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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잘러는 이렇게 쓴다피라미드를 뒤집어라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2년 06월호


책에서나 봐오던 ‘전쟁’이 이웃 나라에서 여태 진행형이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생사를 넘나들기로는 직장인도 마찬가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터가 뒤집혔으니 전쟁터가 따로 없다. 불확실하고 모호하며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이 전쟁은 그래서 소통전(戰)이다. 전략무기는 ‘글쓰기’다. 가장 안전하고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소통전쟁에서 단숨에 승리하는 ‘역피라미드식 전술’을 소개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람들은 바쁘다. 웬만하면 글을 읽고 싶지 않다. 이랬던 사람도 글쓰기 모드에 들어가면 돌변한다. 읽지 않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글을 써야 한다. 치열한 전쟁이다. 독자는 단숨에 핵심을 파악하고 싶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은 논리정연하게, 인과관계를 짚어가며 써야 성에 찬다. 

이렇게 필자와 독자의 생각은 거꾸로 흐른다. 여기에 해법이 있다. 전달할 내용을 ‘거꾸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역피라미드식이라 한다. 결론부터 쓰는 것이다.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부터, 알아야 하는 내용부터 쓰는 방식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서 기사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제 일터에서 쓰는 글도 기사처럼 거꾸로 써야 한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을 맨 먼저 써야 한다. 그래야 빨리 읽히고 그래야 의도한 반응을 빠르게 얻어낸다. 핵심, 즉 결론을 맨 앞부분에서 강조하고 독자가 더 궁금해 할 내용을 추가로 쓴다. 이 순서대로 내용을 구성하면 성미 급한 요즘 독자들에게 아주 잘 먹힌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내용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피라미드 방식으로 쓰면 제한된 분량에 맞춰 내용을 줄여야 할 때도 거뜬하다. 덜 중요한 뒷부분부터 잘라내면 되기 때문이다. 역피라미드 방식은 모바일로 콘텐츠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그만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모바일로 글을 읽을 때 차분히 꼼꼼히 전부 읽지 않을뿐더러 ‘스크롤 압박’을 싫어한다. 이렇듯 역피라미드 방식은 독자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킨다. 결론을 먼저 접하며 앞으로 읽게 될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로 줄줄이 읽어가야 한다면 불만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결론이 위치한 끝부분까지 읽지도 않는다. 완패다. 

역피라미드 방식으로 빨리 읽히는 글을 쓰려면 논리정연하게 핵심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는 피라미드 방식이 좋다. 학교에서 배운 기승전결의 순서대로 일리 있고 조리 있게 내용을 구성한다. 기승전결로 내용을 정리한 다음 독자에게 전달할 때는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순서대로 정보를 디자인한다. 역피라미드 방식으로. 내용을 기승전결로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나면 이대로 보고서에 옮기고 싶은 유혹이 든다. 하지만 서서히 핵심에 접근해 가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터에 적합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 영국 총리는 참모들에게 이런 지침을 내렸다. “제발 글은 간명하게 써라.” 그야말로 총알이 머리 위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보고서를 장황하게 썼다니 놀랍지 않은가. 광고 문안 작성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정보국에서 일하며 수많은 보고서를 썼다. 이 과정에서 ‘명료한 글쓰기’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는 이후 광고 카피를 쓰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처칠의 지시가 먹힌 게 틀림없다. 아마도 처칠의 지시는 이랬을 것이다. BLUF(Bottom Line Up Front, 주로 미국 정부 및 군대에서 쓰이는 약어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보고서나 메일 등의 가장 첫 문장으로 핵심요점을 요약하는 것을 뜻함), 결론을 제일 먼저 배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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