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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도 미식맛있는 두부의 아이러니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탐식생활』 저자, 콘텐츠 에이전시 ‘포르테’ 대표 2022년 08월호


교외로 나갈 일이 있었다. 신이 났던 이유는 탁 트인 시야나 자연의 싱그러움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손두부를 먹을 수 있어서였다. 한국에선 산 아래 어디나 맛있는 두붓집이 있다는 것이 검증된 학설 아니던가. 두부를 매우 좋아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두부라면 무척 좋아한다. 공장제 두부와 손두부라는 맛 격차만 해도 이미 엄청나서, 웬만한 두붓집의 손두부는 다 맛있다.

안 가본 지역이었지만 신나게 검색해 그 동네에서 맛집으로 꼽힌다는 두붓집을  찾아갔다. 결론적으로 두부를 못 먹었다. 흔한 오해인데, 푸드 칼럼니스트라고 해서 식당 선택에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든 탓에 장사가 규모만큼 되지 않는 것인지 두부가 살짝 상한 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식당에서도 맛을 보더니 바로 물어줬다. 굳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최소 오늘 만든 두부는 아니었다. 김이 팍 새는 일이다. 두부. 오늘 아침 콩을 갈아 만든, 평소에 먹기 힘든 맛있는 두부. 아쉬운 일이었다.

고기에 밀려난 두부의 자리

슈퍼마켓이든 마트든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두부에 큰 불만은 없다. 다양한 가격대별로 정직한 맛을 낸다고 생각한다. 그중 맛있는 두부를 먹고 싶을 땐 눈 딱 감고 제일 비싼 것을 고르면 된다. 더 맛있는 두부 맛을 아는 것이 문제일 뿐, 그에 미치진 못해도 아쉬운 대로 무척 맛있긴 맛있다. ‘1+1’이 항상 붙어 있는 최저가 지향의 두부도 그 나름대로 또 괜찮다. 비교하자면 무미무취에 가까운 맛이지만 다른 재료 맛을 살리거나 소스 맛을 즐기려 할 때는 그게 낫기도 하니까.

다만 맛있는 두부를 먹고 싶을 때 맛있는 두부를 먹을 수 있는 일은 불가능하다. 맛있는 두부는 기본적으로 콩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얘기해 대량생산을 위해 효율적으로 두부를 만들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완전히 납득하고 있다. 먹고 싶을 때 딱 대령하기 위해선 가까운 곳에 소량으로, 수공으로 만드는 맛있는 두부를 파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대개는 없다. 두부를 심하게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래전 아쉬워했듯이, 동네마다 매일 두부를 만드는 전문점이 흔치 않아서 일단 불가능하다. 예전처럼 국민 식생활에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해 ‘밭의 고기’라며 두부라도 꾸준히 섭취해야 했을 때는 두붓집이 동네마다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유통구조가 바뀌고,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생활도 고기나 생선을 훨씬 더 먹는 것으로 변화해 민생에 두부를 공급하는 기능은 이제 완전히 동네 슈퍼마켓이나 마트로 넘어가 버렸다. 재래시장 두부 전문점이 필요할 때마다 휙 다녀오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됐고 말이다.

그나마 비건 열풍이 몇 해간 잔잔하게, 지난해부턴 맹렬히 불고 있는 덕에 찾아 먹자면 먹을 수는 있다. 이 황량한 서울 시내에서도 말이다. 역시나 문제는 거리와 시간. 비건이 아니라 평소엔 별일 없이 고기를 먹으면 되는 나 같은 잡식성 먹보가 손에 꼽게 맛있는 두부를 먹고자 한다면 시간을 내 어딜 다녀올 수밖에 없다. 매일 두부를 만드는 1시간 거리의 절이나, 그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아차산 두부 골목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택배로 받는 방법도 있는데 두부를 먹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그렇게 미리 계획해서 드는 것이 아니므로 참 어렵다. 진정 맛있는 두부를 살 수 있는 환경일 때와 두부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맞아떨어지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

맛있는 두부를 먹는 방법, 사서 고생

먹고 싶은 기분이 강하지만 일부러 사올 수는 없는 날, 괴로워하다가 마침 보관 중인 콩을 발견했다. 김치냉장고에 방치돼 오래된 서리태였지만 양이 꽤 돼 두부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두부를 만들려면 과정을 돕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난장판이 될 주방에 한숨부터 나는 상황이었지만 맛있는 두부를 먹고 싶었으니까, 걱정보다 식욕이 강해 눈 질끈 감고 냅다 콩부터 불렸다. 

