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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창기의 영화상담실지금 우리 가족은?
김창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그룹 동물원 리더 2022년 07월호



지난 5월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 씨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등이 출연한 영화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고레에다 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혹시 감독을 잘 모른다면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의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불편한 가족. 그 불편함이 아주 따뜻하지는 않지만 덜 불편한 가족으로, 하지만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가족으로 어떻게 성숙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영화 <어느 가족>의 원제는 , ‘좀도둑들’이다. 영화는 도쿄의 마트와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생활해 가는 생계형 좀도둑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를 유쾌하고 황당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려준다. 가족이란 대부분의 경우 혈연으로 맺어지지만, 이 가족은 그렇지 않다. 대도시의 밑바닥으로 흘러온 사람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하게 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뭉쳐진 집단이다.

집주인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아들딸 역할을 하는 이들이 좀도둑질을 하거나 세탁소나 건설현장, 유흥업소에서 벌어오는 돈으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된다. 그러던 중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가출한 어린 소녀 ‘유리’가 집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잠시 돌보다가 집으로 돌려보내려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친부모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유리와 정이 들면서 유리도 가족이 된다.

<어느 가족>은 나에게 늘 여름 영화다. 유리를 지키기 위해 여러 위험과 어려움을 극복하던 가족은,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유리를 위해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훔친 물놀이 기구들과 하와이안 티셔츠를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다들… 고마웠어…”라고 속삭인다. 필요에 의해 기능적인 역할을 하던 식구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끈끈한 관계로 진화한 것이다.

유리는 좀도둑질을 배우다가 경찰에 잡히고, 경찰은 가족이 유리를 유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리를 친부모에게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공무원에게 가족들은 “무조건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느냐?”라고 절규한다. 공무원은 유리가 가족들을 엄마 아빠 언니 오빠라고 불렀느냐고 질문한다. 사실 엄마 역할을 하는 여인은 식구들에게 아내와 엄마로 불리기 원했었고, 아빠 역할을 하는 남자는 남편과 아빠로, 아들딸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아들과 딸로 불리기를 간절히 원했었다는 게 영화가 끝나가며 드러나기 시작한다. 법적인 이유 때문에 헤어진 후에야 진심으로 서로를 아빠 엄마로 불러보지만 아무도 자신이 원하던 호칭을 실제로 듣지는 못 한다.

가족의 유대감과 애착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대감과 애착은 서로를 향한 따뜻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 상대의 상태를 잘 파악하려는 민감성, 오해와 자기중심성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잘 풀 수 있는 관계개선 능력으로 견고해진다. 나의 가치와 의미는 나에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자에 의해 결정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사랑도 외로움도 가족, 집에서 시작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지만 <어느 가족>의 식구들은 따뜻하고, 일관적이고, 민감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태도로 서로를 대했기에 소중하고 끈끈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가족은 어떤가? 서로를 위해 즐거운 여름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가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