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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미깡 『거짓말들』, 한여름 밤을 시원하고 뭉클하게 만들어줄 반전의 미학
김혼비 에세이스트 2022년 08월호

먼저 <술꾼도시여자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2개 외에는 다소 고집스럽게 다른 OTT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던 나를 처음으로 ‘티빙 오리지널’에 가입하게 만들고, 감칠맛은 좋아해도 감질맛은 못 견뎌 완결된 드라마 정주행만을 해오던 내가 처음으로 매주 업로드를 기다리며 봤던 드라마. 1회의 지나치게 높은 텐션에 기가 빨리면서도 계속 봤던 건[혹시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1회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미깡 작가의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원작이 이렇게 좋은데 웬만해서는 재미없을 리 없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처음 이 웹툰을 정주행했을 때(웹툰도 이미 완결된 것만 정주행하는 확고한 취향) 웃다가 울다가 난리법석인 가운데 추천해 준 친구에게 확신에 찬 메시지를 보냈었다. “야, 이 작가 진짜 보통이 아니다!” 
‘술꾼여성들’이라는 ‘쎈’ 캐릭터와, 그들이 벌이는 각종 기행이라는 ‘쎈’ 에피소드적 요소들이 워낙 도드라져서 놓치기 쉽지만, 이토록 복잡한 감정과 복잡한 상황, 그러니까 삶의 희로애락을 네 컷 안에 담아내는 연출력이 가히 놀라웠다.
페이소스 담긴 이야기를 만드는 구성력, 그 이야기들을 군더더기 없이 매만지거나 한두 개의 사물이나 한두 마디 대사로 압축하는 표현력, 대놓고 웃기려들기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주워 먹든가 말든가 식의 시크한(그래서 더 웃긴) 개그감. 규격화된 만화 프레임 안에만 계속 담겨 있기엔 작가가 가진 것들이 너무 커서 그의 자유로운 다른 작업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결과인 그의 신작 『거짓말들』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거짓말’이라는 테마로 그린 아홉 개의 만화가 실린 책인데 한 편 한 편이 절창이어서 친구에게 메시지를 또 보내고 싶었다. “내가 뭐랬어! 이 작가 진짜 보통이 아니라니까!”(지금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아서 딱히 메시지 보낼 곳이 없다.) 과장 하나 없이 한국에 오 헨리가 있다면 미깡일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편편이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관계상 몇 편만 잠깐 소개해 보면, ‘주간 문학동네’에 선공개됐던 단편 <고양이는 건들지 마라>와 <어쩌다 그 밤에>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 그 자리에 미묘하게 떠도는 공기들을 낚아채는 데에 탁월한 미깡의 특기가 강력한 반전과 만나 빛을 발한다. 전자의 경우 마지막 한 컷이 주는 소름과 함께 앞에서 툭 던져놓은 ‘그 표현’의 이유가 떠오르며 짜릿해진다면, 후자의 경우 뒤에 나오는 ‘그 한 문장’에 한 방 얻어맞고 첫 장부터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가며 마지막 장의 서걱거림을 곱씹게 된다. 어른들의 산타클로스 거짓말을 다룬 <이빨 자국> 역시 작은 반전이 있는 단편으로 마지막 한 문장에 결국 눈물을 쏟게 되고, 한 인간이 직장에서 영혼까지 불태워져 재가 돼가는 과정이 생생히 그려진 하이퍼 리얼리즘 단편 <도둑맞은 얼굴>은 다른 방식으로 눈물겹다. 

“옛날부터 나는 다 진심이었다고.”
“알아. 거짓말이고 진심이고 진실인 거.” -p.173


그러니까 영화 포스터 카피 스타일로 말하면 ‘시원한 반전! 묵직한 여운! 뭉클한 감동! 유쾌한 웃음!’이 정말 다 있는 책이다. 한여름 밤에 읽기에 더없이 좋다. 독립된 단편들이지만 책에 실린 순서대로 읽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기며. 다들 읽고 나면 ‘한국의 오 헨리’라는 나의 말에 분명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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