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발자 인력난이 심각하다. 벤처붐 속에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IT 대기업들도 사업을 확장하며 개발자 확대 채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대기업들까지 개발자 채용에 뛰어들었다.
재택근무, 스톡옵션 등 기업들의 복지 경쟁까지 치열하지만 새로운 개발자 공급은 한정적이라 높은 인력수요를 맞출 수가 없다. 코딩부트캠프 등에서 초급 개발자를 양성해 공급한다 해도, 사실 기업이 원하는 중·고급 개발자는 정말 구하기 어렵다. 슈퍼코더의 윤창민 대표는 여기에 착안했다.
슈퍼코더는 상위 5%에 드는 실력 있는 해외개발자를 원격으로 채용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테크HR 플랫폼이다. 윤 대표는 국내개발자를 찾기 어렵다면 해외개발자를 채용해 보라고 만나는 기업마다 권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슈퍼코더는 이제 3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방글라데시, 케냐 등 12개 국가의 개발자들을 국내 기업에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 쉽지 각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지닌 해외개발자를 찾는 게 어디 쉬울까. 원격으로 개발자의 역량과 성실성을 검증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슈퍼코더는 나름대로 치밀하게 개발자 채용에 최적화된 전문적인 인터뷰 및 역량 검증 프로세스를 개발해 냈다.
개도국의 역량 있는 개발자 선발부터
채용 후 관리까지 맡아
슈퍼코더를 통한 채용 프로세스는 이렇게 진행된다. 우선 슈퍼코더가 개발자를 모집한 뒤 이력서 검토, 전화인터뷰, 코딩테스트 등 기술면접까지 진행해 후보자를 선발한다. 그리고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스펙을 제시하면, 그에 적합한 후보자를 소개해 최종 인터뷰와 연봉 협상을 하도록 한다. 채용 후에 임금 지급, 세금 납부, 성과 관리까지 슈퍼코더가 맡는다.
“베트남 현지 채용담당자들이 개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전화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영어와 소통 능력을 우선적으로 봅니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코딩테스트와 기술면접이 진행된다. 톱레벨 테크기업 출신들이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라이브 코딩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 코딩의 질, 소통 능력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 평가한다.
여기까지 통과하는 개발자는 전체 지원자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이 5%의 능력자들을 고객사에 소개한다. 고객사가 인터뷰를 하고 마음에 들어 하면 채용이 이뤄진다.
“채용이 이뤄지면 역할이 마무리되는 보통의 채용플랫폼과 달리, 슈퍼코더는 채용 이후에도 임금 지급을 대행하고 성과 리뷰까지 합니다. 해당 국가의 노무규정에 맞게 계약하고 현지통화로 임금을 지불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라서요. 저희가 소개한 해외개발자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개발 문화를 만드는 것도 돕습니다.”
지금까지 슈퍼코더에 지원한 개발자는 6천여 명이다. 이 중 역량평가를 진행한 사람은 1,400명, 통과한 사람은 500여 명이며, 채용이 돼 일하고 있는 사람은 23명 정도다. 무척 신중하게 매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슈퍼코더의 수익모델은 채용된 개발자 연봉의 20%를 일회성으로 받고 매달 개발자 월급의 1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들 해외개발자의 평균 월급은 3천 달러로 비슷한 역량의 국내개발자 인건비 대비 40~50% 정도 저렴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그래도 소통이 어려운 해외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텐데 수요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만큼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6개월 넘게 개발자를 채용하지 못해 절박한 마음으로 저희를 찾은 고객사도 있습니다.” 어렵게 뽑은 개발자들이 쉽게 이직을 하는 것도 문제다. 개발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힘들게 채용한 개발자가 불과 1, 2년 뒤에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업체와 일하고 싶어하는 해외개발자들이 많을까? 미국이나 유럽 기업과도 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인도나 베트남 같은 개발도상국의 해외개발자 입장에서 한국 기업과 일하는 것은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한국의 개발자 연봉이 그쪽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한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시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원격으로 일하는 데 부담이 덜합니다.”
내년에만 개발자 1만3천 명 부족…
개발자 매칭 통해 국내 기업 성장 도울 것
윤 대표는 어떻게 이런 시장의 기회에 착안해 창업에 나서게 됐을까.
“10살 때 가족과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2008년 스쿼시 선수로 미국의 대학에 진학해 회계학과 금융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사모펀드에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하는 일에 확신이 없었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계일주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매력을 느낀 프랑스에 자리 잡고 제약회사에서 1년간 일하기도 했다.
“제 장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결국 영국에서 더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철학과 정책학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래의 길을 ‘창업’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업을 통해 제 꿈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20여 년을 해외에서 보낸 윤 대표는 창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창업도 하나의 경쟁입니다. 제가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창업을 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2017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우선 창업에 대해 배우기 위해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닥터키친, 크리마, 슈퍼브AI, 코드스테이츠 등 업계에서 잘 알려진 스타트업에 들어가 이들의 성장을 차례로 경험했다. “훌륭한 창업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신사업을 만들고 확장하는 방법 등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3개월간 일한 코드스테이츠는 개발자를 교육·육성해 기업에 소개하는 일을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여기서 기업들이 역량 있는 개발자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창업 아이템을 찾은 것이다.
“중급과 고급 개발자들은 교육을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키울 수는 없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의 역량 있는 개발자들을 찾아 국내 기업에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외개발자들을 소개하는 슈퍼코더가 국내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에만 1만3천 명의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저희는 이런 부분을 메우면서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개발팀을 꾸리는 것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슈퍼코더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조력자로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