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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기후변화 다음에는 어떤 위기?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2022년 05월호


2020년 초부터 지구촌을 혼돈과 공포로 몰아간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함께 2022년 현재 인류의 최대 관심사다. 1950년인 인류세(Anthropocene; 인간 때문에 시작된 새로운 지질시대) 기준시점을 바꾸고 그 구분 기준도 방사성 물질,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목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할 위기는 없을까?

금세기 초 유엔환경계획(UNEP)은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환경적 난제로 기후변화, 식량, 서식지 파괴, 자연자원의 고갈, 외래 동식물, 마시는 물, 대기오염 등 10가지를 꼽았으나 어느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유엔이 정한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기아·질병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환경 문제, 경제사회 문제 등 지구적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에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로 민주주의 대 독재 정치,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노동의 미래, 테크기업에 대한 새로운 반발, 암호화폐의 성장, 기후위기, 우주개발 경쟁 등 10개 주제를 선정했다. 우선순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대사회는 전염병, 기후변화, 기아, 환경오염 등의 당면과제에 고심하고 있다.

지구촌 현안에 대한 인식은 개인차가 크다.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에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나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고통을 당하는 동물과 식물 등 자연생태계에는 관심이 적다. 즉 내가 환경 문제의 피해자일 때는 관심이 많지만, 내가 원인 제공자(가해자)일 때는 그 사실을 굳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은 예외로 두고 싶어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두뇌집단인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SRC)’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류의 가장 시급한 환경 현안으로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꼽았다. 그들이 우리의 관심권 밖에 있는 이 문제를 긴급 사안으로 여긴 것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일단 지구상에서 멸종한 생물은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바이러스, 기후변화, 미세먼지를 피해 사람이 드문 나무와 숲을 찾아 자발적으로 고립하는 일명 ‘숲멍족’이 부쩍 늘었다. 인간은 본디 정신과 육체가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원시시대 생활에 맞도록 설계돼 있어 나무와 숲을 좋아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했다. 녹색 갈증이라고도 부르는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생명체의 본능이다. 임상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도시생활에 맞지 않아 생기는 갈등인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관심 속에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의 훼손과 파괴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넘어 새로운 바이러스를 초대하고 기후변화를 부추겨 지구환경 체계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사람과 숲은 공생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전염병은 인간의 생활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문명을 멸망시키기도 했다. 인간이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교란하면서, 동물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질병의 원인이 돼 우리를 공격한다. 유엔 생물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170만 개의 바이러스가 동물들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숲을 보전해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보장해 주고 그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고기와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나무와 숲을 담보로 한 빚이다. 나부터 지구와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 호모 심바이오시스(Homo symbiosis)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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