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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잠깐 다녀오겠습니다생명력 가득한 그곳, 태안의 여름 바다
임운석 여행작가 2022년 07월호


여름이 되면 바다 향이 짙어진다. 푸른빛의 바다는 무궁무진한 보물을 품고 있다. 시원한 파도 속에 몸을 담그면 불볕더위는 어느새 사라진다. 
게다가 바닷속에는 은빛 펄럭이는 어족이 넘쳐난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태안의 바다에서 싱싱한 즐거움을 건져 올린다.



나만의 특별한 피서지, 노루미해변

충남 태안은 해안선 따라 이름난 해수욕장이 줄을 잇는다. 만리포, 천리포, 몽산포, 꽃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해안 해수욕장의 막강 라인업이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힌다. 그중 원청리에 자리한 노루미해변은 수심이 낮고 파도가 잔잔해 오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하지만 이곳 해변의 매력은 따로 있다. 힌트는 유선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지막한 해변의 돌담. 방파제도 아닌 낯선 돌담의 등장에 문득 용도가 궁금해진다. 이것은 다름 아닌 석방렴 또는 독살이라 부르는 시설이다.
독살은 ‘ㅅ’자 혹은 초승달 모양으로 돌담처럼 바다에 쳐놓은 일종의 그물이다. 밀물 때 물의 흐름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히는 원리를 이용한 전통 어로 방식이다. 인간이 원하는 만큼 잡는 것이 아니라 곡식을 추수하듯 자연의 것을 거둬들이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음식을 취했던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독살을 체험하고 싶다면 노루미해변 뒤편 별주부마을로 가면 된다. 태안의 원청리에는 수궁에서 도망친 토끼가 달아났다는 ‘노루미재 숲’과 토끼를 놓친 자라가 용왕을 뵐 면목이 없다며 바다를 향해 죽자 바위가 됐다는 ‘자라바위’가 있다. 이런 까닭에 이곳이 별주부마을이 됐다. 마을 주민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태안의 유명 해수욕장에는 모두 독살이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해변이 관광지화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흔적만 있고 별주부마을에만 7개가 남아 결과적으로 전국에서 독살이 가장 많은 마을이 됐다. 

이곳에 독살이 많은 것은 리아스식 해안이어서 돌출한 돌산이 많아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밀물 때 바닷물에 덮여 있다가 썰물 때 육지로 드러나는 조간대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넓기 때문이다. 조간대에는 산소가 풍부하고 유기물이 많아 해조류, 패류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독살 체험 외에도 맛조개 잡기, 바지락 캐기 등 다채로운 바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루미해변에 있는 독살 체험장에 도착하니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온 선조들의 땀방울이 배어 있는 듯하다. 독살에 사용된 돌은 작은 것은 어른 머리만 하고, 큰 것은 한 아름이 넘는다. 무거운 돌을 힘들게 쌓아놓으면 심술궂은 파도가 허물고, 그러면 다시 쌓고 또 파도가 허물고가 반복됐다고 한다. 
바닷물이 무릎 높이 정도로 빠지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린다. 체험객들이 돌 틈에서 우럭을 맨손으로 잡고, 어른 팔뚝만 한 민어를 낚아 올린다. 물고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대나무로 만든 수문 주위. 입구를 지키고 있으니 미처 피하지 못한 물고기가 가득하다. 예전보다 어획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풍어다. 노루미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고 독살에서 싱싱한 물고기를 잡으니 여름휴가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분이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은 태안해변길

해변이 가득한 태안은 여름 한철에만 반짝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 아니다.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까닭은 해변을 끼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태안해변길 덕이다.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멋진 경관과 독특한 해안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이 무려 7코스, 총 100km에 달한다. 길은 크게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로 나뉜다. 그중 그림 같은 일몰과 어우러지는 노을길은 태안해변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시작점은 시끌벅적한 열기로 가득한 백사장항이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가 좌판에서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핑크빛 선명한 대하가 긴 수염 휘날리며 수족관에서 유영을 즐긴다. 비린내 물씬한 항구의 냄새가 싫지 않은 것은 이곳에 삶의 진솔함이 가득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백사장항을 지나 2km 정도 가면 삼봉해변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이 해변 길을 ‘삼봉 사색의 숲’이라 부른다. 이름처럼 숲에 발을 들이자 숨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곰솔 숲길 바닥이 유난히 푹신하다. 하얀 모래와 그 위에 융단처럼 내려앉은 솔잎 덕분이다. 길 가장자리에는 곰솔이 키를 자랑하듯 하늘 높이 자라 아치를 이뤘다. 바닷바람에 솔향이 진득하니 묻어 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지구의 호흡처럼 편안하다. 

삼봉해변에서 도보로 15분쯤 가면 기지포해변이다. 이 구간에는 노인, 어린이, 임산부, 또는 유모차,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해 데크를 설치해 놨다. 길 이름도 무척 예쁘다. 1,004m의 천사길. 전국에 몇 안 되는 무장애 해양 탐방 구간이다. 해변을 가로질러 놓인 데크길은 왼쪽으로 울창한 곰솔 숲, 오른쪽으론 바다를 끼고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은 해변으로 연결되다가 숲속으로 이어진다. 

두여전망대까지 걸었다면 노을길을 절반쯤 온 셈이다. 광활한 해안사구가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두여해변에서는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두여해변에는 다양한 갯바위와 기암이 많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강한 압력으로 습곡과 단층이 형성된 후 풍화작용과 융기를 거쳐 지금의 독특한 형태가 만들어졌다.

태안 해안길 최고의 풍경 맛집

12km에 달하는 태안 노을길 코스가 막바지에 접어든다. 시끌벅적한 항구에서 시작한 길은 고요한 숲과 해변으로 연결돼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게끔 이끈다. 눈가를 시원하게 하는 광활한 해안 사구길과 솔향 가득한 오솔길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듯하다. 색다른 풍경에 감격하고 숲과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사이 어느덧 마지막 지점이다. 꽃지해변에 도착할 무렵 때마침 하늘이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냥 푸르던 하늘이 기지개를 켜며 잠들었던 색을 깨운다. 계주 경기 마지막 주자를 위해 피날레 무대를 준비하듯 하늘은 온통 빛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축제의 주인공은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두 바위가 저무는 태양을 바라본다. 이들 바위에는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였던 견승포(지금의 안면도 방포) 사령관 ‘승언’과 아내 ‘미도’의 사랑 이야기가 서려 있다. 비록 전쟁이 부부를 갈라놨지만, 그들의 사랑은 바위가 돼 아직도 꽃지해변을 지키고 있다. 사랑의 맹세가 그림 같은 바위로 남아서일까. 태안 노을길 최고의 풍경 맛집, 꽃지해변에서 몸과 마음이 생명력으로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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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 수목림 안면도자연휴양림은 고려 왕실에서 특별 관리하던 곳이다. 굵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어 가슴까지 시원하다. 매표소 옆 지하터널을 통해 들어가는 안면도수목원도 있다. 산책 시간만 1시간이 소요될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여행정보
•별주부마을  ☎041-672-3359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041-672-9737
•안면도자연휴양림  ☎041-674-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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