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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코딧, 쏟아지는 규제 이슈 한눈에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 2022년 08월호
 

 
기업의 성장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자금 유치, 인재 확보 등이 있겠지만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규제’ 이슈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규제 이슈가 많은 편에 속한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입장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규제가 계속 나온다. 기업의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기업 대표나 임원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관 담당자를 두고 규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입법 홍수 시대다. 국회에서는 하루 평균 30건의 법안이 쏟아진다. 규제 강화가 대부분이다. 입법 과정도 복잡하고 너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대기업이라도 이런 규제 이슈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에 주목하고 해결에 나선 창업가가 있다. 법안·정책 모니터링 및 분석 플랫폼 ‘코딧’을 창업한 정지은 대표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기구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경험을 발판으로 2019년 귀국해 창업했다.

 
OECD 정책분석가 경험 토대로 창업… 기업 대관업무 지원할 서비스로 주목

“코딧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법, 규제, 정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판단을 돕는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급변하는 규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대외협력팀, 법무팀 등의 업무를 도와주는 정보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딧을 이용하면 자사와 경쟁사가 관련된 법안, 이슈 등을 맞춤형으로 모니터링한 규제동향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일례로 인터넷 플랫폼 회사라면 플랫폼노동자, 이용자 보호 및 소비자 분쟁, 개인정보 보호 등의 규제 이슈를 골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관련된 규제 법안의 입법 진행상황도 상세히 추적할 수 있습니다. 법안 접수, 소관위원회 심사, 본회의 심의, 정부 이송, 공포 등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뿐 아니라 의사회의록도 확인해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죠.”

코딧 같은 스타트업을 레그테크(RegTech, Regulation과 Technology의 합성어) 회사라고 한다. 기술을 통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산업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제공하는 테크 회사들이다. 미국에서는 블룸버그가 법안 모니터링 및 조달청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계 창업가인 팀 황이 설립한 피스컬노트가 규제 관련 법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니콘 회사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정 대표는 어떤 경력을 지녔길래 규제 영역에서 이런 기회를 포착해 코딧을 창업했는지 궁금해졌다. 

“로열홀러웨이 런던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8개월을 외교부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마침 제가 일한 2006년이 한국의 OECD 가입 10주년이었어요. 그래서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등 OECD와 관련된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습니다.”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정 대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외교관이나 공무원 준비를 하려고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에 끌렸습니다. 여성가족부의 도움으로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일하면서 국제기구 경험을 쌓기 시작한 정 대표는 2011년 높은 경쟁률을 뚫고 OECD 본부에 들어간다. “정책분석가로 일했습니다. OECD 가입국가 35개국의 정책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일이에요. 각국별로 다른 상황이 있는데 이것을 표준화해 비교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정 대표는 8년 동안 여러 국가에서 온 동료들과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2019년 정든 OECD 본부를 떠나 한국에서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왜 그랬을까.

“반복적인 일을 계속하는 것이 지루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진행하던 디지털 정부 프로젝트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당시 블룸버그 거버먼트나 피스컬노트 등 정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정보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정 대표도 OECD 내부에서 각국의 경제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여주는 인터렉티브한 사이트를 만들려고 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직접 창업에 나서야 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외생활을 오래해서 한국에 들어가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2019년 귀국, 개발을 맡은 CTO와 함께 창업했다. 

올해부터 범용서비스 제공, 현재 1천여 고객사 이용 중

“신기하게도 저를 대외협력 정책 매니저로 뽑으려는 헤드헌터들의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대관 니즈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규제동향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보가 국회, 각 정부부처 등에 흩어져 있어 민간의 정책 담당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국회, 정부부처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 규제 관련 정보를 각기 다른 사이트를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예고하는 것과 실제로 공포되는 시기에 상당히 차이가 있어 제대로 추적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기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쉬업엔젤스라는 초기투자사의 투자를 받고 팁스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1년 반 동안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베타서비스를 출시했다. OTT 분야 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먼저 내놨고 올해 초부터는 여러 분야로 확장해 범용서비스로 제공 중이다. 12명의 직원 중 9명이 개발자일 정도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약 1천 곳의 고객사가 코딧을 이용하고 있다. 이 중 더 맞춤형 정보를 원하는 회사들이 유료고객으로 전환하고 있다. 첫 유료고객은 어디였을까.
“흥미롭게도 첫 유료고객은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한 명의 정책 매니저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규제에 대응하고 있었는데 우리 서비스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정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코딧을 이용하면 규제 이슈를 모니터링할 시간과 인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규제 탐색 비용을 낮추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딧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정 대표는 “공공부문에서 코딧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자체 등도 코딧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당부했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져와서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기 위한 공수가 많이 들어갑니다. 한글 데이터를 갖고 와도 그림과 표가 깨지고 메타태깅 같은 것이 제대로 안 돼 있는 등 손볼 것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직접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민간에서 공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써 주면 좋겠습니다.”

코딧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이 갖춰진 만큼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정 대표는 “신산업은 쏟아져 나오는데 법 자체가 예전 기준으로 돼 있습니다. 이런 신산업을 위해 새로 입법이 필요한 상황인데 코딧이 여기에 도전하는 기업, 스타트업을 돕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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