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1달 1음반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2년 05월호

 

여기, 형식과 내용이 있다. 당신은 아마도 ‘내용이 알차야지’라고 여기는 쪽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형식 따위는 내용에 비하면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좀 살아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그랬다.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가끔은 형식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옷차림을 예로 들 수 있다. 상상해 보라. 평소와 다르게 옷을 갖춰 입으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는 데 당신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유사한 사례는 심지어 음악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유명한 히트곡 ‘Stronger’가 그러하다. 

켈리 클락슨이 누군가. 참으로 역사적인 인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음악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친 오디션 프로그램 시즌 1의 우승자인 까닭이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당신은 봤을 수도 있고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담컨대 이 오디션의 이름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그것은 모두가 열광할 만한 스토리였다. 켈리 클락슨의 고향은 텍사스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이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음악에 재능을 보인 덕에 유수의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었던 켈리 클락슨은 제의를 모두 뿌리치고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LA로 향했다. 

실패였다. 고군분투하면서 주목받기 위해 애썼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제작자는 없었다. 악운은 계속됐다. 화재로 인해 집이 불타고 만 것이었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 켈리 클락슨은 가수로서의 미래를 접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평범한 인생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구원해 준 건 친구들이었다. 켈리 클락슨의 노래 실력을 신뢰했던 친구들이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가 보라면서 등을 떠민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곧장 슈퍼스타로 급부상,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A Moment Like This’를 시작으로 ‘Since U Been Gone’, ‘Breakaway’,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Because of You’ 등이 당시의 그녀를 상징하는 노래들이다. 

‘Stronger’는 이렇듯 기세등등한 흐름 속에서 켈리 클락슨이 2012년 야심 차게 발표한 싱글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대중의 반응이 영 미적지근했다. 여러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제목이 너무 어렵다”는 스태프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 곡의 원래 제목은 ‘What Doesn’t Kill You(Stronger)’였다. “너를 죽이지 않는 건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니체의 명언에서 따온 타이틀이다. 

결국 장고 끝에 켈리 클락슨은 제목을 슬쩍 바꿔 다시 홍보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Stronger(What Doesn’t Kill You)’가 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곡의 순위가 수직 상승하더니 결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어떤가. 놀랍지 않나. 곡은 그대로 두고, 제목의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최근 ‘Stronger’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다. 스트리밍 사이트의 전체 차트를 보면 발매된 지 10년이 됐음에도 100위권 안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덕분이라고 한다. 한 토크쇼에서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게 화제가 됐고, 결국 한국까지 입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 영상, 유튜브에서 ‘Ariana Grande Stronger’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꼭 한번 찾아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