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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변화의 현장을 가다
배터리 밸류체인, 포항에서 완성되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2022년 06월호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일(迎日)’만,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해 연중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미곶’. 해맞이 성지로 알려진 포항이지만 이 같은 수사만으로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이러한 지명들과 어울리게 포항은 용광로 불꽃을 상징하는 철강도시다.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견인해 왔고 철강산업의 중심에는 포항이 있다.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지는 걸 보며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과 산업역군들은 만세를 부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글로벌경제가 산업화에서 서비스화로 이행하면서, 이제 철강산업은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다. 이에 포항시는 산업 다변화와 함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과학 인프라가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산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기차산업의 밸류체인은 원료부터 소재 그리고 완성품인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르고, 서비스 영역으로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까지 포함한다. 이렇게 큰 밸류체인 각 단계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톱10에 들어가는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밸류체인상의 완결성이 높은 만큼 정부도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고,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이나 신규 국책사업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영주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장은 이전에는 국가적 관심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집중됐었다면 지금은 배터리로 흐르고 있다며 배터리는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아이템이라 확신한다. 

사용 후 배터리를 새 먹거리로 만들어낼 인큐베이터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설립

경상북도 포항시는 전기차산업 밸류체인의 끝부분에 주목했다.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기준이 부재해 산업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규제자유특구를 신청했고 2019년 7월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았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를 준공했다. 센터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 평가 및 관리를 통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센터는 경북테크노파크 소속기관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수행기관이면서 환경부 지정 거점수거센터다.

 

 
이차전지 재사용 기술 보유한 에스아이셀, 솔루엠과 통합해 사업역량 확대 노려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마지막 섹션으로 미래 자원 측면에서 ‘미개척 시장’으로 분류돼,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잇따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창인 전 에스아이셀 대표는 탄소중립 이슈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제도적 기반은 충분치 않았다며 특구 실증을 통해 ESS에 대한 안전성, 기술개발, 법령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스아이셀은 2012년에 설립돼 최근 솔루엠에 인수합병된 이차전지 기술 기업으로, 특구의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 주관사업자다. 2세부(재사용) 실증을 완료하고 지난해 7월 임시허가 전환을 통해 사용 후 배터리를 적용한 태양광·전기차 충전기 연계용  ESS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소형 전기차 등 공유 모빌리티용 배터리팩을 개발하고 있으며, 15개의 이차전지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선도적인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 7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포항의 배터리특구는 그간 많은 성과를 달성했다. 1조6,591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에 성공해 지역경제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규제자유특구 연계 후속 국책사업을 대거 유치해 배터리산업 도시로 그 위상을 끌어올렸다. 더불어 사용 후 배터리 관련 기업투자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국내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업 대부분이 특구로 모여들고 있다. 

2013년 국내에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배터리 3사가 전력을 다해 개발해 냈던 배터리들이 이제 그 정해진 수명을 다하고 시장에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기 전에 사업화를 위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항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자원순환 관점에서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용 후 배터리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분명 봤다. 포항시의 준비와 투자를 기반으로 곧 열릴 시장을 경북도와 포항시가 선도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할 법적 토대가 더 강건해지길 기대한다.

인터뷰 1: 이영주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장

전기차시장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배터리산업은 이제 시작단계로, 성숙단계를 100%로 보면 10% 수준이다. 2030년 전기차 보급률 전망치로 추산하면, 배터리 재사용은 14조 원, 재활용은 18조 원 규모로 추정한다. 지금 사용 후 배터리 활용 물량은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물량보다는 재활용 물량, 즉 공정스크랩(배터리 생산 중 불량으로 처리되거나 배터리를 셀로 자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철 조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30년쯤 되면 그 비중은 14%로 줄고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비중이 약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관련 이슈는?
전기차 보급 추세 및 국가 보급 계획을 보면 2030년에는 전기차 300만 대가 운행될 예정이고, 거기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는 누적 60만 대에 이를 것이다. 이를 재활용 업체가 수거해 원료를 뽑아내 팔면 개당 100만 원 정도인데, 전량 재사용된다면 약 1천만 원의 가치가 있다. 센터에서 배터리 평가를 해보면 70~80%가 재사용 등급이 나온다. 그것을 재사용하지 못하고 재활용하게 되면 1천만 원짜리가 100만 원짜리가 된다. 재사용이 활성화되지 못한 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다. 2030년에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기 전까지는 실증을 끝내고 그 데이터로부터 관련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한다.

포항시는 배터리라는 아이템을 어떻게 발굴했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포항경제를 50년간 지탱해 줬는데, 철강은 글로벌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모색한 신사업 중 하나가 배터리 소재 전문 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이다. 또 포항시는 에코프로라는 작은 회사를 유치했는데 그것이 대박을 터뜨렸다. 양극재에 필요한 원료·소재 기업, 생산 설비를 담당하는 기업 등 에코프로 계열사 7개가 산단 내 5만 평 부지에 포진해 있다. 전량이 SK온과 삼성SDI에 납품된다.

배터리산업 생태계에서 센터의 역할은?
센터는 경북테크노파크 소속기관이다. 규제특구 1세부(종합관리) 사업으로 사용 후 배터리를 회수하고 평가해 상태가 양호한 것은 재사용 업체에 보내고, 나머지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재사용 업체 에스아이셀(현 솔루엠)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오토바이 등 다양한 응용제품을 만들고, 에코프로 계열사 중 에코프로지이엠에서는 배터리를 파분쇄 및 유가금속 추출을 통해 재활용한다. 지난해 10월 15일엔 센터에 성능 평가 및 신뢰성 검증 센터를 준공했다. 현재 장비가 거의 100% 가동된다. 

