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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과학토크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의 진실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2년 05월호


“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4년밖에 더 못 살 것이다. 벌이 없으면 꽃가루받이가 없고, 식물이 없고, 동물이 없고, 사람도 없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인용되는 명언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아니다. 1994년쯤 유럽에서 벌을 키우는 양봉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할 때 배포한 소책자에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소개하면서 널리 퍼졌지만, 전문가 다수의 추적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정말로 벌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벌통의 꿀벌이 사라지는 일이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 곳곳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한반도 남부에서만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이런 꿀벌 집단 실종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몇 년 전부터 꿀벌의 먹이가 되는 벌꿀의 생산량이 심상치 않았다. 벌꿀이 줄어들면 당연히 꿀벌은 배를 곯는다. 양봉 농가에서 궁여지책으로 설탕물을 먹이더라도 벌꿀을 대신할 수는 없다. 벌꿀에는 설탕물에는 없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물질과 항생 물질이 들어 있으니까. 당연히 벌꿀을 먹은 꿀벌은 병해충에 강하지만, 설탕물로 배를 채운 꿀벌은 약할 수밖에 없다.

벌꿀 생산량은 꿀벌의 활동 시간에 비례한다. 꿀벌이 바깥에서 활동하면서 꽃에서 꿀을 채취하는 시간이 길수록 벌통에 모이는 벌꿀의 양도 늘어나고, 그 결과 꿀벌은 배부르게 꿀을 먹을 수가 있다. 이렇게 꿀로 배를 채운 꿀벌은 꿀벌응애류 같은 해충이나 그것을 막고자 뿌리는 살충제에 견디는 힘도 세다.

그런데 지난 2년은 감염병 대유행으로 혹독한 시간을 겪은 인간만큼이나 꿀벌에게도 힘든 시기였다. 2020년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한반도는 전국 기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기온이 가장 높은 ‘따뜻한 겨울’이었다. 반면에, 2020년 봄은 따뜻했다가(3월) 갑자기 추워진(4월) ‘이상한 봄’이었다. 

꿀벌의 처지에서 보면, ‘따뜻하지만 꽃이 없는 겨울’과 ‘꽃은 피지만 추운 봄’은 재앙이다.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꿀벌은 꿀을 채취하러 벌통 바깥으로 나간다. 겨울에 꿀을 머금은 꽃밭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꽃은 피지만 추운 봄도 꿀벌에게는 가혹하다. 꽃에서 꿀을 따도 낮은 기온으로 차가워진 지면에 앉는 순간 움직임이 둔해져서 벌통까지 찾아오기 힘들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한반도 사계절에 맞춰진 꿀벌의 시간표는 엉망진창이 된다. 2021년 초겨울에도 그랬다. 꿀벌이 벌통에 들어가서 겨울을 나기 시작할 때인 11~12월에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날씨를 헷갈린 꽃까지 피는 바람에 꿀벌이 벌통을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바깥으로 나간 벌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꿀벌 집단 실종 사태다.

여기서부터는 악순환이다. 이상 기후 때문에 꿀벌의 시간표가 엉망진창이 되면 꿀벌이 생산할 수 있는 벌꿀의 양이 적어진다. 벌꿀이 없으면 꿀벌은 영양물질과 항생 물질이 풍부한 먹잇감으로 배를 채울 수가 없다. 꿀벌응애류 같은 병해충 피해도 커지고, 이상 고온이나 이상 저온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더욱더 약해진다.

꿀벌이 사라지면 당장은 벌꿀을 생산할 길이 막힌 양봉 농가가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꿀벌이 사라져서 수분(受粉)을 못 하면 과일과 채소 생산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무 열매 등을 먹잇감으로 삼는 조류나 포유류 같은 야생동물이 먼저 피해를 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결국 과일, 채소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인류에게도 영향을 준다.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말하지 않았더라도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도 사라지고, 동물도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정말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2022년, 꿀벌 실종 사태. 앞으로는 또 어떻게 전개가 될까. 소식을 전하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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