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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지식교양 콘텐츠를 웹툰으로 만들어?
이성업 노틸러스 대표 2022년 10월호


웹툰은 이제 영화, 드라마, K팝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선봉장으로 전 세계에서 열혈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에 적합한 세로스크롤 방식과 과감한 유료화 등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모바일 시대의 변화에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 방문한 일본에서도 픽코마(카카오), 라인망가(네이버) 등 한국의 웹툰 플랫폼이 1, 2위를 석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일본의 대형 출판사들이 종이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소비경향을 바꾸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틈새를 이들 플랫폼이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웹툰 생태계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와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웹툰 연재 플랫폼에서부터 작가들을 양성하는 웹툰 스튜디오, 자동화된 웹툰 제작 플랫폼, 웹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번역 플랫폼 등 다양하다. 이성업 대표가 창업한 노틸러스는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학습만화를 웹툰으로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20대 타깃으로 역사, 과학 등
학문을 만화로 배우는 ‘이만배’ 런칭


노틸러스는 지식교양 웹툰서비스 ‘이만배(emanbae.com)’를 만든다. 이만배는 ‘이걸 만화로 배워?’의 약자다. 꾸준히 공부하기 어려운 역사, 과학, 인문학 등의 학문을 웹툰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지난 8월 1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20여 가지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작가들의 팬덤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을 많이 모셨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로 일본 아마존 학습만화 1, 2위를 석권한 갈로아 작가,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로 유명한 압둘라 작가 등이 이만배에 합류했다. 그런데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가 아니면 초기에 독자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왜 학습만화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한국 사람들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고 있는 민족입니다. 교양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만배로 이런 한국인의 욕구를 채워주려고 합니다.”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한국인의 자기계발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78%는 정기적인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평균 2.5개 진행 중이다. 특히 20대의 82%는 평균 3개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이다. 자기계발의 주요 수단은 유튜브 시청이 1위고, 독서가 2위다. 하지만 지식을 얻고 싶어 책을 사지만 55%가 미완독일 정도로 사놓은 책의 절반도 읽지 않는 것이 문제다. 또 유튜브 교육·노하우 채널의 구독자 수는 많은데 의외로 조회수는 높지 않다.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는 집중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미디어로 웹툰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미 한국은 학습만화 강국이기도 하고요.”
예림당의 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는 2001년 출간 이후 전 세계 60개국에 출판됐으며 누적 8천만 권 이상이 팔려나갔다. 또 다른 과학학습만화인 ‘살아남기’ 시리즈도 전 세계에서 3천만 권 이상 팔리며 역시 글로벌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학습만화는 출판계를 먹여살리는 효자상품 중 하나다.
“학습만화는 수익성 측면에서 완전히 검증된 장르입니다. 이것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웹툰으로 제공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창업했습니다.”
그런데 학습만화를 제공하는 이만배의 타깃 독자는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이 아닌 20대다. “20대를 대상으로 한 인기 웹툰은 SNS에서 적극적으로 공유됩니다. 그렇게 30~50대까지 입소문을 타 인기를 얻게 되고, 30대들이 초등학생 자녀들에게까지 보여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핵심적인 고객을 20대로 설정했습니다.”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와 협업 계획…
에듀테크 플랫폼이 지향점


이 대표의 꿈은 웹툰 플랫폼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식교양 웹툰을 기반으로 교육출판시장까지 확장해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노틸러스가 지금은 웹툰만 서비스하지만 향후 겨냥하는 것은 3조5천억 원 규모의 교육출판시장입니다. 초중고교 학습교재와 유아동 교재까지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지식교양 웹툰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부모들의 마음부터 사로잡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만배는 웹툰 댓글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토론을 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게 할 수 있고, 웹툰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이용자에게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에듀테크 방면의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다. 또 이 대표는 다양한 미디어와 협업을 진행해 웹툰 콘텐츠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인기 지식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확장해서 지식교양 웹툰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채널을 통해 웹툰을 홍보하도록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종이책 기반 학습만화와 비교하면 새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시도는 이 대표가 미술학도에서 출발해 IT를 공부한 융합형 인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미국 아트스쿨 유학을 시작으로 카이스트 문화콘텐츠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네이버, 라인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의 인생은 2013년, 당시로는 첫 웹툰 스타트업 중 하나인 레진코믹스에 합류하면서 급격히 달라졌다. 2012년 설립된 레진코믹스는 국내 웹툰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로 웹툰 유료화를 주도하면서 주목받은 회사다.

“직원 수가 일곱 명일 때 합류해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제외한 모든 일을 했습니다. 당시 레진이 웹툰 유료화를 주도하면서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웹툰 작가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가장 보람됐습니다.”
수백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고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던 레진코믹스는 2017년 위기에 봉착했다. 웹툰 작가들과 마찰을 빚고, 회사는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2018년 이성업 대표가 CEO가 되면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리고 회사를 정상화하며 2020년 키다리스튜디오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레진에서 8년간 일했는데 특히 대표이사를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망해 가던 회사를 맡아 흑자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키웠죠. 웬만한 일에는 화가 나지 않게 됐어요(웃음). 특히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매각을 마무리한 뒤 레진코믹스를 퇴사하고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퓨처플레이에서 사내창업가(EIR)로 머물며 창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노틸러스를 창업했다. “한국의 교육환경은 모두가 명문대 진학, 대기업 취업을 꿈꾸는 엘리트 지향적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혁신하는 새로운 교육미디어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창업했습니다.”

노틸러스는 창업하자마자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 거물들을 초기 엔젤투자자로 맞았다. 그리고 창업 1년 만에 35억 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고 순항 중이다. 노틸러스가 만든 지식웹툰을 기반으로 한 에듀테크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한류 지식공유 트렌드를 만들길 기대한다.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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