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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피부색은 죄가 없다!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2년 07월호


때로는 과학 지식이 지독한 편견과 차별 또는 혐오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지금부터 살펴볼 이야기가 그렇다.
요즘처럼 따가운 여름 햇살이 무서울 때면 평소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기 마련이다. 특히 피부색이 밝은 사람일수록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다. 하지만 나는 이때만큼은 살짝 여유를 부린다. 평소 방금 땡볕에서 밭일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피부가 까맣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어두운 이유는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 멜라닌 색소가 햇빛의 자외선을 차단한다. 즉, 나처럼 피부가 어두운 사람은 애초 피부에 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많은 셈이다. 반면에 피부색이 밝을수록 멜라닌 색소가 적어서 햇빛의 자외선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자외선 노출로 인한 가장 심각한 영향인 피부암 환자가 백인 거주 지역에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아프리카의 햇볕 따가운 적도 지역에서 살았던 인류의 조상에게 햇빛 자외선은 치명적이었다. 털이 적어지면서 노출된 피부가 자외선 공격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피부 안에 있던 흑갈색의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생존에 유리했다. 어두운 색 피부의 인류는 이렇게 탄생했다.

만약 인류가 계속해서 아프리카의 적도 지역에서만 살았다면, 지금도 전체 인류의 피부색은 어두웠을 것이다. 하지만 약 6만 년 전부터 인류가 아프리카 북쪽으로 뻗어가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인류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햇빛의 양이 적어졌다. 빙하기까지 겹치면서 햇빛이 구름으로 가려지는 날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두운 색 피부가 오히려 생존의 장애물이다.

파장 길이가 중간 정도인 햇빛의 자외선(UVB)은 피부 세포에서 비타민D 합성을 자극한다. 비타민D는 몸속에서 뼈의 구성 성분인 칼슘을 흡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비타민D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뼈가 약해지고(골다공증) 심하면 뼈가 굽는 현상(구루병)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햇빛에 노출되지 않으면 비타민D가 모자라서 몸에 문제가 생긴다.

아프리카 적도처럼 햇빛의 양이 많다면 멜라닌 색소를 뚫고 들어온 자외선 일부로도 비타민D 합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햇빛의 양이 적은 지역에서는 멜라닌 색소가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해서 생존을 위협한다. 당연히 이때는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적을수록 생존에 유리하다.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적은 황인이나 백인이 세상에 등장한 이유다.

지금의 다채로운 피부색이 햇빛과 진화의 앙상블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선뜻 안 믿긴다면 입이 딱 벌어지는 시각 자료도 있다. 당장 구글에서 ‘map of skin color and UV’를 찾아서 나오는 그림을 몇 개 살펴보라. 이주 요인을 제거하면 자외선(햇빛)의 강도와 피부색의 짙기는 거의 비례한다.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 두 가지 사실도 귀띔한다. 그렇다면, 햇빛이 가장 약한 북극 지방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족은 왜 피부색이 밝지 않을까? 과학자는 이누이트족의 전통적인 주식이 비타민D가 풍부한 생선이었다는 데에 주목한다. 이누이트족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피부색 탓에 합성하지 못한 비타민D를 먹을거리로 섭취해서 생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피부색이 밝다. 흑인 중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멜라닌 색소가 적다. 왜? 임신해야 하는 여성은 자기뿐만 아니라 아기의 뼈에 필요한 더 많은 비타민D가 필요하다. 또 비타민D가 적어서 칼슘 흡수를 방해하면 골반의 뼈가 으스러져 출산할 때 위험할 수도 있다. 여성의 멜라닌 색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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