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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 30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전홍택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2022년 06월호


남북교류는 1990년 한국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시작돼 2000년 남북 정상의 6·15 선언으로 활성화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지속에 대한 대응으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도 북핵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어 남북교류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의 남북교류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경분리 적용 남북교류 방침(정경분리 원칙의 포용정책 또는 햇볕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경연계 남북교류 방침(조건부 포용정책)으로 바뀌었으며 문재인 정부는 다시 햇볕정책을 준비했으나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실행하지는 못했다.

햇볕정책은 남북교류 확대에는 기여했으나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실패했으며 나아가 남북교류를 통한 북한의 외화수입이 핵개발을 도왔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한편 조건부 포용정책도 북한의 비핵화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북 간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햇볕정책도 조건부 포용정책도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남북교류 추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햇볕정책은 서독의 동방정책을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조건부 포용정책도 동독과의 교류·접촉을 통해 동독의 변화를 추구한 서독의 동방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동서독 기본조약에서 동서독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민족 간 특수한 관계로 규정됐다. 남북한 기본합의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남북교류가 통일로 가는 과정을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반대로 북측에서는 독일 통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교류의 이익은 최대화하되 접촉과 왕래는 최소화하고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등 남북교류를 통제해 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모두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로 봤다. 정경분리냐 정경연계냐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에 대해 시혜적인 대규모 경제협력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통일을 촉진하겠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남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북한 붕괴에 따른 남한에 의한 북한 흡수통일 또는 남한 붕괴에 따른 북한에 의한 남한 흡수통일을 의미하므로 남북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보고 남북관계 개선을 국가 간 관계 개선, 즉 국가 간 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본다면 남북교류를 국제무역으로 간주하고 상호이익에 기초해 남북교류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남북교류를 통일의 수단으로 봤기 때문에 남북교역 사업과 대북투자 사업에 과도한 지원을 제공하는 등 교류가 국가 주도로 이뤄져 왔는데, 정부는 이제 남북교류의 제도적 틀을 최적화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남북교류는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남북교류의 새로운 접근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는 경우 추진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북교류를 북한체제 변화의 수단, 궁극적으로 통일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 간의 교류로 추진하는 우리의 진정성을 북한이 이해하게 된다면 남북교류의 탈정치화를 통해 오히려 남북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