큼 아름드리 벚나무가 꽃을 피워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한다.
용인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에서 에버랜드 정문 벚꽃길 드라이브 코스도 권할 만하다. 총 5km 구간인 이곳은 차 안에서 벚꽃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암미술관, 에버랜드와 자동차박물관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어 가족 나들이로 제격이다.
과천 서울랜드에서 서울대공원을 거쳐 렛츠런파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 드라이브 코스도 유명하다. 특히 렛츠런파크 구간은 야간 벚꽃길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게다가 서울랜드는 도심보다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 시즌이 지나서도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관악산과 청계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기온이 도심보다 낮은 까닭이다.
경기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와 수청리를 연결하는 337번 지방도에도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총거리 12km 구간에 3천여 그루의 벚나무가 팔당호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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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벚꽃 드라이브 명소
대청호 회인선 벚꽃길은 장장 26km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다. 대청호반을 끼고 도는 벚꽃길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벚꽃길에서 만나는 대청호 자연생태관에는 생태연못과 야생화단지, 동물원 등이 있어 함께 돌아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