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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문가 기고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산업 육성해 탄소중립 기반 확충한다
성창훈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2022년 07월호


세계 각국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선언, 2030 탄소감축 목표 상향조정 등 탄소감축 가속화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감축량을 측정·보고·검증(MRV;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하는 산업은 탄소감축의 기반산업으로 국내외에서 적용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 수요...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증가 중

국내 MRV시장은 의무적인 배출권거래제[ETS;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매년 배출허용량(배출권)을 할당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탄소발자국(제품생산 전 과정 배출량 인증) 등 신규 분야는 아직 시장 조성 단계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684개의 배출권 할당 기업과 341개의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은 매년 탄소배출량 측정·보고 및 제3자 검증이 의무화돼 있다. 이들 기업은 배출량 측정·보고를 직접 수행하거나 민간 컨설팅 업체로부터 온실가스 명세서 작성 등의 업무를 지원받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검증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인정(accreditation)을 받은 15개 민간 검증기관이 담당한다. 

이와 달리 탄소발자국 등 자발적 MRV시장은 친환경 경영, 고객사 요구 등 자율인증 수요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국내에는 환경성적표지와 국제통용발자국 등 두 종류의 탄소발자국 인증제도가 운영 중이다. 환경성적표지는 친환경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이 자체 산정한 환경성적(탄소발자국)에 대해 인증하는 제도로 2001년 도입돼 300여 개 기업, 1,400여 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 민간 컨설팅 업체가 환경부 지침을 근거로 환경성적을 산정해 인증을 신청하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경부)에서 이를 인증하고 표지를 발급하고 있다. 국제통용발자국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산업통상자원부)이 국제표준화기구(ISO) 또는 다른 국가 표준에 기반해 개발한 민간 차원의 탄소발자국 인증제도로, 주요국 요구 기준에 따라 탄소발자국을 산정하고 인증을 신청하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인정한 2개의 민간 인증기관이 이를 인증하고 있다. 이와 같이 MRV시장은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컨설팅기관과 이를 검증하는 검증기관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2015년부터 시행 중인 ETS에 더해 국내외적으로 MRV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먼저,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2023년 시범 도입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는 EU가 역내 탄소규제 강화에 따른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주요 제품 수입업자에 대해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 구매의무를 부과하는(수입품 원산지에서 탄소가격 기납부 시 수입업자는 CBAM 인증서 수량 감면 요청 가능) 내용이다. 이에 따라 향후 EU에 수출되는 대상 제품은 탄소 측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도 EU와 유사한 국경탄소조정(BCA) 도입을 논의 중에 있다.

둘째, 본사 및 자회사뿐 아니라 하청·공급 업체의 활동이 환경·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부과해야 하는 공급망 실사제도가 시행된다. 프랑스·네덜란드·독일 등은 공급망 실사 법안을 이미 제정했으며, EU 전체로 공급망 실사를 확대하기 위해 EU 집행위는 지침(안)을 올해 2월 마련했다. EU 의회 승인을 거친 후 회원국들은 국내법을 제·개정할 전망이다. 한편 이러한 법제화와는 별도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공급망 기업에 탄소발자국 인증 취득 등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셋째, 지난해 11월 파리협정 세부이행계획 합의 및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 국외감축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타국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확보하는 제도다. 파리협정은 국외감축을 NDC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30년 NDC(40% 감축) 중 4.4%를 국외감축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관련 MRV시장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MRV 업체의 참여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는 탄소감축 정책을 비용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배출량 측정·보고 의무(배출권거래제·목표관리제) 대상이 아닌 기업 등에 대해서도 탄소감축 실적과 연계한 재정 지원과 정책금융 지원(우대금리를 제공하되 감축 실적 미흡 시 페널티 부과, 탄소중립 기여 업체 추가 보증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CBAM에 대한 국내 기관의 검증 상호인정 위해 EU와 협상 필요

정부는 MRV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탄소중립 기반을 확충하고,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탄소배출량 검증인력의 확대를 검토하고 국내 업체의 국제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검증품질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수행하는 검증기관 평가에서 우수 기관 정보를 공개하고 검증품질 미흡 기관에 대해서는 조사·평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EU의 CBAM 도입 시 철강 등 대상 품목 수출 업체는 EU 지침에 따른 배출량 검증이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이를 EU 검증기관이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EU와 CBAM 협상 과정에서 국내 ETS 검증기관의 EU CBAM 검증 수행 및 검증결과 상호인정이 가능하도록 협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외감축 사업 대상국과의 양자협정 체결 시에도 국내 ETS 검증기관의 MRV 참여가 가능하도록 협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자발적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탄소발자국 산정 인프라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탄소발자국 측정을 위해 철강, 배터리 등 수출규제 대응 필요성이 높은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제품별 지침을 신규 개발(현행 10개)하고,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환경성적 기초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대폭 확충(현재 793건)하는 한편 국제 DB에 등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탄소발자국 제도의 국제통용성이 낮아 국내 인증을 받은 기업이 수출을 위해 해당국 기준에 따른 이중인증 부담을 져야 하는데,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분야에 한정된 국제상호인정협정 체결 범위를 탄소발자국까지 확대해야 할 것이다.

넷째, 중소기업이 금융·재정 지원 시 활용 가능한 ‘간이 MRV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MRV 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연료, 열, 전력 등 사업장 에너지 사용현황을 입력하면 전체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주는 탄소배출량 자가진단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경제의 그린 전환으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MRV가 그런 시장의 하나일 것이다. 정부는 MRV시장을 정비함으로써 탄소중립 기반을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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