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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아름다워라~ 고향 가는 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임운석 여행작가 2022년 09월호


모처럼 떠나는 장거리 여행. 
고향을 오가는 길에 반나절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 있다면, 그리고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다. 
시름을 내려놓을 걷기 좋은 길과 운전이 즐거워지는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한다.

 

짧은 여정 긴 역사  
죽령 옛길 탐방


죽령은 예부터 문경새재,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기호지방을 연결하는 영남의 3대 관문이었다. 조선시대부터 1910년대까지 경상도 동북 사람들이 서울을 왕래하기 위해 부지런히 고갯길에 올랐다. 경상도 유생들은 장원급제라는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기 위해 죽령을 넘었고, 괴나리봇짐을 둘러맨 보부상, 부임한 지역을 오가는 관리도 자주 이 길을 걸었다. 타박타박 사람 발자국이 나고 우마차가 길을 내자, 길손들이 오가는 길목마다 주막과 객점, 마방(馬房)이 늘어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한반도 동남권 교통의 요충지였던 죽령에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현대에 와서 중앙선 철도와 중앙고속도로가 놓인 것이다. 이로써 죽령의 옛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행히도 영주시가 발 벗고 나선 결과 1999년 희방사역에서 죽령주막까지 2.8km의 길이 복원됐다.

긴 역사의 소용돌이를 지나온 죽령 옛길. 그 들머리는 희방사역이다. 죽령 옛길 이정표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과수원에는 가을이 익어가듯 사과가 탐스럽게 영글어간다. 아직 초록색이 선명한 숲길에 붉은 사과가 화룡점정처럼 빛난다. 과수원을 지나면 울창한 숲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한 발 한 발 숲속으로 걸어갈 때마다 피톤치드가 가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한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죽령 옛길은 사람의 발자국이 끊긴 이후 오롯이 자연 그대로 보존됐다. 산뽕나무, 물푸레나무, 서어나무를 비롯해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죽령 옛길의 묘미는 자연미와 더불어 역사에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이다. 길섶에 세워놓은 안내판에서 길에 얽힌 이야기와 전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퇴계 이황(1501~1570년)의 흔적이다. 풍기 군수였던 퇴계와 충청 감사였던 그의 형 온계 이해(1496~1550년)가 죽령에서 만나 형제의 우애를 다졌다고 전한다. 퇴계는 동쪽을 ‘잔운대’, 서쪽을 ‘촉령대’라 이름 짓고 조그만 계곡 바위 위에 앉아 형님과 함께 회포를 풀었다 한다. 

숲길은 죽령계곡을 지난다. 시원한 물줄기가 늦더위를 식혀 준다. 발아래는 중앙고속도로 터널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터널 위를 걷는 기분이 묘하다. 중앙선 철도와 중앙고속도로는 나란히 소백산을 관통해서 달린다. 

어느덧 죽령루에 이른다. 길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짧은 여정이 끝난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만한 빼어난 절경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길은 느슨하면서 완만하고, 때론 좁고 가파르다. 덕분에 걷는 맛이 좋았다. 

여행 문의 영주시청 관광진흥과 ☎ 054-639-6618

 

와인딩 드라이브의 진수와 가을 호수의 운치까지
경기 안성 엽돈재와 이티재


엽돈재는 와인딩 드라이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고갯길이다. 와인딩(winding)은 ‘구불구불하다’는 뜻이므로 운전대를 돌리는 기술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기술이 남달라야 한다. 급격하게 굽은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오래 묵은 스트레스까지 날아갈 듯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엽돈재를 통과하면 이티재가 나오는데 역시 와인딩 드라이브 구간이다.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와 추수를 끝낸 논이 지친 마음에 여유를 선사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금광호수에 들러 산책을 즐겨보자. 호수 인근에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작업실이 있었던 까닭에 금광호수 산책로를 ‘박두진 둘레길’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풍경과 시가 만나 마음에 쉼을 선사한다. 

드라이브 코스 청룡저수지~34번 국도(엽돈재)~325번 지방도(이티재)~금광호수

작은 포구마을 지나 만나는 환상적인 해넘이
경남 통영 산양일주도로


통영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인 산양일주도로는 마리나리조트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이후 한동안 산길을 달린 뒤 국립수산과학원에 이르면 해안을 마주한다. 산양일주도로에서는 바다와 산을 두루 섭렵한다. 산길은 가파른 경사와 내리막 그리고 커브가 쉼 없이 이어진다. 마치 자동차 경주 트랙을 달리는 듯하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이라면 달아공원으로 향하자. 통영에서는 ‘일출은 미륵산, 일몰은 달아공원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달아공원은 통영 제일의 일몰 조망 포인트다. 맑은 날엔 한산도, 비진도, 연화도, 사량도 등 통영이 자랑하는 수많은 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드라이브 코스 마리나리조트~산양일주도로~척포항~척포길~국립수산과학원~달아공원~원명항~산양읍사무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는 길
충남 공주 갑사로 가는 길 


은행나무 가로수길로 알려진 갑사 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 좋다. 

‘춘(春) 마곡, 추(秋) 갑사’라 할 정도로 갑사는 가을의 운치가 깊고 아늑하며 고요하다. 드라이브 구간은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 사거리에서 갑사까지 이어진 691번 지방도로다. 드라이브 구간 가운데 은행나무가 터널을 이룰 정도로 빼곡하게 심긴 곳이 있다. 은행나무길로 불리는 중장2리 마을의 ‘갑사로’다. 길은 2km 정도 이어진다. 갑사로 가기 전 계룡저수지에는 산책하기 좋은 올레길이 조성돼 있다. 한 바퀴를 돌아보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본격적으로 샛노란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는 갑사로에는 재미난 벽화가 그려져 있다. 타일을 이용해 조성했는데 차에서 잠시 내려 산책 삼아 돌아봐도 좋다.

드라이브 코스 신원사 사거리~보목고개로~계룡저수지~하대수퍼~중장2마을회관~중장삼거리~갑사주차장

해안 드라이브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강원 삼척 새천년도로


삼척항에서 증산해변까지 약 5km의 드라이브 구간을 ‘새천년도로’라 부른다.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는 이곳은 동해 특유의 검푸른 바다와 갯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새하얀 파도, 푸른 송림이 어우러져 가다 서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도로 중간에 비치조각공원, 새천년 해안유원지 등 주차장과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어 안전하게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새천년도로가 시작하는 증산해변은 동해시 추암해변과 이웃해 있다. 해돋이는 물론이고 기묘한 기암괴석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삼척해변에서는 가을 바다의 고즈넉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야경 드라이브도 꽤 운치가 있다. 검푸른 빛 바다와 육지의 조명, 그리고 궤적을 남기며 달리는 차량 행렬이 볼 만하다. 

드라이브 코스 추암해변~증산해변~삼척해변~작은후진해변~비치조각공원~새천년 해안유원지~삼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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