다음날 아침이면 두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콩이 부드럽게 불어져 있다. 퉁퉁 불려 놓은 서리태를 보며 블로그, 유튜브 등 몇 가지 검색결과를 조합해 나름 정리한 레시피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은 콩 갈기. 맷돌은 당연히 없어서 핸드 블렌더로 갈았다. 균일하게 잘 갈려 거즈 천으로 콩물을 짜낸다. 여기서 거즈 안에 남는 것이 비지다. 콩비지 한 줌 획득. 이건 냉동실에 바로 얼리는 것이 맞다. 두부를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비지는 비지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짜낸 콩물은 또 솥에 끓인다. 큰 솥일수록 좋다. 콩물은 여태껏 끓여 본 어떠한 액체보다도 쉽게 끓어오른다. 끓어오를 때마다 찬물을 부어 재우고 내내 가볍게 저어야 한다. 고소한 향이 날 때까지 끓이고 과하게 끓여 메주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향이나 맛으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화학작용을 하는 간수를 넣으면 굳기 시작한다. 두부 만들 때 필수인 간수가 없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였는데, 소금과 식초를 섞어 간수 역할을 하는 ‘대체제’는 만들 수 있다. 양 조절을 잘해도 시큼한 향이 난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튼 두부는 굳혀진다. 이 상태로 두면 순두부가 되지만 만들고자 한 것은 두부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양을 내어 굳혀야 한다.

여기서 도구가 인류를 편리하게 한다. 몽글몽글하게 뭉친 순두부에 압력을 가해 수분을 제거한 것이 모두부인데, 그 과정을 편리하게 해주는 전용 틀이 소재별로 잘 나와 있다. 갖고 있던 몇 가지 체와 거름망, 거즈 천 등으로 무척 복잡한 구조를 고안해 수분이 빠져나오게 만들긴 했다. 여기서 주방은 걱정했던 그 엉망이 됐고. 아무튼 시간을 두고 무거운 것으로 두부를 누르면… 뭐가 나오긴 나온다.

두부를 제대로 만드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구절마다 “그게 아닌데!”라고 코칭을 하고 싶을 것, 나도 짐작한다. 그래도 이렇게 장난삼아 엉망으로 만든 두부도 나름 두부라고 콩 맛이 잘 나고 달고 고소하면서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대체제 간수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의 말이지만. 밥 한 공기 분량의 두부가 만들어졌을 뿐이지만, 적절한 도구와 맛을 해치지 않는 좋은 간수와 잘 재배한 백태가 있다면 한 번쯤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곧바로 재료를 주문해 진작 받아놓고 다시 두부 만들기에 도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비밀이다. 먹고 싶을 때 좀 더 쉽게 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두부는 왜 맛있을까. 고소함과 달콤함, 혀 위에 내려앉는 적당한 무게감 등 맛있는 두부를 설명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냥 존재하기만 해선 별맛이 없는 콩이 이렇게 먹기 좋고 맛있는 음식이 되는 건 두부를 즐겨 먹는 한중일 아시아 삼국의 굉장한 묘기다.

솔직히 두부는 고기의 대체제가 아니다. 단백질 공급이니 하는 영양학적인 것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모르겠고,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먹보 관점에서 맛이 상당히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닌가? 또한 내 애호와 집착이 두부에만 국한한 것도 아니다. 솔직히 콩 맛 나는 것은 다 좋다. 일본식 우동이나 소바집에서 뜨거운 메뉴를 고르자면 튀김류나 청어 등 그 어떤 화려한 고명이 올라간 것보다도 초라한(?) 키츠네(유부를 올린 것) 우동·소바를 고르고,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를 먹을 때도 푸주(콩물을 끓일 때 위에 뜨는 막을 대나무 모양으로 말려둔 것)나 건두부, 동두부(얼린 두부)를 다 골라 넣느라 아둔하게 배가 터지고야 만다. 오래전 일이지만 일본 교토로 여행을 갔을 때도 그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인 유바(그 막을 종잇장처럼 평평하게 펴둔 것) 맛집을 떠돌이 승려처럼 열심히 찾아다녔다. 

사실 유바나 푸주는 이미 ‘잘 만든 맛’을 알아버려서 그리 머지않은 시일 내에 한번 끓여 뜨고야 말지 싶다. 얼마 전 찾아낸 국내 제조업체가 꽤 괜찮은 제품을 만들고 있어 나름 신이 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냉동제품이라 넉넉히 사두면 언제든 해동해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앞으로 살면서 맛있는 수제 유부를 먹어보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어느 날 갑자기 콩을 불리고 짜고 끓이고 눌러 두부를 만들고 그걸  여러 온도로 여러 번 튀기는 짓까지 하게 되면 무척 곤란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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