규제자유특구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나?
2019년 6개사를 시작으로 2021년 기준 총 12개 특구 사업자가 입주해 있다. 이 중 특히 에스아이셀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스타트업으로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솔루엠에 합병됐다. 포엔은 현대차 사내 벤처 출신으로 배터리 수리(리퍼) 및 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성능 평가 장비업체인데 관련 장비뿐 아니라 전기버스용 배터리도 만든다. 규제자유특구 평가에서 우리가 1등을 한 것은 기업들이 큰 성과를 내준 덕분이다. 또 지자체가 에코프로나 GS건설, 포스코케미칼 등 대규모 업체를 유치함으로써 성과 창출을 도모했다.  

지자체의 의지와 맞아떨어져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 
포항은 철강산업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산업 개발이 절실했다. 센터는 후속사업으로 487억 원의 국비를 추가로 지원받았고, 1만2천 평의 부지를 제공받았다. 또한 센터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인라인 자동평가센터 구축 사업’도 수탁해 준비 중에 있다. 사업 수탁을 위해 하루 1~2대 소화하는 배터리 평가를 300대씩 해내겠다고 중앙정부 및 지자체를 설득하면서 앞으로 몇십만 대의 배터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므로 평가도 대량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규제자유특구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지정된 규제자유특구 4년 중 2년의 실증기간이 종료되면 특구 사업자 지원, 사업자 자격 등도 같이 없어지는 점이 아쉽다. 1세부(종합관리) 사업의 경우 배터리 5종에 대한 평가 기술 및 체계는 확보했으나 새로 개발되는 배터리에 대해서도 기술개발이 필요해서 실증 연장을 요청했다. 2세부(재사용)는 실증 목적에 도달했지만, 에스아이셀 등 3개 업체의 경우 재사용 및 재제조 기준의 추가 발굴을 위한 업체 요청으로 임시허가로 전환됐다. 3세부(재활용)는 실증 목적에 도달해 바로 사업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특구 사업자 및 실증단계의 고도화가 필요해 보인다.


인터뷰 2: 김창인 ㈜솔루엠 사업팀장(前 에스아이셀 대표)

에스아이셀이 솔루엠과 합병된 배경은?
에스아이셀은 특구 사업자로 2년 정도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실증을 진행한 다음 사업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2023년 8월까지 받은 상태라 사용 후 배터리 판매를 할 수 있다. 솔루엠은 원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전원공급장치 모듈 등을 만드는 기업으로, 이차전지에 관심을 갖고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 추진력을 갖게 됐다. 

사용 후 배터리 사업 모델을 설명하면? 
전기차에서 뗀 배터리팩 자체가 쓸 만한지 여부는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에서 평가한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와 분해하고 그 안의 모듈들을 별도로 검사해 다른 제품으로 만든다. 아직은 실증사업이나 시범사업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기준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나 우리처럼 임시허가를 통해서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상용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짧으면 2~3년, 길면 4~5년까지 생각하고 있다. 재사용할 배터리가 많이 나와야 의미가 있는데 아직 많지 않다. 현재 환경부가 갖고 있는 총량이 600여 대다. 그리고 생각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 2025년에서 2030년쯤 되면 재사용할 배터리가 폭발적으로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준비돼 있지 않으면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처리 속도로는 대응이 안 된다. 재사용이나 재활용 측면에서 계속 연구·실증하고 있다. 

솔루엠은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인데, 포항시나 경북테크노파크의 기대와 일치하나? 
이차전지산업 자체가 예전에는 배터리팩을 양산해 부품으로 납품하는 것이 기본이었다면, 요즘에는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 관리자와 통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실 위험성 등으로 시험소에서도 사용 후 배터리를 꺼린다. 경북테크노파크로부터는 이런 부분과 관련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규제특구를 만든 것도 그런 문제 때문이다. 신사업이어서 데이터는 없지만 5년 후쯤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 사이에 신뢰성 테스트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로 정책적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에서 하고 있는 실증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큰 배터리팩을 시험하려면 대용량 장비가 필요한데, 자체 구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센터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실증한 시제품은 센터에서 전시하고 있다. 재사용 배터리로 이러한 산업군을 만들 수 있다는 모델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사업화에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태양광만으로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ESS를 100kWh로 개발했지만 실제로 전기차 1대의 배터리 용량이 67kWh, 80kWh씩 된다. 태양광으로 30kWh만 발전하려 해도 40피트 컨테이너 가 4개 정도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업화해 나갈 것인지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시장 현황은? 
배터리를 더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고, 검사 기술 정밀도도 계속 높이고자 한다. 아직 데이터가 없으니 법령 정비가 느린 편이다. 안전 문제에 대해 자신할 수 없으니 숙고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한국환경공단이 순환자원정보센터 사이트를 통해 배터리팩 입찰공고를 올리면 기업이나 기관들이 입찰에 참여해 구매하도록 돼 있는데, 판매되는 수량이 아직까지는 월 10개 정도로 적은 편이다.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고도화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특구 기업들이 포항시나 정부에 바라는 점은? 
기업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곳으로 간다. 현재로선 배터리 관련 인프라가 포항에 잘 갖춰져 있다. 사용 후 배터리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상주 인력을 두고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구가 시작됐을 당시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쯤 여기에 공장이 하나 있었을 텐데, 진행이 더뎠다. 처음에 실증하기 위한 배터리를 한국환경공단에서 받는 데 1년 반이 걸렸을 정도다. 사업자 회의 등에서 사용 후 배터리 제품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언급하곤 한다. 사용 후 배터리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고 산업이 형성될 만큼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진 지원이 필요하다. 새 제품의 60~70% 정도 단가까지는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데, 아직은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까지는 보조금이 지급되면 좋겠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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