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S(사회) 요인 중 노동 환경 개선은 인적 자본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선제적인 노동 환경 개선을 통해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면, 이는 기업의 실적 향상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 및 재택 근무가 확산되면서 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차원에서 코로나19에 상관없이 원격 및 재택 근무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국내 대표 IT 기업 두 회사가 나란히 원격근무제 전면 도입을 선언했다. A사는 사무실 출근, 원격근무 등 근무 방식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할 수도 있고,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할 수도 있다. B사는 근무 장소에 상관없이 가상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주 5일 중 4일은 원격근무, 1일은 출근해 팀원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 대면 회의 장소는 카페 등 어디나 가능하다. 원격근무를 하는 날은 자신이 고른 장소에서 텍스트와 영상 등 적절한 수단을 활용해 동료와 협업하며 자유롭게 일하되, 음성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해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두 회사의 원격근무제 도입 발표에 양사 직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A사 직원들은 환영한 반면, B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통과 협업을 중시한 나머지, 업무 시간 내내 ‘음성채널에 실시간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사항 때문이었다. ‘연결’을 지나치게 강조해 직원들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지적과 함께 “마치 우리가 5분 대기조가 된 것 같다”라는 불만이 폭주했다. 여기에 오후 1~5시는 반드시 일해야 한다는 ‘코어타임(집중근무)’ 제도까지 만들어져 유연근무제의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사실 불만이 불거진 배경에는 원격근무의 내용 외에 새로운 근무제 도입에 대해 직원과 ‘소통’하지 않고 윗선에서 추진한 데 따른 반발 심리도 작용했다. 실제로 A사는 새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직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근무제를 설계했기 때문에 내부 반발이 적었다. 근무제를 두 가지 형태로 나눠 직원 스스로 업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B사 임원진은 결국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며 원격근무제의 세부사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성원들과 내부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아무리 취지가 좋고 제도가 매력적이라 해도 반발만 심할 뿐 아무 효용이 없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ESG 경영에서 건강한 조직 문화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조직 내 스트레스가 덜한 직원들은 그만큼 업무 몰입도가 높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사고로 문제해결에 접근한다. 경직된 분위기의 조직에서는 그저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할 뿐 더 이상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하고 혁신적인 ESG 경영도 불가능하다. ESG 경영을 선도하는 많은 기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ESG 경영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기업 윤리를 갖고 직원들의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제 기업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원격근무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과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임원진의 생각만으로 추진되는 ESG 경영은 그저 보여주기식 홍보에 불과하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허울 좋은 ‘제도’가 아닌 직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진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