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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잘러는 이렇게 쓴다글 재료를 모으고 다듬는 ‘요리사’가 되어라
송숙희 글쓰기 코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저자 2022년 08월호


나는 ‘홀 가먼트(whole garment) 니트’를 좋아한다. 직조방식의 전용기계를 통해 한 벌의 옷이 통째로 완성돼 만들어진다. 봉제선이 없으니 옷을 입으면 거슬림이 없고 흐름이 자연스럽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자주 홀 가먼트 니트를 떠올린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낄수록, 시작부터 끝까지 글이 한꺼번에 통째로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글 잘 쓰는 누구도 단숨에 죽 내리쓰지는 못한다. 글쓰기는 일필휘지의 홀 가먼트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 부분을 미리 만들어 조립하는 레고에 가깝다.

글쓰기 기술을 알려달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 일본 속담을 들려준다. “산책 나섰다가 후지산 오르는 사람은 없다.” 내친김에 후다닥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이디어가 분명한데도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경우는 대체로 준비가 미흡해서다. 의도한 대로 잘 읽히는 글을 쓰려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이를 증명하는 내용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한다. 주장하고 증명하고 예시를 드는 단계마다 맞춤형 재료들이 필요하다. 요컨대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에 유려한 문장력 따위는 필요 없다. 쓸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단지 재료가 부족할 뿐인데 이를 문장력 같은 기술의 문제로 인식하면 글쓰기는 갈수록 괴롭다.

사보에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아침에 일기를 쓴다’라는 주제로 글을 싣는다고 가정해 보자. 주제가 정해졌으니 그에 맞는 재료를 찾고 모으고 정리할 차례다. 어떤 재료를 모아야 할까? 이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들을 꼽아보자.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 고성과자는 누구를 말하는가? 왜 아침에 일기를 쓰는지? 일기를 쓰면 성과가 오르는 것인가? 일기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질문에 답을 하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서 고성과자란 이런 요건을 갖춘다. 고성과자가 전체 직원의 몇%인데, 이들 중 몇%가 일기를 쓴다. 그들은 일기를 아침에 쓰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이러저러하다. 이렇게 답이 될 만한 자료를 찾고 정리해 조립만 하면 된다.

또 다른 예로, 중소기업 경영자로 구직사이트에 올릴 채용 공고문을 직접 쓰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구직사이트를 열기 전 준비부터 하는 게 먼저다. 채용글에 자사의 좋은 점을 강조해 보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최적화된 직원 복지를 자랑한다’라는 내용을 쓴다 치자. 구체적으로 회사의 복지가 어떻길래 하이브리드 시대에 최적화된 것인지 사내 자료를 찾고, 과연 직원들이 이러한 복지프로그램에 만족하는지 탐문하며, 이로써 이직률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계산도 해놓자. 할 수 있다면 직원들의 만족도와 소감도 들어놓는다. 이만하면 글감 모으기는 다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유명한 요리사들에게 요리비결을 물으면 대부분 재료가 전부라고 말한다. TV나 SNS에서 요리하는 영상을 보면 레시피에 따라 다듬은 식재료와 양념을 빠뜨림 없이 준비하고 조리도구까지 모두 갖춰놓은 다음 조리에 들어간다. 글을 쉽게 쓰려면 딱 이렇게 해야 한다. 요리사들이 1년 내내 전국을 돌며 식재료를 구하듯, 글 잘 쓰는 사람들도 수시로 글감을 모아 필요할 때 바로 써먹을 수 있게 요리사처럼 손질해 둔다. 자신만의 ‘비밀곳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곳간에 글감을 차곡차곡 저장해 놓는다.

글쓰기가 힘들고 어렵기만 한 사람들은 글을 쓰다가 자료가 필요하다 싶으면 그제야 찾아 나선다. 검색엔진에서 검색되는 대로 가져다 쓰기 바쁘다. 그러니 쓰는 글마다 어디서 본 듯한 뻔한 글이 되고 만다. 자료마다 제목과 설명 형식으로 정리하면 찾아 쓰기 수월하다. 자료의 출처도 반드시 그때그때 챙긴다. 그래야 남의 것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쓰는 글마다 일이 되게 하는 일잘러의 글쓰기에 문장력은 필요 없다. 준비하고 쓰고 다듬는 부지런함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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