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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잠깐 다녀오겠습니다청정한 농촌에서 즐기는 여름휴가, 평창 어름치마을
임운석 여행작가 2022년 08월호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이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있는 어름치마을에서는 천혜의 자연 속 짜릿한 여름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름치마을에는 치솟는 열기, 찜통더위 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여름 완전 정복’의 미션을 수행하러 강원도 평창으로 떠난다. 

어름치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 탑’을 쌓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된 이 토종 물고기는 맑은 강에서만 서식한다. 4~5월에 산란하는데, 여름에 큰비가 올 것 같으면 물살이 센 곳을 피해 가장자리에 알을 낳고, 비가 적게 올 것 같으면 강 한가운데 알을 낳는다. 어떻게 일기와 강수량을 예측하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평창군 미탄면 어름치마을은 이 신비로운 어름치가 서식하는 청정한 곳이다. 더불어 2011년 전국 10대 생태관광모델 마을로 선정되고 2013년엔 농촌마을대상(대통령상)을 받을 만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친다.

어름치마을은 문희마을과 본동으로 나뉜다. 문희마을의 경우 짜릿한 동강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탐사형 동굴인 백룡동굴이 있다. 본동엔 다양한 레포츠 시설과 펜션, 식당 등이 모여 있다.

동굴 체험에서 의미 있는 시간까지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은 1976년 마을 주민 정무룡 씨가 최초로 발견했다. 어느 날 정 씨는 절벽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동네 청년들을 불러 그곳을 함께 살펴봤다. 비좁은 구멍을 파고 들어가자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한다. 이후 전문 탐사대가 동굴 구석구석을 탐사했고, 백룡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굴이 위치한 백운산의 첫 글자 ‘백’과 첫 발견자의 이름 마지막 글자 ‘룡’을 합친 것이다. 1979년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이후 학술조사가 본격화됐으며,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동굴 생태 체험학습장으로 문을 열었다. 

백룡동굴은 만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은 입장할 수 없다. 게다가 하루에 동굴 관람 기회는 단 9회뿐. 그것도 회당 20명씩 하루에 180명에게만 허락된다. 동굴 탐사가 끝나야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백룡동굴은 탐사복, 장화, 안전모, 헤드랜턴까지 완전히 갖추고 동굴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입장한다.

“여러분이 위치한 백룡동굴은 동강을 따라 해발고도 235m, 즉 수면 위로부터 약 10~15m 지점에 입구가 있습니다. 동굴 입구 주변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한 석회동굴입니다. 모두 승선하겠습니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탐사자들이 배에 오른다. 약 2~3분이 지나자 배는 동굴 입구에 도착한다. 낮 온도가 30도가 넘는 날씨에 위아래가 붙은 탐사복을 입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땀이 물 흐르듯 났다. 그러나 동굴 입구 바로 앞에 이르자 에어컨 바람을 능가하는 시원한 바람이 동굴에서 불어온다. 바람에 땀이 식을 때쯤 엉거주춤한 자세로 안으로 들어간다. 

곧이어 어둠이 밀려온다. 헤드랜턴이 없다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 칠흑 같은 어둠이 백룡동굴을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 동굴엔 전기를 사용한 조명이 없다. 다소 넓은 공간에 황토로 만든 구들장이 있고 그 앞에 일행이 멈춰 선다.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고 한다. 

탐사대가 일명 ‘개구멍’이라 부르는 좁은 통로 앞에 닿는다. 개구멍 바닥은 약 3m 정도 되는 길이인데 통로가 워낙 좁아서 애벌레처럼 기어서 들어가야 한다. 구멍을 통과하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별세계가 나타난다. 기상천외한 종유석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석순이 땅에서 자라고 있다. 다양한 굵기의 석주들은 위태롭게 동굴을 떠받치고 있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머리를 싸매고 외우던 교과서 속 현장이 이곳이다. 

탐사 마지막 지점인 넓은 광장에 이르자 해설사가 랜턴을 끄고 눈을 감으란 부탁을 한다. 사실 눈을 감으나 뜨나 보이는 것 하나 없는 어둠이 아닌가. 그만큼 마음을 정리하고 빛의 소중함을 느껴보라는 뜻이다. 놀랍게도 눈을 감자 지금껏 들리지 않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해설사가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보란다. 그리고 과거와 오늘, 미래를 잠시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괴로움과 슬픔, 상처는 백룡동굴에 내려놓고 가세요”라는 해설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리고 또다시 정적이 흐른다. 그저 물방울 소리만 들릴 뿐.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왕복 1.5km의 탐사는 그 어디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이다. 

시원한 물맛 체험, 동강 래프팅 

어름치마을을 접하고 흐르는 동강 덕분에 이 마을은 일찌감치 래프팅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래프팅은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급류를 헤쳐 나가는 레포츠다. 호수처럼 잔잔한 곳이 있는가 하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너울이 심한 곳도 있다. 다양한 물맛을 느끼며 청정 동강에서 온몸으로 즐기는 래프팅은 어떤 첨단 놀이기구보다 신나고 짜릿하다. 

인기 코스는 문희마을 절매나루에서 진탄나루까지 이어지는 5km 구간. 최단코스로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보트 탑승에 앞서 안전교육과 몸풀기를 한다. 예년보다 물살이 약하다지만 고무보트의 울렁임을 엉덩이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원들, 출발!” 교관은 단말마 같은 외침과 함께 한바탕 물을 끼얹는다. 기왕 버린 옷, 더는 내숭이나 얌전을 떨 필요가 없다. 야생에서 필요한 생존 법칙만 있을 뿐. “하나, 둘, 하나, 둘.” 교관의 진두지휘 아래 패들을 젓는다. 잔잔하던 강물이 갑자기 급류로 돌변한다. 손쓸 틈도 없이 보트가 급류로 빨려든다. 보트가 빙그르르 돌아간다. 빙판길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은 자동차처럼. 초보자는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여러 번 물맛을 본 고수는 급류가 내심 반가운 눈치다. 온몸으로 물벼락을 맞고 거친 물살을 가르며 모두 하나가 된다. 이리저리 방향을 잡으며 급류를 헤쳐 나아간다. 무더위와 스트레스 지수는 제로다.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웃고 즐기는 사이 2시간은 20분보다 짧게 느껴진다.

코스는 짧지만 시원한 풍경은 역대급

어름치마을의 칠족령 트래킹 코스는 동강이 만든 절경을 품고 있다. 문희마을에서 전망대까지 1.8km 거리로 약 1시간이면 왕복한다. ‘칠족령’이란 옻칠장이의 개가 이 고개를 넘나들며 발자국을 찍었다 해서 ‘옻 칠(漆)’에 ‘발 족(足)’자를 붙여 부르게 됐다. 

백룡동굴 매표소 인근에 들머리가 있다.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면 짙은 녹음의 활엽수가 여름을 노래하고 그 아래엔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푹신한 양탄자처럼 깔렸다. 나무가 우거져 하늘도 주변 산도 모두 가렸다. 쉬엄쉬엄 20분 정도 청량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 아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는 순간 그칠 것 없는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절벽을 휘감은 역동적인 동강과 암벽을 물들인 녹음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때마침 동강을 박차고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여기도 좋아요!
어름치마을 본동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스카이라인과 스카이점프대가 있다. 스카이라인은 마을 야산에서 250m를 날아 건너편에 착륙한다. 외줄에 매달려 낙하하는 순간 짜릿하고 아찔한 쾌감에 빠진다. 11m 높이에서 떨어지는 스카이점프도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여행정보
•어름치마을  ☎033-332-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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