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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2년 04월호


그것은 거의 광풍이었다.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불어온 유쾌한 농담이기도 했다. 어떤 곡이 하나의 현상으로 작용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아주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그 밑에 달린 주석의 양을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 곡은 가히 거대한 현상이었다. 대체 이 곡이 어디서부터 비롯됐고,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던지는지에 대한 수많은 비평이 줄줄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 곡의 정체를 언급해야 할 차례다.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다. 

2008년 <싸구려 커피> 발매 이후 장기하와 그의 밴드 얼굴들은 총 5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밴드로서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밴드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 과정 속에서 내가 주목하는 건 그들의 ‘표정’이다. 해체 당시 (속마음은 물론 짐작하기 어렵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표정은 참으로 무심해 보였다. 뭐랄까. 해체하는 과정 역시 그들의 음악을 꼭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처럼 ‘툭’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무심함’, ‘툭’은 장기하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비단 ‘싸구려 커피’만은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의 히트곡, 예를 들어 ‘별일 없이 산다’ 같은 곡을 한번 들어보라. 그들은 결코 감정적으로 ‘과잉’을 지향하지 않는다. 도리어 지양한다. 요컨대 이별 앞에서 울고 불고를 넘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대중음악의 통속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들의 음악 속에서는 이별마저도 ‘툭’ 하고 온다. 

이런 기조가 역설적으로 음악 팬들의 ‘열광’을 낳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2집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앨범들에서도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록 음악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떠올랐다. 그들의 음악이 상업적으로만 기세를 올린 건 아니다. 비평적으로도 큰 찬사를 얻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향한 대표적인 수식에 대해 말해야 한다. 바로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다. 

뜻은 다음과 같다. 장기하 스스로도 밝혔듯이 그들의 음악은 정확하게 두 밴드의 영향을 받았다. 바로 ‘산울림’과 ‘송골매’다. 굳이 분류를 해야 한다면 음악에 있어서의 독창적인 발상은 산울림에, 마치 말하듯 노래하는 스타일은 송골매(그중에서도 배철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가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해체 이후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았던’ 장기하가 얼마 전 신보를 발표했다. 내 추측에, 당신은 아마 조금은 놀랐을 것이다. “장기하가 언제 새 음반을 냈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 역시 위와 같다. 항상 그래왔듯이 그는 <공중부양>이라는 앨범을 무심한 듯 ‘툭’ 하고 던졌다. 과연, 장기하다운 선택이다. 

신보를 관통하는 핵심은 제목 속에 다 들어 있다. 의도치 않게 베이스 연주를 빼게 됐는데 다 완성하고 보니 음악이 뭔가 둥둥 떠다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공중부양>. 우리는 보통 장기하가 창조한 음악의 말‘맛’이 끝내준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 역시 그러하다면 <공중부양>은 최선의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부럽지가 않어’ 이 한 곡만으로도 당신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차선으로는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를 꼽고 싶다. 

더불어 장기하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 곡을 라이브로 한 무대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무대에서 장기하는 진짜로 공중 부양했다. 궁금하면 유튜브에 있으니 꼭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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