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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순탁의 셋리스트롱런의 비결, 언제나 기본을 잊지 않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2년 09월호


처음 성시경의 라이브를 봤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이브 코너를 통해서였다. 적시하자면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성시경을 ‘노래 괜찮게 하는 가수’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는 ‘노래를 끝내주게 잘하는’ 가수였다. 안정적인 음정 처리는 기본이요, 진성과 가성을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테크닉은 흠잡을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반성한다. 듣기 전에 판단부터 미리 내렸던 나 자신을 타박해야 마땅하다. 

요즘의 나는 성시경의 라이브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앞의 문장 중 ‘보는’과 ‘푹 빠져 있다’라는 표현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렇다. 바야흐로 유튜브 세상이다. 성시경 역시 유튜브를 하고 있다. 주제는 크게 2개로 나뉜다. 하나는 맛집 탐방, 다른 하나는 방구석 라이브다. 둘 중 내가 주목하고 있는 건 사실 둘 모두다. 왜냐하면 나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애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기에 그가 연출한 방구석 라이브도 즐겨 감상한다. 

이 라이브,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냥 MR 반주 틀어놓고 노래하는 게 아니다. 연주자들을 섭외해 100% 라이브로 진행한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절 수많은 뮤지션이 시도했던 형식, 즉 각 연주자가 따로 녹음을 한 뒤 그걸 믹스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상에서 우리는 성시경만이 아닌 참여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히트곡이 총망라돼 있다.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내게 오는 길’,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등 성시경 팬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을 만한 노래가 수두룩하다. 커버곡도 있다. 팝 클래식이라 할 ‘Something Stupid’와 ‘You′ve Got a Friend’의 라이브가 그중에서도 탁월하다. 뭐, 굳이 이렇게 영상을 나눠서 볼 필요는 없다. 그 어떤 영상을 선택해도 여러분은 결국 나와 동일한 독후감을 쓰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내가 영순위로 꼽는 성시경의 곡은 아무래도 ‘거리에서’일 수밖에 없다. 내게 성시경이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곡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이 곡을 꺼내서 듣는다. 이 곡은 그냥 완벽하다. 완벽한 발라드다. 만약 누군가 내게 “한국 발라드들 중에 하나만 추천한다면 뭐로 하실 거 같아요?”라고 묻는다면 이 곡을 스윽 꺼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작곡과 작사는 모두 윤종신이 했다. 따라서 ‘거리에서’는 그가 얼마나 탁월한 창작자인지를 다시금 증명해 준 곡이 된다. 성시경의 가창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빼어나다. 참고로 이 노래, 좋다고 쉽게 덤비면 큰일 난다. 멜로디의 굴곡, 그중에서도 후렴구의 난도가 상당해 제대로 소화하기 정말 어렵다. 나도 한번 도전해 봤는데 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다신 안 할 생각이다. 

성시경의 데뷔작이 발표된 게 2001년이었다. 어느덧 그도 20년 차 중견인 셈이다. ‘빨리빨리’가 여전히 시대적 사명인 대한민국에서 20년이 지났음에도 차트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걸 성시경은 해냈다. 실제로 2021년 나온 그의 8집 <ㅅ(시옷)>은 발매되자마자 ‘차트-인’하면서 여전히 식지 않은 그의 인기를 증명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유튜브로 맛집에 가서 국밥에 소주를 먹어도 절대 음악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그렇다. 결국 롱런의 비결은 변칙이 아니다. 언제나 기본을 잊지 않는 자만이 롱런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변치 않는 인생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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