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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잘러는 이렇게 쓴다교통표지판 같은 글쓰기
송숙희 글쓰기 코치 2022년 10월호

메라비언의 법칙은 소통에 대해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말로 전하는 내용 자체보다 목소리, 표정, 태도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사람 간 대화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3%나 된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글쓰기에서 비언어적 요소는 어떻게 작용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글쓰기도 다를 것 없다. 글쓰기에서도 내용 외적인 요소, 즉 비언어적 요소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글꼴, 글자크기, 바탕색 같은 요소와 문장 스타일, 단락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문장이 한눈에 읽히는지, 일일이 읽지 않아도 내용이 짐작되는지를 좌우한다. 요컨대 잘 읽히게 하려면 ‘교통표지판’처럼 순간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글을 써야 한다. 

첫째, 단번에 읽히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문장은 짧게, 분량은 적게 줄인다.
둘째, 한눈에 파악되게. 즉 순간스캔이 가능하게 배치한다. 섹션을 나누고, 섹션마다 제목을 단다. 글머리 기호나 번호를 사용해 눈에 띄게 한다.
셋째, 한 번에 행동하게. 쓰는 이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해 독자가 해야 할 행동을 명확하게 요청한다. 온라인에서의 읽기 경험을 연구하는 닐슨 노먼 그룹은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원본은 이랬다. 

“네브래스카는 매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가득하다. 1996년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는 포트 로빈슨 주립공원(35만5천 명), 스코츠블러프 국립기념물(13만2,166명), 아버 로지 주립역사공원(10만 명), 카헨지(8만6,598명), 스투 대초원 개척자 박물관(6만2천 명), 버펄로 빌 랜치 주립역사공원(6만 명) 등이 있다.”
원본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전체의 0%. 그래서 원본의 분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1996년 네브래스카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여섯 개 명소는 포트 로빈슨 주립공원, 스코츠블러프 국립기념물, 아버 로지 주립역사공원, 카헨지, 스투 대초원 개척자 박물관, 버펄로 빌 랜치 주립역사공원이다.”
분량을 절반으로 줄였을 뿐인데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전체의 58%나 됐다. 이번엔 아래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글을 바꿔 배치했더니 47%가 끝까지 읽었다.
“네브래스카는 매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가득하다. 1996년에 가장 인기 있었던 장소는 다음과 같다. 
포트 로빈슨 주립공원 (35만5천 명)
스코츠블러프 국립기념물 (13만2,166명)
아버 로지 주립역사공원(10만 명)
카헨지 (8만6,598명)
스투 대초원 개척자 박물관(6만2천 명)
버펄로 빌 랜치 주립역사공원(6만 명)”

이번에는 주관적인 내용을 빼고 중립적으로 표현했다. 27%가 끝까지 읽었다. 
“네브래스카에는 몇 가지 볼거리가 있다. 1996년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포트 로빈슨 주립공원(35만5천 명), 스코츠블러프 국립기념물(13만2,166명), 아버 로지 주립역사공원(10만 명), 카헨지(8만6,598명), 스투 대초원 개척자 박물관(6만2천 명), 버펄로 빌 랜치 주립역사공원(6만 명) 등이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단번에 읽히게, 한눈에 파악되게, 한 번에 행동하게’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반영해 고쳐 써봤다. 이 글은 완독 비율이 무려 124%였다.
“1996년 네브래스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여섯 곳은 다음과 같다.
포트 로빈슨 주립공원
스코츠블러프 국립기념물
아버 로지 주립역사공원
카헨지
스투 대초원 개척자 박물관
버펄로 빌 랜치 주립역사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