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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모르면 후회하는 ‘잠의 과학’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2년 09월호


10대, 20대 때만 하더라도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심지어 (노느라) 한숨도 안 자고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일터로 출근해서 멀쩡한 나를 놓고서 어깨를 으쓱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모두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다. 만약 그때 내가 잠만 제대로 잤더라면 지금의 삶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우선, 지금보다 키가 몇 센티미터라도 더 컸을 테다. 10대 때 나오는 성장 호르몬의 4분의 3 정도가 수면 시간, 그것도 깊은 잠을 잘 때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중반부터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잠과 멀어졌던 나로서는, 무려 3년이나 키가 클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셈이다. (그러니 자녀 키가 작아 걱정이 된다면 일곱 시간씩은 꼭 재워라!)

깊은 잠을 자면 살도 빠진다. 우리가 잠을 잘 때 배가 안 고픈 이유는 식욕 억제 호르몬(렙틴)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식욕을 낮출뿐더러 에너지 소비도 증가시킨다. 잠만 깊이 자도 살이 빠지는 이유다. 반면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그렐린)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려면 수면 시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혹시 수험생 자녀를 둔 독자라면 여기서부터 주목하라. 우리가 잠을 잘 때도 뇌는 끊임없이 제 할 일을 하며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때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낮 동안 뇌에 들어온 다양한 정보 가운데 신경 세포로 패턴화한 ‘기억’을 제대로 고정하고 또렷하게 저장하는 일이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낮에 습득한 중요한 정보가 머릿속에 남지 않고 날아간다.

제일 바보 같은 일이 학습 시간을 확보한다고 잠을 안 자는 일이다. 잠을 못 자니 낮에 학습한 정보는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당연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다음날 종일 멍해서 정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그러니 자녀가 또렷한 정신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시험 때까지) 기억하게 하려면 무조건 일곱 시간 이상 깊은 잠을 재워라.

40대 중반, 본격적으로 노화의 길로 접어든 나는 ‘수면의 과학’을 접하면서 더욱더 잠에 집착하게 됐다. 노년에 많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나쁜 단백질은 낮에 활동하는 중에 쌓였다가 밤에 자는 중에 뇌의 척수액에 씻겨서 그 일부가 제거된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그런 나쁜 단백질이 쌓이는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하루 일곱 시간에서 여덟 시간 정도의 숙면을 실천하는 노인일수록 치매를 앓는 비율이 낮았다. 반면 수면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노인일수록 치매를 앓는 비율이 높았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이구동성으로 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이 들어 치매가 걱정된다면 무조건 잠부터 잘 자야 한다.

잠들기 전에 휴대전화나 태블릿 액정 화면을 들여다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액정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blue light)에 눈(망막)의 신경 세포가 노출되면, 흔히 수면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우리 몸이 날 샜으니 잠에서 깨라는 잘못된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신호는 잠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제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을 것이다. 청소년이든 장년이든 노년이든 무조건 잘 자야 한다. 일곱 시간 이상. 그럼,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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