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모기다. 철 지난 이야기 같지만, 요즘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가을 모기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으니 귀를 기울여 보자. 먼저 자랑부터 하나 해야겠다. 3년 전부터 여름에도 집에서는 거의 모기 걱정을 하지 않고 편히 잔다. 모기가 유독 들러붙는 스타일이어서 여름마다 모기와의 전투가 빈번했는데, 그런 일이 사라진 것이다.
효과 좋은 살충제를 쓰고 있냐고? 아니다. 사실 나는 모기 살충제를 뿌리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우선 화학 합성 살충제는 모기를 퇴치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현대 합성 살충제의 아버지 정도로 부를 만한 그 유명한 DDT를 둘러싼 사정이 단적인 사례다. DDT는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할 당시 스위스의 과학자 파울 뮐러가 개발했다.
처음에는 1948년 뮐러에게 노벨상을 줄 정도로 DDT의 성공이 또렷해 보였다. 예를 들어 1951년 인도에서는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 말라리아로 7,500만 명이 고생하고 있었다. 인도 정부는 1953년부터 모기를 퇴치하고자 DDT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약 8년 만인 1961년 인도의 말라리아 환자 수는 약 5만 명으로 줄었다. 얼마나 기막힌 효과인가?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1965년이 되자 인도의 말라리아 환자 수는 다시 10만 명이 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DDT를 뿌리는데도 말라리아 환자 수가 5천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맞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DDT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모기는 합성 살충제에 금세 내성이 생긴다.
이렇게 끈질긴 모기를 퇴치하고자 화학회사에 소속된 과학자는 DDT보다 더 센 합성 살충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뿌려진 합성 살충제는 모기 같은 해충이 아니라 애꿎은 익충과 야생동물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할머니 과학자 레이철 카슨이 1962년 『침묵의 봄』을 쓰게 된 것도 이런 사정 탓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종류의 합성 살충제가 개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합성 살충제를 개발하는 과학자조차도 이것으로 모기 같은 해충을 퇴치할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카슨이 경고했듯이 아무리 안전에 신경 쓴다 하더라도 합성 살충제를 뿌리는 일은 모기 외의 인간 같은 다른 동물에게 (설사 그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해를 준다.
그렇다면 합성 살충제 말고 모기를 피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가 권하는 방법이 바로 모기장이다. 나도 3년 전부터 여름마다 저렴한 모기장을 구매해 침실에 설치해 놓고서 꿀잠을 잔다. 만족도 100%. 합성 살충제에는 웬만하면 죽지 않는 모기도 모기장을 뚫을 수는 없다.
여기서 퀴즈 하나! 그렇다면 인류가 모기를 피할 수단으로 모기장을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놀랍게도 약 2,500년 전의 기록에도 모기장이 등장한다. 흔히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40년쯤에 쓴 『역사』를 보면 이집트 늪지대에서 살던 사람들이 모기장을 이용하는 풍속을 전하고 있다(안 믿기면 『역사』를 직접 읽어보라).
모기장은 이런 교훈도 준다. 우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항상 ‘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모기장처럼 2,500년도 더 된 오래된 기술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모기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에게 좋기만 할까. 아니다. 모기가 아예 사라지면 우리는 초콜릿을 못 먹는다.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 꽃가루는 모기만이 옮길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